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페이퍼에서 홀로 설비 점검을 하다 19세 작업자가 숨진 가운데 모친이 회사 측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유족과 시민 단체 등은 4일 오전 전주페이퍼 전주공장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순천의 한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전주페이퍼에 입사한 꿈 많던 청년이 사망했다"며 "회사는 공식적인 사과문을 보도자료 및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고인의 모친은 전주페이퍼 대표이사의 공식적인 사과가 있을 때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족 측은 "우리 아들이 억울하게 엄마 곁을 떠난 지 19일째다"며 "회사가 공식적으로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면 차디찬 안치실에 있는 우리 아들과 순천에 가서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자식 잃은 부모 앞에서 회사 이미지 훼손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회사의 저런 모습에 밥이 넘어가지 않고 있다"며 "열심히 살았던 아들을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단식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오전 9시 20분쯤 전주시 팔복동 전주페이퍼에서 혼자 배관 상태를 점검하러 간 A(19)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동료 직원이 연락이 닿지 않던 A군을 찾으러 배관실으로 갔다가 쓰러져 있는 A군을 발견해 신고했다. A군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앞서 유족 측 박영민 노무사는 "A군은 사고 후 1시간가량 방치됐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며 "종이 원료의 찌꺼기가 부패하면서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이었는데도 왜 설비실에 혼자 갔는지, 2인 1조 작업이라는 원칙은 왜 지켜지지 또 과로 정황이 왜 있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페이퍼에서 근무하다 숨진 19살 청년 A군의 메모장. 독자 제공
하지만 회사 측은 A군이 4조 3교대 근무 일정표대로 근무했다는 점과 사고 당시 A군의 업무는 단순 업무로 2인 1조 작업사항이 아니었던 점 등 사실 관계 정정에 대한 의견문을 발표했다.
전주페이퍼 관계자는 "유독가스 발생 여부에 대한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면 오는 7일 재조사에 직접 참관하는 것을 추천드린다"며 "회사는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사망 현장을 은폐했다'는 왜곡된 사실들이 지속적으로 공유 확산되고 있다"며 "국과수 부검 결과와 안전관리공단의 황화수소 측정 결과에 따라 회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회사는 당연히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이 의뢰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는 이번 달 내로 경찰에 통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