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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협의·이첩 준비·독촉…수사 의지 내비친 경찰의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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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해병대수사단이 수사 결과를 계획대로 공개했다면, 국방부 장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돌이켜보면 '채 상병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지 않을 지점들이 있었다. 경찰의 선택 역시 뼈아프다.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8월 2일 해병대수사단이 들고 온 채 상병 사건을 그대로 군검찰 손에 쥐어 돌려보냈다. 그 결과, 경찰은 진상 규명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됐다. CBS노컷뉴스는 경찰을 중심으로 채 상병 사건의 이첩과 회수 과정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경찰은 왜 '채 상병 사건'을 돌려보냈나②]
수사결과 이첩 '7월31→8월1일→8월2일' 변경…긴밀 논의
"지체되면 경북청서 수사 착수할 수밖에 없다" 독촉하기도 한 경찰
그런데 8월 2일 국방부 검찰단에 수사기록 그대로 넘겨줘
이첩 회수 당시 대통령실-국수본 통화…이후 국수본-경북청 통화
당시 경북청 관계자 "항명 사건으로 이해해 기록 돌려줘…대통령실 연락 없었다"


▶ 글 싣는 순서
①[단독]경찰, '채 상병 사건' 이첩 공문 받고 3주 동안 방치했다
②3차례 협의·이첩 준비·독촉…수사 의지 내비친 경찰의 변심
(계속)

지난해 8월 '채상병 사망 사건'을 초동 수사한 해병대수사단과 경북경찰청이 사건 이첩 일정을 최소 세 차례 조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자신들도 별도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며 해병대 측에 사건 이첩을 독촉했다는 사건 관련자 증언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군검찰 내부 수사보고 자료에는 해병대수사단과 경북경찰청이 채 상병 사건 이첩 시기를 지난해 8월 2일로 결정하기 전 세 차례 조율을 거친 정황이 포착됐다.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군검찰 조사에서 "최초 장관 보고 때는 월요일(7월 31일)로 민간 경찰과 협의했는데 언론브리핑 일정과 겹쳐 화요일(8월 1일)로 조정했고, 국회 설명 일정이 갑자기 생겨 다시 수요일(8월 2일)로 협의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해병대 관계자 조서에는 경북경찰청과 해병대가 사건 이첩 시기를 조율한 최초 시점도 정확히 나온다.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A팀장이 지난해 7월 20일 변사자 검시 때 사건 이첩 시기를 해병대에 처음 문의했다가 다시 나흘 뒤인 7월 24일 해병대에 연락해 "다음 주 초반 사건을 넘겨 주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병대 관계자 조서에는 "사건이 지체되면 경북청에서 (별도로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며 이첩을 독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북경찰청이 해병대와는 별도로 사실상 내사를 벌였다는 정황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박 전 단장은 "경찰에서 내사를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아는데 (이첩) 마지노선을 수요일로 해서 일정을 협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경북경찰청 제공경북경찰청 제공
경찰도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조사활동을 벌인 사실 자체는 시인했다. 복수의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군 검찰에 "(이첩 전) 이 사건에 대한 내사나 진정 등 수사를 진행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향후 수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첩 이후를 대비해 법리 및 판례 검토, 자료 수집 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해병대가 경찰에 사건 기록을 넘기면서 '수사 외압'을 언급한 진술도 곳곳에서 나온다. 해병대수사단 관계자는 사건을 경찰에 이첩할 당시 경북청 수사팀에 "외압이 있었던 것 같다. 사단장을 혐의에서 빼라고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외압에도 저희는 흔들리지 않았다고"고 귀띔했다고 진술했다.  

또 경찰 관계자도 군검찰에 "(해병대 측이) 피혐의자 중 특정인을 제외하라는 외압이 있었다는 언급을 했다"고 말했다. 제외하라는 특정인이 사단장 등 지휘부라는 것을 "이첩 때 해병대로부터 들은 것인지, (아니면)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들었는지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채 상병 사건에 강한 수사 의지를 보이던 경찰은 해병대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뒤 반나절 만에 군검찰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등 외압이 작용한 결과라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대통령실이 지난해 8월 2일 사건 이첩 직후 분주하게 움직인 흔적 등이 의혹의 근거다. 이날 낮 12시쯤 사건기록 이첩이 완료된 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경북경찰청 당시 수사부장에게 전화해 "국방부가 사건 기록 회수를 원한다"는 취지로 말하며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개했다. 이 국수본 관계자는 그보다 앞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슷한 시점에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해병대 대령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비서실장과 통화를 시도한 흔적도 나왔다.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해병대가 채 상병 사건 이첩을 계기로 차례로 긴박하게 교감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지난해 7월 해병장병 수색 현장. 연합뉴스지난해 7월 해병장병 수색 현장. 연합뉴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경찰의 사건 이첩 과정 전후를 면밀히 살피는 과정에서 국수본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수사의 큰 줄기가 국방부 지휘부 등 윗선으로 향하면서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지만, 채 상병 사건의 이첩과 회수 과정에서의 석연찮은 지점들을 규명하는 것은 이 사건 수사의 핵심 중 하나라고 관련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해 당시 경북청 관계자는 "당시에는 해병대수사단의 항명 사건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서 군 검찰단에 수사자료들을 돌려준 것이다. 증거물을 군 검찰단이 확보하도록 한 것"이라며 "만약 해병대 수사단이 진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수사결과를 이첩했는데, 이걸 다시 해병대 수사단에 돌려주면 곧바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당시 기록 회수는 짧은 시간 안에 이런 종합적인 상황 등을 고려했고, 내부 회의까지 거쳐 내린 결정이어서 문제가 없었다"면서 "대통령실에서 따로 연락을 받은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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