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핵심 피의자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오는 4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에 이어 김 사령관까지 지난 1월 압수수색 대상자인 핵심 사건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 수사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핵심 관련자 동시다발 소환…잠잠하던 수사 급물살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최근 사건 관계인 다수와 동시 다발적으로 출석 일정을 조율하며 수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공수처는 이미 지난달 말 유재은 관리관과 전날 박경훈 전 직무대리를 불러 수사 외압 의혹에 관한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 공수처는 오는 4일 예정된 김계환 사령관 조사가 이뤄질 경우 넉 달 전 압수수색을 받은 주요 피혐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일단락되는 셈이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연합뉴스
가장 먼저 공수처에 출석한 유 관리관은 지난해 7월 말 임성근 전 사단장 등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넘길 무렵 수사단에 "혐의자 및 내용을 특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윗선의 지시에 반하는 수사 자료를 경찰에서 회수해오는 과정에도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박 전 직무대리는 해병대 수사단 사건 기록을 경찰로부터 다시 넘겨받아 검토해 기존 8명이던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인 당사자다. 이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이 혐의 선상에서 빠졌다.
김 사령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 등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하자 이첩 보류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 군사법원 재판에서 "(이종섭) 장관 지시가 없었다면 (결과를) 정상 이첩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의혹 정점 이종섭 소환 임박…신범철 전 차관도
공수처는 유 관리관과 박 전 본부장, 김 사령관 등을 상대로 지난해 해병대원 수사 외압 의혹의 밑그림을 완성한 뒤, 외압 의혹의 '정점'인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소환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지명된 지난 3월 7일 공수처에 출석해 4시간가량 약식 조사를 받고 호주대사로 부임했다. 당시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판단한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다시금 소환해 대통령실과의 의견 조율 및 전달 과정과 외압 의혹 전반에 대한 진상을 규명할 계획이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연합뉴스공수처가 이 전 장관보다 먼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소환할 가능성도 있다. 신 전 차관은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충남 천안갑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지난 1일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그는 김계환 사령관에게 여러 번 전화해 경찰로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이 전 장관 지시를 따르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공수처는 해병대 수사단이 과실치사 혐의자로 특정했다 추후 경찰 재이첩 과정에서 빠진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소환도 진상 규명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상병특검법)'을 국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엄중 대응'을 예고하고 나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검 도입을 놓고 대통령실과 야당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당분간 이어질 공수처 수사에 이목이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