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시리즈 당시 환호하는 LG 염경엽 감독. 연합뉴스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지난해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17년 LG에 입단한 고우석은 작년까지 줄곧 팀의 뒷문을 책임졌다. 그토록 염원하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LG에 안겼고 이후 메이저 리그(MLB) 사무국의 신분 조회 요청을 받아 미국으로 진출했다.
공백을 메울 선수로는 여러 명이 거론됐다. 우완 사이드암 정우영부터 묵직한 강속구를 자랑하는 백승현, 한국시리즈에서 제 역할을 다해낸 유영찬 등이다. 여기에 함덕주, 박명근 등도 차기 LG의 클로저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고우석이라는 큰 존재가 빠졌어도 그 자리를 메울 재목은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LG 불펜은 어느 팀보다도 두터웠다.
특히 LG 불펜진이 가장 빛났던 경기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 kt 위즈전이었다. LG는 1회부터 4점을 내주고 경기를 시작했고 곧장 불펜을 가동했다. 이정용, 정우영, 김진성, 백승현, 유영찬, 함덕주, 고우석 순서로 마운드에 올라왔고 추가 실점 없이 8⅔이닝을 버텼다. 결국 이 경기는 극적으로 LG가 5 대 4 역전승을 거뒀다.
LG 염경엽 감독. 연합뉴스
그러나 2024시즌이 시작된 이후 염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불펜이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투수가 그토록 많았던 LG 불펜진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염 감독은 지난 18일 "지금 가장 힘든 건 작년 필승조에서 6명이 빠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운영을 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LG는 지난해 고우석, 이정용, 함덕주, 정우영, 김진성, 백승현, 유영찬까지 7명으로 구성된 필승조를 꾸렸다. 고우석은 앞서 말했듯이 미국으로 떠났다. 이정용은 상무에 입대했고, 함덕주는 1월 좌측 팔꿈치 미세 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6월이 넘어서야 복귀할 전망이다.
정우영 역시 팔꿈치 수술 후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여기에 김진성은 감기로, 백승현은 어깨에 이상을 느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태다.
즉 작년 필승조에서 경기에 정상적으로 뛸 수 있는 선수는 유영찬 1명뿐이다. 하지만 유영찬마저도 시즌 초반부터 고우석의 대체자로 낙점받아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역투하는 LG 마무리 투수 유영찬.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염 감독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염 감독은 "스프링 캠프 때부터 준비했던 김유영, 윤호솔, 김대현, 성동현, 이지강 등 기대했던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면 좀 나은데 아직 자리를 못 잡고 있다"며 "생각대로 안 된다. 그래서 야구가 어려운 것"이라고 털어놨다.
염 감독은 신인 투수들에게도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부여하며 불펜 투수를 찾고 있다. 지난 18일 롯데전에서 정지헌과 이종준이 프로 데뷔전을 치른 것. 그러나 정지헌은 ⅔이닝 동안 5타자를 상대하며 1볼넷, 1안타를 허용했고 2점을 내줬다. 이어 올라온 이종준은 1이닝을 던지며 실점은 없었지만 2루타를 허용하기도 했다.
선발진 다음 공을 이어받을 마땅한 선수가 없는 상황. 그래서 염 감독은 선발 투수들이 더 많은 이닝을 버텨주길 바란다. "겨우 버티고 있다. 당분간은 선발 투수들이 역할을 해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어 "3이닝, 4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와 버리면 (현재 불펜진으로는) 남은 이닝 투수 구성을 하기가 힘든 상태"라고 강조했다.
염갈량은 위기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디펜딩 챔피언 사령탑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