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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사직전공의 하반기 지원허용'에 "대혼란·꼼수"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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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 "선발과정서 실제적 혼란 불가피…지방 필수의료 파탄도 가속화"
의대교수들 "업무개시명령 등 애초에 위헌…이제 와 선심 쓰는 척 여론 호도"

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연합뉴스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연합뉴스
의료계는 정부가 연내 전공의 복귀율 제고를 위해 발표한 행정처분 전면 철회 등을 놓고 '미봉책'이라며 한 목소리로 맹비난했다.

의학 학술단체 모임인 대한의학회는 사직 전공의들이 올 9월 수련에 지원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결과적으로 '지역의료 파탄'으로 이어질 거라고 우려했다.
 
의학회는 9일 '보건복지부의 사직전공의 행정처분과 하반기 전공의 지원 발표에 관한 의학회의 입장'을 내고, 전날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철회를 약속한 정부 정책과 관련해 "이전의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라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가 지난달 4일 내놓은 1차 유화책과 마찬가지로,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을 두고 '취소'가 아닌 '철회'란 표현을 썼고, 올 2월 제출된 전공의 사직서 처리문제는 모두 병원과 전공의 간 당사자 협의에 의해 결정될 사안이라며 병원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에선 애초에 정부가 발령한 업무개시명령 등이 부당하단 취지에서 복지부가 전공의 관련 행정처분을 일체 취소하고, 각 수련병원은 이들이 사직한 시점에 맞게 사직서를 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정부는 원칙적으로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하기 전인 지난달 3일까지는 행정명령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의학회는 "이러한 전제조건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2024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시에 사직전공의들이 지원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올 하반기 전공의 선발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모든 전공의가 원래 있던 병원을 지원하는 경우 큰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사직에 대한 각 병원의 입장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하반기 지원을 급작스럽게 결정하는 경우 전공의뿐 아니라 병원에서도 선발과정에서 실제적인 혼란과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성이 최우선으로 담보돼야 할 인턴·레지던트 모집이 졸속으로 진행되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돼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학회는 "이 결과로 일부 전공의가 돌아오는 상황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이는 의료정상화를 위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며, 현재 상황에서 지방전공의 또는 소위 비인기과 전공의가 서울의 대형병원 또는 인기과로 이동 지원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 의도와 달리, '지방 필수의료의 파탄'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의학회는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 주기를 충심으로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교수들도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철회 조치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가톨릭의대 등 34개 의대 교수 단체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의 행정처분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법에서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 중 하나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반(反)헌법적 행정처분을 시행해 놓고, 이제 와서 전공의들에게 선심을 베푸는 듯 여론을 호도하고, 마치 큰 결단을 내린 것인 양 위선적 태도를 취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행정처분 '철회'라는 꼼수 대신에, 지금이라도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은 '취소'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이에 대해 "행정명령은 법에 따라서 정당하게 이뤄진 조치기 때문에 (명령 자체의 부당성이 전제된) '취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의대 교수들은 또 정부가 시급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겠다며, 사직 전공의들에게 올 9월 재수련 지원을 허용키로 한 '특례'에 대해서도 "과연 이것이 지역의료·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공언한 정부의 조치가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지방병원 전공의들을 ('빅5' 등) 수도권 병원으로 유인해 충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공언한 정부로서 취해야 할 조치가 아니다"라며 "사직 후 9월 미복귀자에겐 수련 특례가 없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 조치가 명백히 전공의들을 갈라치기하고 현 사태를 임기응변으로 '땜질'해보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수련 타임라인이 꼬인 데 따라, 향후 전문의 시험일정을 추가할 수도 있다는 정부 측 설명을 들어 "끝없는 미봉책을 나열하며 교수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며 "복지부는 편법적 대응책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근본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현 사태의 불씨가 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역시 아직 돌이킬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의대 교수들은 전날부터 대학별 재외국민 전형이 시작돼 의대정원 증원을 원점으로 돌릴 수 없다고 언급한 교육부 발언에 대해 "실상을 보면 9월 9일부터 원서를 접수하는 동국대와 을지대 4명을 제외하면 재외국민 전형은 25명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법원 결정문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를 통해 알려진 대로 (현 정원 대비) 65%(2천 명) 또는 50%(1500명) 증원은 근거도 없었고 논의나 합의조차 없이 깜깜이로 진행됐다"며 "2025년도 증원안부터 다시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는) 내년도 의대정원 증원을 포함해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해 진심을 담아 전공의·학생들과 '제로베이스'에서 대화해보길 권고한다"며 "수박 겉핥기 식 미봉책을 내놓고 생색낼 것이 아니라 이미 종말을 향해 스러져가는 한국 필수의료의 비명을 잘 듣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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