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본관 앞에서 최재영 목사가 피고발인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나채영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네며 몰래 영상을 촬영한 최재영 목사는 4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하면서 "스토커가 준 선물이 어떻게 국가기록물에 보관되겠냐"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부터 최 목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한 보수 성향 단체가 최 목사를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스토킹처벌법)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최 목사는 2022년 6월부터 김 여사에게 10여차례 만남을 요청하고, 명품가방 등을 전달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최 목사는 조사 전 기자들과 만나 "스토커가 준 선물이 어떻게 국가기록물에 보존이 될 수 있겠느냐"며 "상식적으로 객관성이 결여된 이런 궤변으로 매도하고 악마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연락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통일운동을 하는 재미교포로서 조국의 평화 시스템 구축을 위해 대통령 부부에게 연락을 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년에 양평 고속도로 변경 사건이 터졌을 때 김건희 여사가 '제가 살인적인 공격과 모함을 당했을 때 목사님이 제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줬다'는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며 "2022년 9월에 나를 스토킹 혐의로 생각했다면 어떻게 작년에 그런 카톡을 나한테 보낼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최재영 목사와 김건희 여사 카톡. 최재형 목사 제공
최 목사는 이어 "제가 들어갈 때마다 '이런 선물을 준비했습니다'라고 카톡으로 선물 사진을 보내줬고, 그럴 때마다 여사와 여사의 비서는 접견 일시와 장소를 알려줬다. 친절한 안내를 받아 접견이 이뤄졌기 때문에 스토킹이 전혀 아니다"라며 "만약 저를 스토커라고 생각했다면 그날, 그 시점, 그 장소에서 경찰이나 경호처에 신고를 했어야 맞다. 1년이 지난 다음에 갑자기 스토커로 변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목사는 김 여사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선물을 준 사람은 출국 정지를 당하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데 막상 뇌물 선물을 받은 분은 포토라인에 안 서는 건 공평한 헌법 조항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지난달 13일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했을 당시에도 "언더커버(위장) 취재 차원에서 김 여사와 관계를 유지하고 청탁 목적으로 선물을 건넨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며 "그것으로 받을 처벌이 있다면 얼마든 받겠는데 김 여사도 저처럼 포토라인에 서서 정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김 여사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을 받았다'며 최 목사가 2022년 9월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네는 듯한 장면이 찍힌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최 목사가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수 성향 단체는 최 목사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는데 서울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지난 1월 서초경찰서에 배당했다.
서초경찰서 외에도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경기남부경찰청에서도 각각 최 목사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영등포경찰서는 최 목사에 대해 주거침입과 명예훼손 등 6건 혐의로 수사중이며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별건으로 최 목사의 명예훼손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접수해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