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격화로 총리가 퇴진한 방글라데시의 전국 경찰서 대부분이 분노한 군중의 공격 등으로 인해 '폐허' 상태가 됐다고 현지 일간 다카트리뷴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카트리뷴 캡처방글라데시에서 대학생이 주축이 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며 실권자였던 총리가 국외로 도피하는 등 정국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있는 가운데 방글라데시의 주 채권국 가운데 한 곳인 중국이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6일 성명을 통해 "방글라데시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우호적인 이웃이자 포괄적인 전략 파트너로서 중국은 방글라데시가 사회적 안정을 조속히 회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상황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치적 혼란에 휩싸인 남아시아 국가(방글라데시)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방글라데시의 부채 상환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의 린민왕 부소장은 "하시나 총리 사임으로 방글라데시의 외채 상환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방글라데시의 외채는 지난해 1천억 달러(약 137조 5천억 원)을 넘어선바 있으며 중국은 일본과 러시아에 이어 방글라데시에 3번째로 많은 돈을 빌려준 국가다. 지난해 말 현재 방글라데시의 대중국 대출 미지급 잔액은 50억 달러(약 6조 8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방글라데시의 부채 상환 문제와 함께 방글라데시의 정권 교체 여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아려졌다.
이번에 해외로 도피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소속된 집권여당 아와미연맹은 친인도 성향이지만 그동안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은 전통적으로 친중국 성향이었지만 최근 몇년간 중국이 BNP를 홀대했다는 점에서 향후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린민왕 부소장은 "중국은 수년간 방글라데시 집권 아와미연맹 소속의 하시나 전 총리를 지원해왔고, 하시나 전 총리는 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을 억압해왔다"며 "BNP가 다시 집권할 경우 방글라데시와 중국 관계도 불분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인도에 대한 견제 목적은 물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에 친중국 정권을 세우는데 많은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명분으로 방글라데시에 거액의 대출을 해준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달 16일부터 공무원 채용 할당제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공무원 채용의 30%를 독립전쟁 참전 유공자의 후손들에게 배분하는 내용의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제'를 정부가 추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빈곤국인 방글라데시에서 공무원은 최고 직업군으로 손꼽힌다. 이에따라 하시나 전 총리가 자신의 측근 자녀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시도라는 반발 여론이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커지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이후 하시나 전 총리는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명령해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지자 성난 민심을 더욱 들끓었다. 결국 하시나 전 총리는 사임의사를 밝힌 뒤 지난 5일 군용기를 이용해 인도로 도피했다. 그는 영국으로 망명지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글라데시에는 과도 정부가 구성됐으며 그 수장으로 빈곤층 무담보 소액 대출을 위해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공로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빈곤퇴치운동가 무함마드 유누스가 임명됐다. 과도정부는 조만간 선거를 치려 새 정부를 구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