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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모더나' 창업 초석 놓고…'대구판 판교 밸리'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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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CBS노컷뉴스는 심화하는 중앙집중화와 인구절벽 상황에서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의 생존은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신산업 클러스트의 성공적 조성에 있고 그 중심에 대학의 연구력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경북대의 연구중심대학 전략을 심층 보도하는 글로컬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2일 그 두번째 순서로 경북대의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과 지역내 부가가치창출 편을 보도한다.

[글로컬 대학 기획시리즈②]
'보스톤 켄달스퀘어' 같은 클러스트 대구에 구축
1인 군림형 연구시스템 굿바이…신개념 연구소 리빌딩
첨단 클러스트 조성은 '대구시 정책방향'과 일치
성서·3공단 개조도 대학이 맡는다…첨단 제조·창업기지化
대구 도심에 제2 판교밸리 구축…1만개 일자리 창출

MIT학생들이 디자인 한 구조물 개념도이다. 우주공간에서 인간이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구조체의 모형을 그림과 같이 설계했다.  MIT 홈페이지 캡처MIT학생들이 디자인 한 구조물 개념도이다. 우주공간에서 인간이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구조체의 모형을 그림과 같이 설계했다. MIT 홈페이지 캡처
▶ 글 싣는 순서
①연구중심 대학원大 경북대 ·· "제2의 정성화 김순권 산실"
②'제2 모더나' 창업 초석 놓고… '대구판 판교 밸리' 구축
(계속)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커다란 위기에 빠졌던 인류는 패닉상태에 빠져들지만 과학기술의 힘으로 위기의 수렁에서 탈출한다. 불과 몇년 전 있었던 일이다. 그 중심에는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글로벌 기술선도 기업들이 있었다.

m-RNA백신을 개발하고 단기간에 인간에게 투여한 모더나는 단연 주목의 대상이었다. 모더나가 탄생할 수 있었던 토양은 '보스턴의 켄달스퀘어'다. 켄달스퀘어는 실핏줄처럼 연결된 채 정교하게 작동하는 산학연네트워크다. 코로나 염기서열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백신이 완성되고 두 달 만에 투여되기 시작한 건 이 시스템의 승리이기도 하다.

켄달스퀘어 일대는 MIT 하버드 같은 세계적 대학과 연구소, 병원, 제약사 1000여개가 집적된 의료바이오산업 클러스터다. 우수한 연구력과 기술개발, 사업화의 노하우까지 모든 것이 갖춰진 토양 속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나왔다. 세계를 선도한 기술력과 산업화 스킬은 연관 기능들을 한 공간에 모은 집적화에 있었다.
 

'보스톤 켄달스퀘어' 같은 클러스트 대구에 구축

경북대는 정부 주도의 '글로컬30 기획서'에 켄달스퀘어와 유사한 의료바이오클러스터를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국내에 조성하려는 2개(오송,신서)의 BIT 첨단산업복합단지 중 하나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다.
 
문제는 어떻게 구축하느냐다. 산학연이 한 덩어리로 기능하도록 이른바 '마이크로 캠퍼스'를 신서 현장에 조성한다. 연구기능과 공단의 괴리라는 대구산업의 치명적 한계를 극복할 일종의 승부수다. 대구 역사상 이런 움직임은 단 한번도 없었다. 경북대는 '의료기기와 신약, 헬스케어 관련 학과'를 이 곳으로 이주시키기로 했다. 현장에서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서다.
 
경북대 화확관내 질량분석융복합연구소 내부 모습. 보이는 초고분해능질량분석기는 대기중 환경오염물질이나 바이오 생명체의 질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초정밀 연구장비다. 1대당 가격은 15억원으로 대학연구소 가운데는 경북대가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다. 이재기 기자   경북대 화확관내 질량분석융복합연구소 내부 모습. 보이는 초고분해능질량분석기는 대기중 환경오염물질이나 바이오 생명체의 질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초정밀 연구장비다. 1대당 가격은 15억원으로 대학연구소 가운데는 경북대가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다. 이재기 기자 
학교를 옮겨가고 연구소 인력을 늘린다고 될까? 답은 '아니오'이다. 그래서 두 번째로 준비한 카드가 연구소를 뜯어고치는 것이다. 기획서의 행간을 보면 '단과대-학과(학부)-교수연구실'로 이어지는 낡은 시스템의 해체를 읽어낼 수 있다.
 
