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에 텅 빈 거리…쪽방촌 "돈 없어 에어컨 못 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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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고양시 최고 37도 불볕더위
거리는 텅 비었고, 워터파크로 사람 몰려
월세 마련도 빠듯한 쪽방촌 "선풍기로 버텨"
무더위 취약 노인층은 경로당으로 피신

19일 낮 최고기온 37도를 기록한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공원을 찾은 일부 시민들이 햇볕을 피해 그늘 아래 앉아 있다. 고무성 기자19일 낮 최고기온 37도를 기록한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공원을 찾은 일부 시민들이 햇볕을 피해 그늘 아래 앉아 있다. 고무성 기자
낮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은 19일. 평소 산책하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던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은 오전부터 시작된 불볕더위에 텅 비어 있었다.

그늘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아 햇볕을 피하고 있던 김모(75)씨는 "오늘 여기 고양시가 가장 덥다고 들었다"라며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더워서 땀이 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수공원에 자주 놀러나오는데 그나마 그늘에 있어서 낫다"고 덧붙였다.

고양시 한 대형 쇼핑몰 워터파크에는 더위를 식히려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아들과 함께 워터파크를 찾은 장진희(41)씨는 "오늘 너무 더워서 아들이랑 아들 친구랑 데리고 수영장으로 왔다"라며 "학교에는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고양시 낮 최고기온은 37도로 예보됐다. 서울과 대전, 광주 역시 35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쪽방촌 사람들 "살기 힘들어서 왔는데 에어컨은 없죠"

19일 수원의 한 쪽방촌. 세입자들이 방 문을 열고 열기를 식히고 있다. 정성욱 기자19일 수원의 한 쪽방촌. 세입자들이 방 문을 열고 열기를 식히고 있다. 정성욱 기자
월세를 마련하기도 빠듯한 쪽방촌 사람들에게는 온몸으로 견디는 것 외에는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이날 오후 경기 수원의 한 쪽방촌. 김모(62)씨는 낡은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작은 열기라도 줄이려는 듯 김씨는 반팔, 반바지 차림에 전등을 끈 채로 더위를 버티고 있었다. 김씨는 "덥다. 그래도 버텨야지 방법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씨가 머물고 있는 이곳 쪽방촌은 선불금 30만원을 내면 한 달을 지낼 수 있다. 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이들이 몸을 맡기는데, 김씨 역시 월세를 아끼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조경업체에서 일용직 형태로 일하는 김씨는 최근 부상으로 일주일째 일을 나가지 못하면서 형편이 더욱 빠듯해졌다. 김씨는 "여기에는 살기가 힘들어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라며 "에어컨을 쓰려면 본인이 갖고 와야 되는데 돈이 없어서 못 산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세입자는 냉수 목욕으로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더위나기 방법을 묻는 질문에 한 세입자는 "너무 더워서 지금 목욕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는 곧장 공용 욕실로 들어갔다.

무더위 취약층들도 '헉헉'…"경로당으로 피신"

19일 김포시 걸포동 경로당에서 유화종씨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박창주 기자19일 김포시 걸포동 경로당에서 유화종씨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박창주 기자
때이른 폭염에 노인들도 더위를 피해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쯤 35도까지 치솟은 김포시 걸포동의 한 농촌 지역. 대체로 한적한 분위기 속에 뙤약볕 아래 한 허리 굽은 할머니가 썬캡을 눌러쓴 채 보행보조기를 끌며 경로당으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경로당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할아버지방' 방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셔츠 단추가 모두 풀린 차림의 유화종(89)씨는 의자 두 개를 붙여 누운 자세로 선풍기 바람을 쐬며 TV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창문은 모기망을 남기고 모두 활짝 열린 상태였다.

외로움을 달래러 노인정을 찾는다는 그는 요새 부쩍 더워진 날씨에 평소보다 더 일찍 집을 나선다고 했다. 마음 편한 '피서지'라는 게 이유였다.

유씨는 "여기라도 나오면 사람도 만나고 에어컨도 편하게 켜서 너무 좋다"며 "그런데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안 오니까 일단 선풍기만 틀어놓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로 옆 '할머니방'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안에서는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냉기가 밀려 나왔다. 안에 있는 에어컨 온도는 25도에 맞춰져 있었다.

이곳에 방금 도착한 박안숙(87·여)씨 얼굴에서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또 다른 할머니 세 명은 안마의자에 누워 있거나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박씨는 "아침엔 다들 잘 안오고 오후 늦게 많이들 온다"며 "여기오면 에어컨도 있고 선풍기도 있고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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