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유급 방지대책을 발표한 10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의대교육 질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과 교육당국 간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가 대부분인 의평원은 대규모 증원에 뒤따를 부작용을 우려하며 전체적인 의학교육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왔고, 정부는 이에 대해 '주요변화' 관련 의평원의 평가기준 등을 사전 심의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의평원이 이의 제기와 함께
업무 수행을 위한 자율성·독립성이 침해받고 있다고 공개 반발하면서, 갈등 표출이 지속되고 있다.
의평원은 의대 교육과정 및 환경 등에 대한 평가 인증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데, 만약 증원 대학들이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해당 의대의 입학생들은 의사 국가시험 응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평원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의대 교육 평가인증 기관으로 재지정된 의평원이 평가 기준 등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정부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독립성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의평원은 "정부가 급격한 의대증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교육부는 의학교육 분야 평가인증 기구로 의평원을 재지정하면서 '주요변화 평가, 중간평가를 포함한 평가·인증의 기준, 방법 및 절차 등 변경 시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도록 재지정 조건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의평원은 '사전 심의' 절차가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들어 즉각 이의신청에 들어갔으나,
교육부는 중간평가를 포함한 평가·인증만 제외한 채 '주요변화계획서' 평가 기준 등은 여전히 사전심의를 재지정 조건으로 명시해 재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의평원은 "2014년 교육부 인정기관으로 지정받은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평가인증의 기준, 방법 및 절차를 변경해 왔으나 이에 대해 교육부로부터 '사전 심의'를 받지도, 요청받은 적도 없었다"고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정기관이 평가·인증 기준이나 방법, 절차 등을 변경 또는 중단·폐지할 때엔 결정 1주 내에 이 사실을 교육부 장관에게 알리도록 한 규정을 언급하며, "이는 지정 기관이 평가·인증 기준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그 결과를 교육부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 자체가 당국이 사전에 심의하는 대상이 될 수는 없단 취지다.
교육부는 10일 정부가 유급 판단 시기를 기존 '학기 말'이 아닌 '학년 말'로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3학기제 운영도 가능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의평원은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원회가) 인정기관 지정기준을 충족해 지정·재지정을 완료한 기관이
기준·방법·절차를 변경할 때마다 사전 심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정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은 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 아래서도 재지정 2년 후 중간평가를 통해 평가기준·절차 등의 적절성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가 이미 존재한다고도 꼬집었다.
의평원은 "따라서 정부는 그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인증의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온 의평원의 역할을 존중하라"며 "향후에도 의평원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평가인증 사업을 수행해 우수한 의료인력 배출을 통해 국민 보건 증진에 기여하는 고유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대 입학정원의 대규모 정원 증원에서 비롯된 현재의 혼란한 상황이 조기에 해소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의평원은 정부가 의대 교육역량과 의학교육 질에 대한 사회 각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교수 인력 증원, 시설 확충 등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지원방안'이 조속히 가시화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