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모방범 1심서 집행유예 석방…"교화 기회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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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낙서' 모방범 1심서 집행유예 석방
재판부 "정신상태 영향…교화 기회 주는 것"
"죄가 중하지 않기 때문 아니야"…보호관찰도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경복궁 담벼락 낙서를 모방에 스프레이로 낙서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8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설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른 범죄자가 저지른 경복궁 낙서 사건으로 전 국민이 경악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다음 날 모방범죄를 저질렀다"며 "범행 직후 자신의 범행을 일종의 행위예술로 봐달라고 주장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진단을 받고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범행 당시에는 자의적으로 상당 기간 정신과 약을 복용하지 않아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까지 아니지만, 범행에 정신상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라고 했다.

이날 갈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설씨는 "반성을 많이 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많이 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의 복구 비용이 1900만원인 점과 문화재청에 이를 모두 변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설씨에게 국가의 보호관찰 안에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신건강이 온전치 않음에도, 범행 전까지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하고 배달 일을 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살려고 노력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온전히 격리해 처벌하는 게 맞을지, 개선하고 교화하는 기회를 주는 게 적합할지 많이 고민했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집행유예로 피고인을 석방하지만, 죄가 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 치료와 교화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피고인은 은둔형 외톨이처럼 스스로를 격리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영웅심 내지 대중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 커져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을 돌아보고 건강한 사회구성원 될 수 있는 노력을 다하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문화유산은 당대뿐만 아니라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온전히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것으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며 "범행 대상인 경복궁이 가지는 역사적·학술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라고 짚기도 했다.

설씨는 지난해 12월 17일 국가지정문화재인 경복궁의 서문인 영추문 좌측 돌담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낙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복궁은 같은 달 16일에도 10대 청소년들이 담벼락에 낙서하는 범행을 저질렀는데, 설씨는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낙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씨가 모방한 1차 낙서 테러를 저지른 10대들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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