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案' 없이 연금개혁 선포한 정부…이제 와 공론화 결과는 '비토'?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지난해 10월 말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 발표 시 모수개혁은 완전히 빠져
'특위 논의 지원하겠다'더니…'보장강화' 선택한 공론조사 결과에 사실상 반대
野·시민사회 "공론화위 설치는 당정이 요구한 것…시민대표 논의결과 존중하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1일 오후 국회에서 개최한 '2024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 분석' 기자간담회. 연금행동 제공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1일 오후 국회에서 개최한 '2024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 분석' 기자간담회. 연금행동 제공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공론화를 통해 '더 내고 더 받는' 쪽으로 국민연금 개혁의 가닥을 잡았지만, 현 21대 국회에서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회기가 종료되는 이달 29일까지 4주도 채 남지 않은 데다, 어렵사리 도출된 개혁안도 당정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을 개혁하려는 목적이 제도를 지속 가능케 하는 '재정 안정'이라 보는 시각에서 '더 받는' 안(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특히 취임 초부터 '3대(노동·교육·연금) 개혁'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꼽아 온 윤석열 대통령이 영수회담에서 이를 차기 국회로 넘겨야 할 것 같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정과제 이행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야권과 시민사회계에서는 애당초 대략적인 모수개혁안조차 내놓지 않은 당정이 이제 와 시민들이 결정한 선택지를 '비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가 진행한 시민대표단 투표에서 최종(3차) 조사에 참여한 492명 중 56.0%는 1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에 찬성했다. 요율은 올리되, '받는 돈'은 현행을 유지하는 2안(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은 42.6%가 지지해 오차범위 이상의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해 내내 전문가들이 양분해 충돌한 2가지 노선 중 재정안정이 아닌 소득보장 강화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확연히 엇갈렸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지난달 30일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미래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안'이라는 취지로 "지금 태어난 아가에게 '너 40살 됐을 때 소득의 43%를 낼래'라고 물으면 싫다고 하지 않겠나"라며 "10세 이하 국민들의 의견이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연금특위에 제출된 '재정추계 보고'를 통해 시민대표 과반이 선호한 보장강화안(1안)을 두고 "현재보다 재정을 더 악화시켜 재정안정을 위한 연금개혁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고 밝힌 보건복지부의 입장과 대동소이한 발언이다.
 
실제로 정부는 재정안정 진영의 전문가들이 밀었던 2안에 대해서는 "보험료율은 인상하되 소득대체율을 유지해 현재의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완전히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참여연대와 양대노총 등 30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이 "지극히 편파적"이라며 반발할 정도로 부정적 의견을 확고하게 밝힌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주무부처가 직접 특정한 개혁안을 낼 경우, '연금특위 논의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국회로 힘든 결정을 떠넘긴 정부가 '훈수'를 둘 입장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복지부는 작년 10월 말 '정부 차원의 개혁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 최대의 관심사였던 '얼마나 내고 받을지' 등은 전혀 담지 않아 '맹탕'이란 비판을 받았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점진적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 보험료율에 대해선 '세대별 차등 인상', 명목 소득대체율과 관련해서는 '인상 여부를 계속 검토하겠다'는 정도로 언급한 것이 거의 전부다. 단일안은 고사하고 최소한 연금재정계산위원회의 최종 시나리오 24개를 몇 가지로 압축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당시 복지부는 이에 대해 "의견이 다양한 만큼 (향후 국회)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논의자료를 충실히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연금특위 논의를 '배후 지원'하고자 했다면 이번 공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나, 이제 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뒤늦게 정부가 생각하는 '답정너 개혁안'(재정안정안)을 들고 나오기 위한 밑작업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21대 국회에선 (연금개혁이) 어려우니 22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국민에게 떠넘겼다'며 공론화에 소극적이었던 야당이 되레 당정을 재촉하면서 개혁의 '주객'이 바뀌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우측)이 1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우측)이 1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전날 국회 간담회에서 "연금개혁은 보통 정부가 주도하고 여당이 맞장구를 치면서 야당을 압박하는 게 지금까지 흔히 봤던 모습인데, 이번에는 야당이 책임 있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부는 뒷짐 지며 국회에 공을 떠넘긴 상태에서 여당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자꾸 지연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할 일은 공론조사에 대해 시비를 걸고 '누가 이겼냐', '옳고 그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찾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안정된 노후를 위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21대 국회에서 꼭 연금 개혁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금 문제의 당사자인 시민 숙의를 통해 결론을 내자는 제안을 한 주체는 여당이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연금행동 정용건 공동집행위원장은 "저희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지, 공론화위 설치는 정부·여당이 요구해서 이뤄진 결과"라며 "시민대표단 투표는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었다. 편견이 없는 국민들을 임의로 모아 학습해서 논의한 결과를 제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론화 초반엔 재정안정안 지지가 더 우세했던 점을 들어 "저희도 (결과가) 이렇게 나올지는 몰라 깜짝 놀랐다. 거꾸로 나왔더라도 존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당정이 시민대표단의 의견을 존중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0

0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