김유진이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전에 출전해 이란 나히드 키야니찬데와 경기를 승리 후 태극기를 들고 있다. 2024.8.8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YW 황진환 기자박태준은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준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1위 칼릴 젠두비(튀니지)를 만났다. 박태준도 세계 5위로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지만 젠두비는 금메달 획득으로 가는 길에 만난 최대 난적임에는 분명했다.
박태준은 젠두비를 "모두가 예상했던 선수"라고 했다. 예상했다는 것은 대비를 해놓았다는 뜻이다. 박태준은 경기 내내 공격적인 플레이로 젠두비를 압도했다. "체력은 자신 있었다"고 했다.
젠두비는 힘이 강하고 리치도 길다. 그러나 박태준은 젠두비에게 힘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정을진 전담 코치는 "올림픽은 특별하니까 외국 선수들이 운동을 많이 한다. 그래서 박태준의 힘과 체력을 3배 정도로 올려놨다. 허리, 허벅지, 무릎이 많이 아팠을 텐데 다 이겨냈다"고 말했다.
박태준은 금메달을 획득해 2020 도쿄 대회의 태권도 '노 골드'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한국 태권도의 질주는 계속 됐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여자 57kg급에서는 김유진이 금빛 발차기를 해냈다.
김유진은 세계 랭킹 24위다. 대회 전까지 우승 후보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세계 1위 뤄쭝스(중국)를 완파했고 결승에서는 세계 2위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2-0으로 압도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유진 앞에 세계 랭킹은 숫자에 불과했다. 김유진에게 세계 랭킹은 별 의미가 없었다.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며 올림픽을 준비했기 때문에 자신감만큼은 세계 톱 랭커들을 초월한 상태였다.
김유진은 "랭킹이 높다고 꼭 잘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저는 그런 건 아예 신경도 안 썼다. 나 자신만 무너지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 비결은 준비 과정에 있다. 김유진은 하루에 세 번, 두 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훈련을 거의 매일 소화했다. "하루에 발차기를 만 번은 한 것 같다"고 했다. "진짜 운동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 해나갈 때마다 정말 지옥길을 가는 것처럼 했다"고 말했다.
김유진은 "여태껏 해왔던 과정을 돌아보면 내가 이까짓 거 못하겠어? 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 '지옥'을 다녀온 김유진에게는 세계 랭킹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은 태권도 경기가 열린 이틀 동안 금메달 2개를 수확하며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9일에는 중량급의 간판 서건우가 출격한다. 남자 80kg급 경기에 출전한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대표 서건우가 25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필승관에서 미디어데이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황진환 기자
세계 4위 서건우는 험난한 대진표를 받았다. 상위 랭커가 승리한다는 전제 하에 8강에서 세계 5위 살리흐 엘샤라바티(요르단)를 만나고 준결승에서는 세계 1위 시모네 알레시오(이탈리아)를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서건우는 올림픽을 앞두고 "제 체급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꼭 1등을 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체계적이고 강도높은 훈련으로 올림픽 준비를 마쳤다.
올림픽의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10일에는 여자 67kg급의 세계 4위 이다빈이 그랑 팔레 무대에 오른다. 이다빈은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챔피언으로 한국 태권도의 간판급 선수다.
이다빈도 과정을 언급했다. "각 선수에 맞는 훈련을 하다 보니 더 좋은 효과가 있었다"며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대표팀은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어느 때보다 과정에 충실했고 서서히 그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