#1. 한국 대학사회에는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한국의 대학 연구실 구조는 철저히 '교수 1인체제'입니다. 융합시대에 맞게 연구실 2개만 더부살이시켜도 대번 2명 교수간의 우열이 가려지거든요 이런 풍토에선 협업이 불가능하죠. 산학연 협업은 공염불이에요"
 

1인 군림형 연구시스템 굿바이…신개념 연구소 리빌딩

연구실에 황제로 군림하는 고질적 병폐를 깨기 위한 솔루션은 규모면에서 '대형화된 연구소'로 교수집단을 끌어내고 여기에 젊은 연구자까지 투입하는 것, 즉 연구소시스템의 일신이다.
 
이것이 이른바 캠퍼스 초월형 대규모 전문조직(3개) 구축이다. 또한, 확장된 형태의 연구소인 (가칭)'신산업기술원'은 대구시의 5대 신산업 지원.기술의 사업화를 맡는다. ▲지역협업 전담교수제 ▲전임연구원 수(數)의 대폭 확대(기업지원에 전념)가 세부 툴이다.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현장기업들은 기술지원도, 스스로 풀지 못한 난제도 원스톱 처리할 수 있다.
 

#2. "협소한 '교수별 연구실 체제'가 혁파되면 기업은 찾아갈 곳이 명확해 지죠. 지금처럼 무언가 개발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어도 어디를 가야할 지 모르는 상황은 생길 수가 없거든요. 여러 기능이 중첩된 융합연구소가 구축되면 난제가 겹친 어려운 문제라도 시간 낭비없이 해결가능해요"
 
신산업기술원은 현재 경북대 내부의 100여개 연구소와도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이웃 기능과의 협업이 연구소 업무의 중추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심한 말로 연구소간 협업이 '1'도 안되는 낡은 시스템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연구소가 지향하는 롤모델은 세상을 바꿀 연구업적으로 유명한 'MIT의 미디어렙', 국방쪽의 탑티어로 꼽히는 '링컨렙 등이다. 이런 점에서 산업 혁신이 발등의 불인 대구시가 거는 기대 또한 자못 크다.
 

첨단 클러스트 조성은 '대구시 정책방향'과 일치

대학-기업, 대학-지역 간에 굳게 쳐진 장벽을 허물고 산업 현장과 밀착해 연구기능을 극대화시키고 모더나와 같은 초우량 기업이 나올 기반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모더나를 창업한 로버트 랭거 교수는 모더나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바이오테크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가디언지 캡처모더나를 창업한 로버트 랭거 교수는 모더나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바이오테크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가디언지 캡처
이는 ABB(AI,블록체인,빅데이터)와 로봇, 의료헬스케어, 미래모빌리티,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키워 대구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대구시의 경제정책 방향과도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연구소는 설립초 AI,로봇,반도체 융합연구소로 출범해 의료.모빌리티로 기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 21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우수한 학생들을 키워낸다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 학교의 울타리를 헐고 대학이 가진 1300여명의 박사급 연구인력과 우수한 연구장비 등을 대구발전을 위해 집중 투입하겠다는 대학의 강한 의지가 (기획서에) 담겨 있다"고 밝혔다.
 
변화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도 읽힌다. 한때 유수 대기업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던 경북대가 상아탑의 울타리를 벗어나 산업의 씨앗조차 뿌려지지 않은 척박한 대구의 산업계로 발을 담그는 모습에서 '지금처럼 하면 공멸'이라는 냉정한 현실인식을 엿볼 수 있다.
 
대학이 최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LG전자의 컬러TV 색감 구현 기술이나 삼성전자 피처폰.스마트폰 개발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엔지니어 다수가 경북대 전자공학부 출신이었지만 좋은 시절은 거기까지 였다.
 
GRDP 전국 꼴찌, 대기업 비율 전국 16위, 혁신도시지수 211위, 끝없는 구직 전출이 대구의 냉혹한 현실이고 지자체 대구시 뿐아니라 연구기관인 경북대도 추락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되는 변화인 만큼 대학 측의 각오도 남다르다. 바로 1회성 정부재정사업이 아니라 미래 100년을 좌우할 승부수라는 것이다.
 
대구 도심에 위치한 경북대 캠퍼스혁신파크를 중심으로 BIT융합, 디지털혁신,에어시티캠퍼스 등 6개의 마이크로캠퍼스를 대구시 산업시설과 연계해 배치하기로 했다. 경북대 제공 대구 도심에 위치한 경북대 캠퍼스혁신파크를 중심으로 BIT융합, 디지털혁신,에어시티캠퍼스 등 6개의 마이크로캠퍼스를 대구시 산업시설과 연계해 배치하기로 했다. 경북대 제공 
마이크로캠퍼스는 신서를 포함해 3곳이다. 수성구 알파시티는 뉴욕의 허드슨 스퀘어, 군위 신공항의 에어시티는 두바이 경제자유구역을 벤치마킹했다. 여기에 경북대의 ABB(AI,블록체인,빅데이터), 반도체.UAM.스마트팜 관련 학과가 각각 이전 배치된다.
 

