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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사라진 민주당…지도부 일방 독주에 당내 '확장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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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압승에도 당 지지율 '박스권'…대선 위해 중도층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
원 구성 일방독주 시작이 '당대표 연임론'으로 인한 관례 파기 때문이란 평가도
당내 우려에도 지도부는 李 호위만…"필요하지만 과한 측면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재집권이 아닌 당대표(당권)만 바라보는 정당 같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승리 후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무 및 원내 운영에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선 갖가지 리스크와 지도부의 소통 부족 등으로 점차 불만이 쌓이는 모양새다. 정당으로서 최우선 목표는 정권 재창출인데, 지금과 같은 이 대표 일극 체제와 일방 독주가 중도층 표심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대선에선 중도층 확보 중요하단 시각…당 지지율은 '박스권'

18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내에서는 최근 당 지지율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음에도, 4·10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여전히 박스권에 갇힌 채 국민의힘과의 격차를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면접을 한 결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는 30%,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27%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는 총선 당시 이뤄졌던 지지층 결집과 중도민심 확보 간 균형이, 총선 이후 지지층 중심화 현상으로 무너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2년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총선 때보다 외연을 더 넓혀야 하는데, 현재 당이 가는 방향은 그렇지 않아 우려된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정말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면 지금처럼 당헌·당규를 개정하면 안 된다. 대선은 결국 중도층 확보 싸움인데 이 대표의 독단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이면 득이 될 게 없다"고 평했다.

하지만 현 당 지도부의 방향성에 반대하면 강성 당원들에게 '반(反) 개혁'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에 당내에서는 관련 토론이나 다양한 목소리가 공식화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당대표 사퇴 시한을 '대선 1년 전'으로 규정한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를 포함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자동 정지하는 규정을 폐지,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는 등 내용이 포함된 11개 당헌 개정 항목을 일괄 표결에 부쳤다. 안건은 투표자 501명 중 422명(84.24%)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현장 토론엔 17명이 발언자로 나섰지만 명시적인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다양성은 입법 과정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 정책위는 이미 당론으로 채택된 민생 회복 지원금, 채 상병 특검법을 포함해 56개 중점 추진 법안을 모조리 당론으로 채택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는 중이다. 지난 13일 정책 의원총회에선 23개 법안 및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급하지 않은 법안까지 수십 건 올려 토론 기회도 부여하지 않고 당론으로 채택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관련해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책 의총을 몇 번에 걸쳐 나눠서 하더라도 충분한 논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도 "당론으로 추진하고 싶은 법안이 앞으로 30여 건 남아있다"고 말해 빠른 당론화 움직임을 예고했다.

'당대표 연임론'으로 관례 깨졌단 평가…지도부는 '호위'만

22대 국회 전반기 원(院) 구성과 관련한 당의 일방적인 움직임도 중도층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여야 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자 18개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 운영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 11개 쟁점 상임위의 위원장 자리를 의석수에 힘입어 독자적으로 확보한 상태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시한 내에 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국민의 명령에 따라 일하는 국회를 만들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주요 상임위원장 선점에 대해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탓에 주요 법안이 처리되지 않았다며 법사위원장을 가져왔지만, 원내 제1당으로 본회의를 주재하는 국회의장직을 가져 온 상황에서 본회의 전 최종 관문 격인 법사위원장마저 차지하는 것은 균형과 견제의 측면에서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간 당 지도부를 역임한 의원은 상임위원장직을 맡지 않는 관례 또한 깨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사위원장을 맡은 정청래 의원은 현재 당 최고위원직을 겸임하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가 오는 8월에 열려 겸직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지도부를 결원시켜 가면서까지 관례를 따를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최고위 회의에서 연일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 정 의원이 상임위를 불편부당하게 운영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제기되는가 하면, 그가 이미 21대 국회에서 1년 동안 과방위원장을 맡았는데 다시 상임위장을 맡은 것 또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전례를 깨고 연임에 나서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기준이 다 뒤집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 대표는 당대표직에 재도전을 할 경우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당원권 강화 작업의 지속, 대선까지 당의 안정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대응 등을 위해서 연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온다. 하지만 권위주의 시대를 벗어난 이후 어떤 인물도 민주당의 대표직을 2회 연속 거머쥐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임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당대표를 연임한 사람은 1995~2000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직을 지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이 대표를 향한 '호위'는 민주당 지도부와 강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가 최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이 기소되며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되자 민주당 내에서는 검찰과 언론을 향한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이 대표는 검찰의 주장을 반영해 보도한 법조 기자들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이라 칭했는데, 양문석 의원은 "검찰 출입 쓰레기들이 기레기가 아닌 애완견이라고 높여줘도 똥오줌을 못 가리고 발작증세를 일으킨다"고 원색적 비난에 나섰고,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은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한국언론 신뢰도 31%, 아시아 11개 국가 중 최하위 기록"이라며 신뢰도를 토대로 국내 언론을 공격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검찰의 어이없는 수사 행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 대표로서는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환기 시키기 위해 언론 도한 함께 언급하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쓴 것"이라면서도 "이를 옹호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행은 일부 과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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