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배달 오토바이를 몰던 50대 남성과 추돌 후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진 20대 여성 안모씨. 연합뉴스검찰이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앞서가던 배달 기사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 클럽 DJ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해당 DJ는 재판부에 75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검찰은 "사고 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무엇을 반성하느냐"라고 질책했다.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지영 판사 심리로 열린 유명 DJ 안모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도주치상 등 혐의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15년과 벤츠 차량과 열쇠를 몰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생명을 침탈하는 결과가 발생했지만,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죄질이 매우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안씨는 올해 2월 3일 오전 4시35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21%의 만취 상태로 자신의 벤츠 차량을 몰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재차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50대 배달 기사 A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술에 취한 피고인은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 승용차를 들이받는 1차 사고를 내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다. 이후 과속해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며 "앞 유리에 부딪힌 피해자는 도로로 떨어지고 배달박스는 공중으로 솟구쳤다. 피해자는 엄청난 육체적 고통과 예견치 못한 죽음을 받아들일 극한의 정신적 고통도 겪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무수한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는 죄를 돌이켜보고 깊이 반성하기보다 유리한 양형을 위한 표면상 이유"라고 짚었다. 시민 1500여 명의 엄벌 탄원서가 제출됐다고도 했다.
이날 구형 전 피고인 신문도 진행됐다.
안씨 측은 1차 사고에서는 도주 의사가 없었고, 2차 사고는 피해자의 과실이 있다는 취지로 재차 주장했다.그 근거로 1차 사고 이후 피해자와 6~7분 정도 대화를 나눴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차량 번호판을 촬영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사망 사고 피해자가 2차선으로 운행하다 1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할 때 깜빡이를 켜지 않아 감속 등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이 "오토바이가 1차선으로 주행한 것이 피고인이 차로 쳐도 될 만큼 잘못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안씨는 "제가 잘못했다"고 답했다. 안씨가 75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을 두고 검찰이 "사고 당시 기억이 안 나는데 무슨 반성을 하느냐"고 질문하자, 안씨는 "제가 한 일은 맞으니, 기억이 나지 않아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안씨는 이날 최후 변론에서 "당시 공연 일정이 없는 시기로 생활에 지장이 있어 생계 유지를 위해 자리에 참석했다. 술을 거절하지 못해 주량을 넘겼고,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생명을 잃은 피해자에게 무릎 꿇고 사죄한다. 가족을 잃는 고통을 감내하는 유가족에게도 죽을 죄를 지었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봉사를 통해 세상을 배워나가겠다"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안씨 측 변호인은 "옛말에 '사람은 열 번 다시 된다'고 한다. 피고인이 중대 범죄를 저질렀지만, 형벌의 목적이 응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 사회복귀라는 더 큰 목적이 있다"며 "피고인은 매일 반성문을 쓸 정도로 반성한다. 집안 형편이 어렵지만, 형사 합의를 위해 공탁을 했다. 이같은 사정을 참작해 집행 유예 등 관대한 처벌을 해달라"고 했다.
안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