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5일(현지 시간)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꺾은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무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파리=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황진환 기자평생 가장 큰 무대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그러나 벅찬 소감보다 폭탄 발언이 더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22·삼성생명)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진정한 '배드민턴 여왕'으로 등극했지만 경기 후 발언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대표팀 은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안세영은 5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의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중국)를 세트 스코어 2 대 0(21-13 21-16)으로 눌렀다. 2021년 도쿄올림픽 8강 탈락의 아픔을 딛고 드디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에 28년 만의 단식 금메달을 안겼다. 안세영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현 MBC 해설위원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2관왕 이후 어쩌면 더 큰 경사를 이뤘지만 안세영은 협회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안세영은 경기 후 CBS노컷뉴스 등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당시 입은)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면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이 실망해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단식 천위페이(중국)와 결승에서 오른 무릎 부상을 입었다. 쓰러져 눈물을 흘릴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안세영은 투혼을 발휘해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재활을 소화했지만 후유증 때문인지 국제 대회에서 하위 랭커에 덜미를 잡히는 등 완전치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안세영은 "부상을 겪는 상황과 순간에 너무 많은 실망을 해서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서운함을 전했다. 이어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건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배드민턴은 단식과 복식이 엄연히 다르고 선수 자격도 박탈 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표팀 탈퇴 가능성도 언급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 나선 안세영이 오른 무릎 부상으로 붕대를 감고 경기를 치르는 모습.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협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금메달을 따고 곧바로 이런 발언을 할 줄은 몰랐다"면서 "안세영이 왜 저런 발언을 했는지, 그동안 대표팀 운영에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부상과 관련한 대처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안세영은 현재 한국은 물론 세계 배드민턴 최고 스타"라면서 "이 선수가 제대로 회복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협회로서도 가장 좋다"고 전제했다. 이어 "때문에 해외 전지 훈련에 따로 한의사를 보내 치료와 재활에 도움을 줄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세영 측의 입장은 다르다. 현장에서 딸을 응원한 안세영의 아버지 안정현 씨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사실 그동안 협회와 세영이 사이에 벌어진 일을 알고는 있다"면서 "그러나 세영이가 금메달을 따낸 뒤 곧바로 얘기할 정도로 결심한 부분이 있는 만큼 주위에서 뭐라고 하기보다는 본인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추후 본인이 상세하게 설명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복싱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도 나섰던 안 씨는 "딸이 아빠도 출전하지 못한 올림픽에 나서 금메달까지 따냈으니 너무 기쁘다"면서도 "세영이가 생각한 게 있는 만큼 향후 협회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따로 밝힐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안 씨는 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제작진과 통화에서 "부상이 심각한 상태에서 협회가 제대로 된 치료와 휴식은커녕 대회 출전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로 인해 협회에 쌓인 감정이 많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당시 안세영의 2관왕이 확정되자 아버지 안정현 씨(왼쪽), 어머니 이현희 씨가 딸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한 모습. 노컷뉴스 안 씨의 지적처럼 부상에도 국제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이후 약 한 달의 재활을 거친 뒤 대회에 나섰다.
다만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시드 배정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랭킹 포인트를 얻어야 하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서는 부분이 있다"고 항변한다. 또 세계 상위 랭커들은 심한 부상이 아니면 대회 불참에 따른 벌금 등 페널티가 부과된다.
일각에서는 안세영이 굴지의 스포츠 용품 업체와 거액의 계약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협회의 공식 스폰서 요넥스와 별개로 이뤄지는 계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한국 배드민턴이 낳은 최고 스타 이용대(요넥스) 역시 이런 문제로 협회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협회는 대표팀 전체에 대한 후원 계약을 선수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개인 후원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지만 협회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 등 한국 배드민턴 전체의 발전을 위해 공식 스폰서 계약을 골고루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배드민턴의 새 역사를 쓴 안세영. 그러나 금메달 경사가 이뤄진 당일 폭탄 발언으로 스포츠계가 시끄럽다. 과연 안세영의 발언에 대한 진의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