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 주도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요구' 국민 청원 관련 청문회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다. 야당은 채상병 순직 사건 1주기를 맞아 '특검 실시' 여론에 불을 지피며 정부·여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법사위, '윤석열 탄핵 청원' 청문회…채상병 특검 실시 여론전
야당은 법사위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청하는 국민 동의 청원 관련 1차 청문회를 열고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을 검증할 예정이다.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난 전체 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태로 1차 청문회에 필요한 증인 22명을 채택했다. 이들 중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김형래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실 행정관, 이윤세 해병대 정훈공보실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6명은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청문회에선 임성근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의 개입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임 전 사단장이 지금까지 거짓말한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불출석하는 증인들에 대해 야당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 조치 등 법적 대응을 즉각 검토할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청문회를 거부하는 증인 있다면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여당은 청문회에 대해 "대통령 탄핵 청원을 갖고 청문회를 여는 건 유례 없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들은 청문회 저지를 위해 지난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의 위법성과 부당성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면서도 "지난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에서 야당 법사위원들이 일방적으로 증인을 불러와 모욕하는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났는데, 재발 방지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청문회 보이콧 가능성에 "국민의힘이 불참하면 오히려 '땡큐'"라며 채 상병 특검 실시를 위한 여론전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당 내부적으로 지난달 야당 단독으로 열었던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당 원내지도부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 시점을 잠정적으로 오는 25일 본회의로 잡고 있는데, 그 전주 청문회를 통해 '특검 찬성' 여론을 최대한 끌어올려 정부·여당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6일 오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청문회 증인 추가 출석 요구의 건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李 "尹 탄핵은 결국 국민 뜻 따라"…野 의원들 시민단체 결속
한편 윤 대통령 탄핵 청원과 관련해 이재명 전 대표는 직접적인 의견 표명을 아끼며 여론 추이를 보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진행된 당대표 후보들의 첫 공개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 청문회가 시작된 것을 두고 "탄핵 열차가 출발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고민된다"며 "결국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당초 국민 동의 청원 게시판에서 탄핵 청원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 촛불행동과 야당 국회의원들과의 결속도 심화하고 있다. 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강득구·민형배 공동대표) 발족 사실을 알리며 "얼마 안 있으면 5천만 국민의 분노가 불꽃처럼 폭발해 거리로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젠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임 관계자는 "이재명 전 대표의 입장보다 앞서서 여론을 이끌어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탄핵 청원이 종료되는 20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윤석열 탄핵 청원자 대회'를 진행한다.
법사위는 오는 26일 탄핵 청원과 관련한 2차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중심으로, 증인으론 김 여사 모녀와 이원석 검찰총장을 포함해 23명이 채택됐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증인들이 나오지 않더라도 참고인들을 대상으로 의혹에 대해 따져 물으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