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연합뉴스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대승을 거둔 가운데 '단독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12석 돌풍'의 주역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간 향후 관계 형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고리로 큰 틀에서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정국 주도권을 두고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의 '사법리스크'와 '비명횡사' 공천 논란 위기를 딛고 총선 대승을 이뤄낸 만큼 차기 대권주자로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국 대표 또한 두 자릿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해 순식간에 국회 원내 3당을 달성한 만큼 유력한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제치고 득표율 1위를 달성한 만큼 민주당 입장에선 위협적인 동반자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민주-조국혁신당 22대 국회서 '尹 정권 공세' 고리로 '협력'
민주당은 총선 직후인 11일, 남은 21대 국회 임기 내 채상병 특검 처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총선 압승의 기세를 몰아 윤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특검법이 4월 3일 자로 (본회의에) 올라가 있는데 그게 '쟁점이 될 것이다, 큰 과제다'라는 얘기가 있었다"며 "가능하면 5월 말 마무리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으면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총선 이후 가장 먼저 검찰과 윤석열 대통령 일가를 겨눴다. 그는 이날 당선자들과 함께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를 즉각 소환 조사하라"며 윤 대통령 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두 당이 '윤 정부 개혁'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는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큰 틀에선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비례의석까지 독자적으로 과반을 달성해 22대 국회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추진하는 데 무리가 없는 거야(巨野) 정당이 됐다. 여기에 조국혁신당(12석)의 도움을 받으면 187석이 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과시킬 조건까지 충족해 향후 대정부 투쟁 입법에 추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국 대표는 이날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하려면 민주당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지 않나"라며 "민주당과 협의해 대정부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 대표는 "조만간 민주당과 정책 협의나 원내 전략 협의를 할 것 같다"며 "공통의 목표가 아주 많기에 그 점을 적극 협력해서 신속하게 처리해야한다고 본다"고 했다.
李 "낮은 자세" vs 趙 "투쟁 선명성"…차기 대권 주도권 '기싸움'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제12차 합동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겸 선대위 해단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다만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는 말처럼 야권 내 두 지도자 사이 정국 주도권을 둔 '기싸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누가 정국을 주도하냐에 따라 대권 주자로서의 대표성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 '검찰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조 대표가 '정책 선명성'을 가지고 이 대표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공생'하는 관계지만 협력만으론 정치 지도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울 수 없다"며 "조국혁신당의 색에 맞는 정책을 가지고 민주당을 압박하는 전략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총선 이후에도 몸을 한껏 낮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출구조사 발표 직후 굳은 표정을 유지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어 11일 오전 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도 "승리나 당선의 기쁨을 즐길 정도로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당면한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며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당이 역사상 최대 의석을 차지한 만큼, 자칫 '거만한' 태도가 역풍을 불어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사법리스크'…조국 대법 실형 확정 땐 '빨간불'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향후 변수는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다. 앞서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결로 징역 2년이 확정되면 조 대표는 즉시 수감되고 형기 종료 후 5년 동안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돼 대권 도전에 빨간불이 켜진다.
현재까진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법적인 사실관계는 1·2심에서 확정되고 대법원은 법리적 판단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 대표 입장에선 자신의 대권 입지를 위해 당장 민주당과 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간다면 조 대표의 입장에선 이재명 대표의 대권 도전을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지 않겠나"라며 "사면 복권을 받은 뒤 이 대표 다음으로 대권을 노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조 대표는 최근 외신 간담회에서도 'I'm not ready(나는 아직 준비 안 됐다)'라고 말한 바 있다"며 "아직 (대권 도전)그런 이야기를 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서울중앙지법에서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위증교사 혐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 관련 의혹 사건 등 3개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중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재판이 상당 부분 진행돼 올해 안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