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연합뉴스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총선이 끝난 바로 다음날인 지휘 서신을 통해 "하루하루 숨쉬기도 벅차기만 하다"는 심경을 토로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사령관은 4월 11일자로 해병대 부대원들에게 보낸 열한 번째 편지에서 "해병대사령관은 영광스럽고 명예롭지만 무겁고도 두려운 직책"이라며 "특히 요즘은 하늘조차 올려다보기 힘든 현실이 계속되고 있어서 하루하루 숨쉬기도 벅차기만 하다"고 밝혔다.
김 사령관은 "하지만 선배 해병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쌓아놓은 금자탑을 더욱 소중하게 가꾸어야 하기에, 시간시간 숨 쉬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그것이 비록 사령관에게 희생을 강요하더라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안타까운 전우의 희생은 핵폭풍급 파급 효과와 더불어 법적 다툼으로 인해 국민적 이슈로 치솟아 올랐다"며 "해병대가 정쟁의 회오리 속에서 요동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령관은 "내외부의 상반된 목소리는 해병대에 부담을 가중시키고만 있다"며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 가득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현재 상황이 누가 이기고 지는 시소게임이 아니라 해병대가 무조건 불리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계환 사령관의 이같은 심경 토로는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이 압승함에 따라 채상병 사망사건에서도 일대 회오리가 몰아칠 것임을 걱정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거나 "그것이 비록 사령관에게 희생을 강요하더라도 시간시간 숨 쉬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는 고백은 김 사령관의 심중에 무언가 큰 '결단'을 해야 하는 것을 암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일각에서는 야당의 총선 압승으로 채상병 특검법 통과가 거의 확실시되고, 호주로 도주했던 이종섭 전 장관도 대사를 그만둘만큼 상황이 악화된 상태에서 해병대사령관도 조직보호를 위해 '사건 진실'을 고백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김 사령관은 편지 말미에서 자신의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해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는 것처럼 해병대사령관이 전우들의 방파제가 되어 태풍의 한 가운데서도 소중한 가치를 놓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해병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계환 사령관의 지휘서신 전문이다.
황진환 기자격랑에도 흔들리지 않는 해병대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해병대는 태생부터 도전의 역사였습니다. 제대로 된 장비, 군복도 없었고, 먹을 것도 부족하였지만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강의 부대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격랑 속에서도 해병대는 도전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반드시 승리하는 필승의 전통을 수립하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전우의 희생은 핵폭풍급 파급효과와 더불어 법적 다툼으로 인해 국민적 이슈로 치솟아 올랐습니다. 해병대가 정쟁의 회오리 속에서 요동치고 있습니다. 내외부의 상반된 목소리는 해병대에 부담을 가중시키고만 있습니다.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와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합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현재의 상황이 누가 이기고 지는 시소게임이 아니라 해병대가 무조건 불리하고 지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분명히 축대를 지렛대로 세우고 좌우길이를 같게 해놓은 시소라 할지라도, 결국은 한쪽으로 치우쳐야 하는 결과는 해병대에게 큰 아픔과 상처로 남겨질 것이 자명한 현실입니다.
이에 우리는 집단지성으로 냉철하고도 담대하게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는 미래 역사에 기록될 해병대 도전극복의 또 다른 역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령관은 그 어떤 과정과 결과도 겸허히 받아들일 것입니다.
여러 번 밝혔듯이 해병대사령관은 영광스럽고도 명예롭지만 무겁고도 두려운 직책입니다. 특히 요즘은 하늘조차 올려다보기 힘든 현실이 계속되고 있어서 하루하루 숨쉬기도 벅차기만 합니다. 하지만 선배해병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쌓아놓은 금자탑을 더욱 소중하게 가꾸어야 하기에, 후배 해병들에게 더 빛난 해병대를 물려주기 위해. 시간시간 숨 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비록 사령관에게 희생을 강요하더라도.
누군가 던져놓은 가시밭길이라도 주저함이 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사령관으로서 남은 기간, 그리고 해병대라는 명예를 짊어지고 있는 기간 여전히 절제하면서도 해병대만 생각하고, 해병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최고의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이것은 해병대사령관으로서의 다짐입니다.
물령망동 정중여산
우리의 소중한 전우가 하늘의 별이 된 지 벌써 9개월이 지났지만, 우리에게 남겨긴 것은 무엇입니까. 고인의 부모님 당부조차 들어드리지 못한 채, 경찰, 공수처, 법원의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해병대 조직과 구성원에게 아픔과 상처만 있을 뿐입니다. 아니, 결과가 나와도 다시 한번 정쟁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해병대 구성원 모두는 이에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사령관을 포함한 관련 인원이 감당해야 할 몫이며, 필요시 해병대사령부에서 대응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흔들림에도 거리낌없이 해병대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각각의 위치와 직책에서 해야 할 것만 제대로 해야 합니다. 국가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해병대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더 큰 믿음을 줌으로써 '다시한번 해병대'의 가치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태산같이 무겁게 행동하라는 의미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외부의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은 해병대 깃발 아래 일치단결하여 국가를 방위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한 최강의 부대가 되는 것입니다. 이에 현행작전은 물론 교육훈련과 군기강 확립, 안정된 부대관리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승리하는 정직한 해병대를 위해 충분하면서도 담대하게 주어진 책무를 다함으로써 호국충성 해병대를 완성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
현재의 상황은 전우를 잃고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람이라는 소중함을 절실히 느껴야 할 시기입니다. 작전이든 훈련, 운동 경기든 간에 사람없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조직에 대한 사랑을 갖게 해줘야 합니다. 비록 지금은 잘 모르더라도 해병대를 떠난 이후에도 조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현역과 예비역 한명 한명이 해병대의 큰 자신이 될 것입니다. 사령관 역시 해병대 구성원들을 믿고 직책을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람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인생의 첫 번째에 둘 것입니다.
다시 한번 해병대,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해병대라는 깃발은 결코 쉽게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피와 땀으로 얼룩진 무거운 깃발임을 명심하고, 하나되어 굳게 뭉쳐 서로를 지켜내는 소속감과 전우애를 함양해야 합니다. 노력과 희생, 절제와 솔선수범으로써 해병대다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리고 호국충성 해병대를 완성하기 위해 다시 한번 해병대를 소리높여 외쳐야 합니다. 이것이 해병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비록 현실은 어렵지만,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를 삼아 더욱 높이 비상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중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바다는 제 아무리 굵은 소낙비가 와도 그 누가 돌을 던져도 큰 파문이 일지 않듯이 자신의 중심을 굳건하게 지켜나가라는 메시지입니다. 사령관이 전우들의 방파제가 되어 태풍의 한 가운데서도 소중한 가치를 놓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해병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해병대 창설식에서 주장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자유를 수호하는 역사를 창조하도록 조력할 것입니다.
지난 75년의 역사보다 더욱 밝고 찬란한 75년 후를 그려보며. 전우들에게 소통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사령관이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전우들을 위해 열한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2024년 4월 11일
해병대사령관 해병중장 김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