성서·3공단, 첨단 제조·창업기지 개조도 대학이 맡는다

 입주기업 2500개의 제3공단과 3000개가 입주한 성서공단은 대표적 산업단지면서도 기계 자동차부품, 염색 등 전통적인 노동집약적.저부가가치 산업이라 생산성도 미래 비전도 없다. 여기에도 대학의 개조손길이 미치게 된다. ▲대학 전문가 상시 배치 ▲대학 연구장비의 이전 ▲현장데스크 운영 등의 지원체제를 갖춰 '디지털 전환' '도심제조창업 거점'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미 성서공단의 폐공장 리모델링과 제3공단 삼영초교에 그린스타트 타운 조성이 시작됐다.
 
현장캠퍼스를 만들고 연구소 체제를 개편한다고 켄달스퀘어 같은 클러스터 시스템이 구축될까?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반면 타지에서는 대구로 오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어 못온다. 이런 악순환은 산업화 초기부터 지금껏 계속된다. 대기업이 구미까지는 와도 기반이 없는 대구로는 올 엄두를 못낸다. 자연히 젊은 인력들은 타지로의 구직대열에 편승한다. 대구의 전출 이유 중 구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43.4%나 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비법은 있을까?
 
경북대의 솔루션은 '제2의 판교'를 구축하는 것이다. 2030세대 3만명이 상시 거주하는 조건은(경북대) 갖추고 있다. 이들이 갖게될 직장과 주거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러나 사업의 기반은 깔려 있다.
 
크게 주목할 2가지 점은 첫째 '경북대-경북도청 후적지-삼성창조캠퍼스'를 아우르는 대구판 판교밸리 조성의 법적.제도적 기반이 갖춰져 있다는 것. 둘째 연구-창업기능을 해낼 공간조성이 대학내에 예약돼 있다는 것이다.
 

대구 도심에 제2 판교밸리 구축…1만개 일자리 창출

대구판 판교프로젝트는 2022년 '도심융합특구' 조성이란 이름으로 문재인정부에서 국토부사업으로 추진이 확정돼 있다. 전국 5곳에 판교급 밸리를 구축하는게 사업의 골자로 대구가 가장 먼저 선정됐다. 당시 국토부와 LH관계자는 후보지 현장실사에서 "이 정도의 조건과 학교 위치 등을 감안할 때 입지가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3년 관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예산도 확보됐다. 이 사업의 목표는 일자리 10000개 창출(2030비중 60%)이다.
 
경북대는 글로컬 기획서에서 이 사업을 직주문빌리지(직장주거문화)란 이름으로 좀 더 구체화시켰다. 팹리스와 자율로봇 등 고부가가치 신산업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 캠퍼스혁신파크(RISE연계), 지역중소기업 디지털전환, 팹리스지원센터(산업부), 스마트 서비스로봇 실증(국토부) 등의 가용한 콘텐츠를 갖췄다고 밝혔다.
 
학생과 연구자들이 가정을 이루고 살 기반으로 파워Dorm, 청년연구자Pay.Pass도 구축한다.

경북대가 대구 기반 산학연 혁신클러스트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해내기 위해 학교내부에 건축하려는 캠퍼스혁신파크허브 건물. 사진과 동일한 형태로 건축물을 지을 예정이다. 경북대 제공  경북대가 대구 기반 산학연 혁신클러스트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해내기 위해 학교내부에 건축하려는 캠퍼스혁신파크허브 건물. 사진과 동일한 형태로 건축물을 지을 예정이다. 경북대 제공 
법이 있고 계획이 있다고 판교가 하루아침에 뚝딱 떨어지는 건 아니다. 사업의 마중물은 대학교가 내놨다. 경북대는 산격동 캠퍼스 소운동장 부근 부지를 도심첨단산업지구로 지구 지정을 마치고 캠퍼스혁신파크 조성 준비를 완료했다.
 
김현덕 전자공학부 교수는 "학교부지는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있고 도심에 산업단지를 만들게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지구지정을 마쳐 이것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캠퍼스내에서 ▲공장 입주 ▲건물의 기업 임대 ▲학교기반 창업기업 유치가 가능하게 됐다. 게다가 그 부지에 산학연 혁신허브 건물도 신축 중이다. 마중물인 도심내 첨단산업지구 조성이 이뤄지면 네이버 같은 우량기업 유치가 가능하고 덩달아 인재들이 몰리고 신산업 클러스터의 조성이 본궤도에 오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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