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국내 유명 법률사무소 출신 미국 변호사 현모씨의 '아내 살인 사건' 재판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씨 측이 증인을 구하지 못하며 큰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경찰 과학수사대에 이어 유명 법의학자를 불러 증인 신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씨는 "죽일 마음이 없었다"며 여전히 살인 고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주 재판에 나온 법의학자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오늘 '법정B컷'은 법의학자와 변호인의 설전이 벌어진 그날의 법정으로 가봅니다.
"흉기로 잔혹하게 때렸지만"…그가 본 진짜 사인은 '목 조름'
지난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 법정에 법의학자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성호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여러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린 국내 유명 법의학자죠.
살인 고의를 부인하고 있는 현씨의 주장을 깨기 위해 지난 기일에는 서울청 과학수사대 소속 경찰을 증인으로 부른 검찰이 이번에는 유성호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한 겁니다.
반면 현씨 측은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증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현씨 측은 법의학자 A교수를 증인으로 부르려고 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재판부가 현씨 측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냅니다.
2024.04.0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아내 살해 변호사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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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오늘 원래 검찰 측 의견서를 작성하신 유성호 교수와 변호인 측에서 전문가로 신청한 A교수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저희는 두 교수님의 대질도 진행하겠다고 생각하고 기일을 지정했어요. 그런데 피고인 측이 A교수에 대해서 증인 신청을 하긴 했는데, A교수가 증언을 거부하셨나 봐요?"
변호인 (고개를 끄덕끄덕)
재판부 "저희가 이 사건만 재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사건 때문에 하루를 비워 놓았습니다. 저희 재판부는 일주일에 전일(全日)을 재판하고 있습니다. 증인 신문이 안 되면 미리 연락을 주셨어야 저희가 기일을 변경하거나 다른 사건을 하죠. 저희가 연락하기 전에 피고인 측은 어떤 말도 안 하셨어요. 재판부에서 확인하려고 전화하니까 그제야 어렵다고 하셨어요.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선 난처하고 당황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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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현씨는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혼 소송으로 별거 중이던 아내를 둔기로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재판에 와서는 '죽일 마음이 없었다'며 살인 고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제 유성호 교수가 증인석에 올라 그날의 살인 현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2024.04.0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아내 살해 변호사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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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최초 가격과 관련해서 피고인이 안방과 작은방 사이 거실에서 작은방을 마주 본 상태에서 최초 가격한 것으로 추단했는데 이유가 무엇입니까?"
유 교수 "안방과 작은방 사이 바닥면에 '낙하 혈흔'이 있었고, 거실에서 가해자가 안방을 등진 채 최초 가격했다고 추정한 이유는 A구역(작은방과 안방 사이 복도)에 '낙하 연결 혈흔'이 있었고 작은 방문과 오른쪽 벽면에 '충격 비산 혈흔'이 있었습니다"
검사 "최초 가격이 있고서 작은 방으로 이동한 후에 행위에 대해선 주저앉은 피해자를 2회 이상 가격했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입니까?"
유 교수 "혈흔을 분석할 때 '정지이탈 혈흔'이 있었습니다. 또 휘두르면서 혈액이 천장으로 이탈한 '비산 혈흔'이 여러 개 발견됐습니다. 최소한 휘두름 정지 이탈, 비산 이탈이 있었고 2회 이상 가격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검사 "작은 방문 사진입니다. 여기 주변에도 충격비산 혈흔, 정지이탈 혈흔이 있는데 여기서도 추가 공격이 있었던 것인가요?"
유 교수 "네 충격비산 혈흔은 친 데를 또 치는 것이고, 정지이탈 혈흔은 한 번에 휙 지나가는 것인데 다수 발견됐다는 것은 작은 방문 근처에서도 공격이 있었다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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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가 판단한 그날의 상황은 끔찍했습니다. 움직이는 물체가 정지할 때 떨어져 나오는 혈흔인 '정지이탈 혈흔'이 현장에서 다수 발견된 것으로 보아 수차례의 휘두름이 있었다는 것이죠. 참고로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견된 범행도구는 쇠파이프로 된 고양이 장난감이었다고 합니다.
2024.04.0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아내 살해 변호사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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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마루 부위(두정) 등 머리에서 7개 이상 찢긴 상처가 발견됐습니다. 서로 다른 7개의 열창은 서로 다른 7개의 가격이 있었다는 것인가요?"
유성호 교수 "네. 그렇습니다"
검사 "머리 부위에 난 상처를 보면 머리 부위를 가격할 때 강도는 얼마나 됐을까요?
