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이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대한테니스협회가 주원홍 회장 당선인의 취임식을 대대적으로 열었다. 대한체육회가 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한 상황에서 개최된 취임식이다.
협회는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주 회장의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김성일 전 공군참모총장,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등 3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특히 테니스인들이 집결해 주 회장의 취임에 힘을 실었다. 성기춘 한국동호인테니스협회장, 김두환 장호테니스재단 이사장 등 전국 시도협회장단, 연맹 회장단은 물론 전설 이형택 오리온 감독과 윤용일, 조윤정, 임규태 등 주 회장이 지도자 시절 발굴한 전 국가대표들도 참석했다.
위기에 처한 협회의 상황에 테니스인들이 뭉친 모양새다. 협회는 지난해 9월 정희균 전 회장이 사퇴한 이후 지난달 6월 보궐 선거를 통해 주원홍 회장이 당선됐다. 그러나 체육회는 관리 단체 지정 유예 기간 협회가 선거를 했다면서 주 회장 당선을 승인하지 않은 가운데 지난 9일 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했다.
내년 창립 80주년을 맞는 대한테니스협회 초유의 관리 단체 지정이다. 협회가 관리 단체로 지정되면 현 집행부는 모두 물러나고 체육회가 직접 관리, 감독에 나선다. 체육회가 지정한 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이 협회장 대행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사실상 체육회의 영향력 하에 들어가는 셈이다.
주원홍 회장이 16일 취임식에서 이형택 오리온 감독을 비롯해 김일순, 윤용일, 조윤정, 임규태 등 전 국가대표 선수, 지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한 모습. 테니스코리아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주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회장에 정식으로 취임하고, 축하받는 자리여야 하는데 협회 주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취임식을 하게 돼 아쉽고, 죄송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대한체육회가 정상화의 길을 걸은 테니스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한 것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다른 속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한체육회는 관리 단체 지정을 즉시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주 회장 시절인 2015년 중견 기업 미디어윌에서 30억 원을 빌려 경기 구리의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후 곽용운 회장이 협회 수장으로 당선된 이후 육사 코트 리모델링 사업의 불법성을 이유로 미디어윌이 운영을 맡기로 한 계약을 파기했다. 이에 미디어윌이 소송을 제기해 협회는 패소했고, 원금에 이자까지 60억 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됐다.
전임 정희균 회장이 미디어윌과 관계를 복원해 이자 탕감 등을 추진했지만 육사 코트 운영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퇴했다. 체육회는 재정적 문제를 이유로 협회의 관리 단체 지정을 추진했고, 이에 다급해진 협회는 미디어윌과 협상을 통해 남은 46억 원 채무 탕감을 이끌어냈다. 이런 배경 속에 주 회장이 보궐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체육회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테니스협회의 관리 단체 지정을 강행한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황진환 기자주 회장의 취임식 강행도 체육회에 대한 무력 시위 성격이 짙다. 테니스계에서는 "협회의 재정 문제가 해결됐음에도 체육회가 관리 단체 지정을 강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주 회장의 취임식을 성대하게 열어 체육회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협회는 현재 체육회의 관리 단체 지정에 법적인 조치를 취한 상황이다. 주 회장은 "이미 법원에 관리 단체 지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면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또 체육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도 연계해 대응한다는 방침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