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방송 4법' 중 세 번째로 본회의에 상정된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이 29일 31시간 가량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끝에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국회는 이날 오전 8시쯤 방문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의 건을 표결에 부친 뒤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이어 진행된 법안 처리를 위한 표결에서 재석 의원 187명에 찬성 187명, 반대 0명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은 전원 퇴장했다.
표결을 마친 직후, 야당은 방송 4법 가운데 마지막 남은 교육방송공사법(EBS법)도 곧바로 상정을 시도했다. 국민의힘은 이 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으며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이 첫 반대토론자로 나섰다. 오는 30일까지 필리버스터가 이어지게 되면 4개 법안에 걸친 토론 시간이 100시간을 넘기게 되는데 이 경우 역대 두 번째 장시간 필리버스터로 기록될 전망이다.
앞서 방문진법 개정안 첫 번째 필리버스터에 나선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6시간 36분간 반대토론을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겉으로는 검찰 공화국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고,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목을 매는 것은 공영방송 이사진 장악"이라며 "방송4법은 윤석열 정부를 일을 못하게 죽이고 민주당의 어버이 이재명 대표를 살리는 법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찬성 토론에 나서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을 정치 도구화하고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여당에 우호적인 인물이 방문진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현 구조에서는 극단적 인물이 공영방송 사장으로 임명돼 정권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필리버스터 사회를 거부한 것을 두고도 여야가 날선 공방을 벌였다. 주 부의장은 전날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 중단을 요청했다. 우 의장은 합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거에 동의하지 않겠다며 단칼에 거절하기도 했다.
한편 입법 '독주'를 이어오고 있는 민주당은 오는 8월 1일 본회의에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인 민생회복지원금법과 노란봉투법 처리를 예고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또 다시 필리버스터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우 의장을 향해 "현금살포법과 불법파업조장법은 상정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