유성호 교수 "둔체 가격이 있을 때 머리가 찢어지는 정도면 굉장히 강한 힘으로 머리를 가격해야 합니다. 7번 이상 머리를 둔체로 강하게 가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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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이어진 쇠파이프 가격과 그로 인해 생겨난 수많은 혈흔. 하지만 그럼에도 유 교수가 본 진짜 사인은 액사, 바로 '목 조름'이었습니다. 그의 설명이 시작됩니다.
2024.04.0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아내 살해 변호사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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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피해자의 목 부위 사진입니다. 목 부위를 어느 강도로 조른 것으로 추정됩니까?"
유 교수 "조흔이라고 해서 손톱으로 강하게, 반달 모양으로 표피 박탈이 있었습니다. 멍도 들었고요. 손끝으로 누른 것인데 그게 여러 개면 굉장히 강력하게… 저 정도면 굉장히 강한 분노에 찼을 때 할 수 있는…"
검사 "여러 부위를 강하게 눌렀다는 것인가요?"
유 교수 "피해자가 깨어나서 목을 움직일 수도 있고, 무의식 중에도 깰 수 있는데 그럴 때 여러 번 (부위를) 바꿔가면서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 "피해자에게서 다수의 일혈점도 발견됐습니다"
유 교수 "목을 조르면 사망하는 이유가 동맥이나 정맥이 막혀서입니다. 정맥이 바깥에 있고 동맥이 안쪽에 있는데 목을 누르면 정맥부터 압박돼 피가 얼굴에 모이게 됩니다. 그러면 작은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얼굴, 눈꺼풀 점막에 생기는데 형사들은 이를 일혈점이라고 부릅니다"
"목을 강하게 잡고 여러 군데를 압박하면 여러 곳을 다칠 수 있습니다. 여러 번 조른 겁니다. 피해자가 몸을 움직일 수도 있고, 가해자가 분노에서 차서 여러 번 압박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
'흉기' 표현에 민감한 변호사… 법의학자는 단호했다
피해자의 목을 조른 행위에 대해서 현씨 측은 제압하기 위해서 목을 누른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목을 조르지 않았다는 것인데, 유 교수는 어떻게 봤을까요?
2024.04.0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아내 살해 변호사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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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피고인은 피해자 목을 눌러서 제압하는 정도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뒤편에 바닥이나 벽면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상처가 가능합니까?'
유 교수 "그냥 누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죠?"
검사 "네. 피해자를 넘어뜨리거나 그러기 위해서 한 것이라면… 이 정도 상태가 나올 수 있습니까?"
유 교수 "목 안 쪽에 출혈이 여러 군데에 있습니다. 복장목뿔근과 복장방패근, 방패목뿔근 이건 목 안쪽 근육입니다. 이건 눌렀다고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정맥 압력 증가와 목 깊은 근육들이 다 출혈이 있는데 헐크도 아니고… 그냥 잡아서는 안 생깁니다"
"경부에 압박이 있는 상태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건 누구한테도 물어봐도 그렇습니다. 이건 아니죠. 그렇게 얘기할 수 없어요… 복장목뿔근과 복장방패근, 방패목뿔근에도 출혈이 있다고 부검감정서에 있는데 웬만해서는 그렇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목을 압박한 것이라고 다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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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압할 정도로 목을 졸라서는 이러한 상처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유 교수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유 교수는 피해자의 헤모글로빈 농도를 결정적 근거로 들며 '둔기 폭행이 아닌 액사로 사망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피해자가 병원에 실려왔을 당시 피는 많이 흘렸지만 헤모글로빈 농도는 정상 범위였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사망에 이를 정도로 피를 흘린 것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2024.04.0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아내 살해 변호사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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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 "개인적으로는 사인을 액사로 봅니다. 헤모글로빈 농도를 측정했는데 12.5g/dL로 나왔습니다. 혈흔 등이 잔혹하게 보이는데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저혈량쇼크로 사망하려면 가지고 있는 피의 20%를 잃어야 합니다. 저는 15~20%로 이야기하는데 1~1.5L를 흘려야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뇌도 크게 다친 것이 없다고 부검감정서에도 있고요. 쇠파이프로 때린 것은 잔혹하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혈색소가 12.5g/dL이라는 것은 피를 많이 안 흘렸다는 겁니다. 그럼 왜 죽었는가? 목을 졸라서라고 생각합니다. (윤 일병 사건에서) 윤 일병의 경우는 7g/dL이었습니다. 또 피해자의 신장이나 여러 장기가 창백하지 않았습니다. 저혈량 쇼크가 사인이었다면 창백해야 합니다"
"(자료를 가리키며) 저기 보면 피해자의 혈색소 농도가 12.5g/dL인데 정상치가 12~15g/dL입니다. 폭행이 잔인했지만 그때는 안 죽었다는 겁니다. 빨리 신고했다면…" (방청석에서 오열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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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의 질문이 시작됩니다. 변호인은 유 교수가 의견서에 적은 '흉기'와 '피신'이란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법률을 다루는 변호인 입장에선 민감할 수 있는 단어들이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변호인 측은 재판 내내 피해자를 때린 물건은 '집 안에 있던 고양이 장난감'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집 안에 있던 고양이 장난감으로 때린 것과 미리 준비한 흉기로 때린 것은 형량에 있어서 아주 큰 차이가 있죠. 우발성을 다툴 수 있기 때문이죠.
