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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 테리'가 소환한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워싱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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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 테리 사건, 공개 배경 둘러싼 온갖 추측 난무
정 박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연루됐나
美, 공공정책 종사들에 '법 준수' 메시지 보낸 것
이면에는 또 다른 '목적성' 존재했을 가능성 있어
공소장 내용, 수미 테리 표적 '흠집내기' 의구심
'한국 자체 핵무장론' 관련해 '선' 넘은 것일까
이런 상황에 용산 대통령실 "문재인 정권 책임론"
윤석열 정부하 수미 테리 행적도 공소장에 적시
이참에 작년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공개한다면?

기소된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연합뉴스기소된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한국계 북한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이 이른바 '간첩' 혐의로 미 당국에 체포·기소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지난 5일 돌연 사임한 정 박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연루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만약 사실일 경우 향후 사건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정 박 전 부차관보는 지난 해 연말 물러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의 뒤를 이어 미 정부의 대북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맡고 있었다. 
 
미국 정부가 이번 사안을 놓고 도·감청은 물론 10년 넘게 수미 테리를 추적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건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미 연방검찰은 이번 기소에 대해 "전문성을 외국 정부에 판매하려는 유혹을 받을 공공정책 종사자들에게 '법 준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대리인등록법을 위반했다'는 표면적인 경고를 넘어 이면에는 더 큰 목적성을 가지고 이번 사건을 터트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건 공소장을 요약하면 지난 10년간 국정원이 수미 테리에게 필요 이상의 친절을 베풀면서 그 대가로 원하는 정보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뉘앙스를 봤을 때 수미 테리 개인에 대한 과도한 '흠집내기'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법도 했다.

수미 테리의 행위 자체 보다는 그가 국정원으로부터 받았다는 고가의 명품 핸드백과 코트, 고급 저녁 식사, 거액의 현금 지원 등을 지나치게 부각시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정원 요원과 테리 연구원이 명품 매장을 떠나는 모습. 미 뉴욕 남부지검 공소장 사진 캡처국정원 요원과 테리 연구원이 명품 매장을 떠나는 모습. 미 뉴욕 남부지검 공소장 사진 캡처
특히 공소장에는 2019년 11월 국정원으로부터 3천달러 상당의 코트를 선물받은 수미 테리가 이틀 후 매장에서 해당 코트를 반품하고 자기 돈을 보태 4천달러짜리 다른 코트를 샀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미 정부의 입장에서 수미 테리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 이번 사건을 터뜨린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수미 테리는 지난 5월말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만약 트럼프 2기가 출범한다면 한국의 독자 핵무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 체제를 중요시 여기고, 핵무기가 확산되는 걸 방지하고자 하기 때문에 한국이 핵무장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불거질 때 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고 한국 역시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용산 대통령실의 시각은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미 테리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요원이 사진에 찍히고 한 게 다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전문 요원들을 다 쳐내고,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로 채우니까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느닷없이 불거진 한미간 '정보 갈등'에 대한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남 탓 하기'에 바쁜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일부는 맞을 수도 있지만, 일부는 사실과는 다르다. 
 
이번 사건은 미 당국이 10년 전의 일부터 파헤친 것이니 굳이 따지면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국정원의 어설픈 정보활동은 있었던 셈이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수미 테리가 한국 정부의 부탁으로 언론 기고문을 썼다는 내용은 공소장에도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보통 이런 정보 갈등이 벌어질 경우 당사국은 서로 보복 대응을 하기도 한다. 
 
과거 미국이 '로버트 김 사건'을 터트렸을 때 한국 정부는 미국인 무기 중개상을 적발해 처벌하면서 맞대응을 하기도 했다. 
 
반드시 보복을 하는게 맞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마침 한국은 '좋은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정보기관의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이 그것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3주 앞둔 시점에서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이 담긴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가 대량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유출된 문서 중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건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해당 미 정보기관 기밀문서에는 '시긴트'(Sigint)라고 표식이 있었다. 시긴트는 시그널(signal)과 정보(intelligence)를 합친 용어로 특수장비 등을 활용해 통신이나 통화 내용을 감청하는 방법이다.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이 제기됐던 주된 이유가 됐다.
 
김태효 국가안보 1차장. 윤창원 기자김태효 국가안보 1차장. 윤창원 기자
그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 양국 견해가 일치한다"며 진화에 나섰고, 결국 유야무야 된 채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져갔다.
 
당시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누가 될까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라면, 이참에 관련 의혹을 속시원히 공개하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는 당시 대화 내용 유출은 도·감청이 아니라 녹음 파일이 통째로 미국에 넘어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도 한다. 
 
외국 정부기관의 대통령실에 대한 도·감청도 문제겠지만 설사 해당국이 대통령실에 사람을 심어놓고 정보를 얻었다고 해서 위법성이 완전히 조각되는 것은 아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상대방은 권리로 인식하게 된다. 소리없이 불꽃튀는 '외교 정보전'의 선봉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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