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올해 1분기 한국의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아래로 떨어졌다. 가계부채가 GDP 100% 이하로 밑돈 것은 3년 반 만이다.
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98.9%로 가장 높았다. 이어 홍콩(92.5%)·태국(91.8%)·영국(78.1%)·미국(71.8%) 순이었다.
한국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였다. 2020년 3분기 100.5%로 올라간 뒤 2022년 1분기에는 105.5%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3년 반만에 100% 비율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 가계부채는 101.5%에서 2.6%포인트 감소했다. 홍콩(-3.8%p), 영국(-3.5%p), 미국(-2.8%p)에 이어 네 번째로 내림폭이 컸다.
저금리, 부동산과 주식 투자 등으로 가계부채가 급등해다가 고금리 기조가 최근 이어지면서 빚 거품이 다소 꺼진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해 8월 이창용 한은 총재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안정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현재 100% 이상인 이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IIF는 보고서에서 "세계 부채 규모가 올해 1분기 1조3천억달러 늘어 사상 최대인 전체 315조달러(GDP의 333%)를 기록했다"며 "증가의 주요 원인은 중국·인도·멕시코 등 신흥시장 때문인데, 반대로 한국·태국·브라질의 경우 총부채 규모(미국 달러 환산)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 부채는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비 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23.0%로 1년 전과 같았다.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곳은 홍콩(261%)·중국(170.6%)·싱가포르(127.2%)뿐이었다.
정부 부채는 한국이 GDP 대비 47.1%로, 22위에 자리해 중하위권 수준이었다. 1년 전보다 0.1%p 떨어졌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31.0%)이었고, 싱가포르(172.0%)·미국(120.0%)·아르헨티나(117.7%)가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