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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가격 인상의 달?…"한번 오르면 왜 안 내려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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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미뤄왔던 가격 인상 6월부터 단행
빼빼로·김·사이다·간장 등 모두 인상
문제는 인상 속도와 다시 내려오지 않는 가격
전문가들 "기업들 현실 이해하지만 비용 혁신 더 노력해야"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NOCUTBIZ

국내 식품·외식업체들이 정부 압박에 미뤄왔던 제품 가격 인상을 6월에 일제히 단행한다. 김, 간장, 치킨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재료와 외식 음식은 물론, 면도기, 건전지 등 공산품까지 전방위적으로 가격이 올라 가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현실적으로 가격을 다시 내리는 선택을 하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
 

빼빼로, 김, 사이다, 면도기, 건전지 모두 인상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의 급등으로 이날부터 초콜릿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 구체적으로 빼빼로(54g)는 1700원에서 1800원으로, ABC초콜릿(187g)은 4780원에서 5280원으로, 가나마일드(70g)는 1920원에서 2240원으로 오른다.
 
글로벌 작황 부진과 K푸드 인기에 따른 글로벌 수요 증가로 김 가격도 이달부터 오른다. 동원F&B는 양반김 전 제품 가격을 평균 15% 인상한다. 주요 제품인 '양반 들기름김(식탁 20봉)'은 9480원에서 1만 980원으로 15.8% 오른다.
 
롯데칠성음료도 이날부터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델몬트 주스, 핫식스, 게토레이 등 6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다. 샘표식품은 이달 중순 간장 제품 30종의 가격을 평균 7.8% 올릴 예정이다.
 
면도기, 건전지 등 공산품 가격도 일제히 오른다. 질레트 마하3 면도기 가격은 1만 3100원에서 1만 4500원으로, 듀라셀 건전지 AA 2개는 4300원에서 4700원으로 인상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가격…BBQ, 인상 시기 나흘 연기

 

문제는 가격 인상 속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404만 6천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식 물가는 3.8%, 가공식품은 2.2% 각각 올랐다. 소득 증가 폭보다 먹거리 가격 상승 폭이 더 컸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한번 오른 가격이 다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는 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벌써부터 소비자 단체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 품목들도 있으니 음식 가격을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등 10여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협의회는 지난달 30일 "한국육계협회의 육계(9~10호) 시세는 작년 평균 4403원에서 올해 1~5월 3771원으로 평균 14.4% 하락했다"며 "주요 원재료인 닭 시세는 하락하고 있는데 기타 원·부재료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다는 것은 업체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는 치킨 가격 인상 날짜를 오는 4일로 또다시 연기했다. BBQ는 황금올리브치킨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지난달 23일부터 3천 원 올린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31일로 8일간 늦춘 데 이어 인상 시기를 나흘 더 연기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요구를 받아들여 최대한 참았다가 이번에 최소한으로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며 "설사 다시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도 그 사이 최저임금이나 다른 원·부재료 가격이 상승해 결국 소비자 가격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비용 혁신해야"…"먼저 가격 낮춰 차별화할 수도"

 
전문가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현실적으로 가격을 다시 내리는 선택을 하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
 
단국대 경영학과 정연승 교수는 "기업이 일단 힘들게 가격을 올렸고, 이후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가격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면서 "원가라는 것이 다양한 직접비와 간접비가 들어가는 문제인 만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가 없으니 결국 기업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식품·외식업계가 여전히 과점 체제이기 때문에 서로 먼저 가격을 내리지 않는 한 한번 오른 가격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들이 최저임금을 운운하기보다 공장 자동화를 적극적으로 하는 등 비용 혁신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이커머스 업계에서 중국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낮은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듯, 고금리·고물가 시기에 알아서 먼저 가격을 낮추는 업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경쟁이 아주 치열한 식품업계에서는 가격을 먼저 낮춰 저(低)가격을 차별화 포인트로 소비자들에게 소구하는 업체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결국 프리미엄 시장과 초저가 시장만 성장하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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