2024.04.0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아내 살해 변호사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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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증인은 망인이 작은 방으로 피신했다고 기재한 것이 맞죠?"
유 교수 "네"
변호인 "혈흔 분석 만으로… 방 문 앞에서 공격을 받고 피신했다는 자료나 진술도 없습니다. 이걸 피신이라고 단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유 교수 "피신이 몸을 피한다는 뜻 아닌가요? 이동했다는 것을 피신이라고 할 수 있죠"
재판부 "지금 변호인은 '검찰은 피신했다는 단어를 안 썼는데 증인이 피신이란 단어를 쓴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겁니다. 피해자가 도망쳤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쓴 것인가요?"
유 교수 "그러니까 제 주관적 표현이라는 것이네요? 피신했겠죠. 피신이란 단어에 대해서 제가 큰 생각은 안 해봤는데 그러면 때리고 끌고 다니고, 때리고 끌고 다니고 한 것인가요? 피신말고 어떤 단어를 써야 하나요? (중략) 지금 변호인이 피신과 흉기란 단어에 표시를 해주셨는데요. 그러면 그건 흉기가 아니라 선기(善器)인가요?
변호인 "원래 흉기로 제작된 형태가 아닙니다. 피고인의 잘못을 부인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그건 고양이 장난감이라는 겁니다"
유 교수 "그건 저는 큰 관심 없고요" |
변호인은 부검의가 본 사인과 유 교수가 판단한 사인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부검의는 사인으로 출혈에 의한 쇼크를 꼽았는데 유 교수는 왜 액사를 사인으로 지목했냐는 겁니다.
현씨 측이 이렇게 사인에 집중하는 이유는 고양이 장난감(쇠파이프)으로 때려 숨지게 한 것과 목을 직접 졸라 살해한 것 역시 형량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2024.04.0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아내 살해 변호사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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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시신 부검 결과를 객관적으로 기록한 부검감정서에는 출혈에 의한 쇼크사를 주된 사인으로 기재했는데 이를 검토한 증인은 좀 다른 세컨드 오피니언을 내셨네요? 부검감정서와 달리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단정한 이유는 혈색소 농도 때문인가요?"
유 교수 "네"
변호인 "그거 한 가지인가요?"
유 교수 "그럼 뭐가 더 필요해요? 저한테 말해주세요. 머리에 피가 나면 사람들이 다 두려워하는데 사실 잘 안 죽습니다"
변호인 "혈중 헤모글로빈 수치를 토대로 '쇼크로 인한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것이죠?"
유 교수 "생각해보세요. 질식이 먼저였다면 질식한 사람을 끌고 다니면서 때렸다는 것인가요?"
변호인 "저는 사인을 단순하게 보지 않고, 혈중 헤모글로빈이 높다는 것 하나 만으로 다른 사인을 배제할 수 있냐는 겁니다. 그래서 부검의도 그렇게 기재한 것 아닙니까?"
유 교수 "의견이 다를 순 있죠. 전 계속 개인적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인 "결국 부검 결과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목을 졸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죠?"
유 교수 "단정 못 한다는 말도 없죠. 사망원인은 하나만 써야 해요. 저렇게 쓰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사망 원인은 하나여야 하고 일관된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
액사가 사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변호인의 질문에 유 교수는 단호했습니다. 저혈량 쇼크로 사망할 경우 콩팥 등 장기가 창백해지는데, 피해자의 장기는 빨갛다는 말도 덧붙였죠.
사인을 지목한 법의학자, 다른 가능성을 계속해 제기하는 변호인. 그날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유 교수는 마지막까지
"목 손상이 이 정도인데 살아나서 머리를 맞았다? 그걸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저혈량 쇼크가 사인이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법정을 떠났습니다. 재판은 이달 23일 재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