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후보, 국민의힘 이원모 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검사 출신 국민의힘 이원모 후보와 경찰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후보의 출마로 이른바 '검·경 대전'으로 불리는 경기도 용인시갑 지역구의 판세는 이들 후보 간 팽팽한 2파전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개혁신당에 합류한 양향자 후보와 무소속 우제창 후보 등 민주당 전직 의원들도 가세한 형국이다.
이상식 41.5%, 이원모 39.9% 초접전…양향자·우제창 5.4% 동률
개혁신당 양향자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 6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CBS노컷뉴스가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시갑 지역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 이상식 후보가 41.5%를 얻어 1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이원모 후보는 2위에 머물렀지만 39.9%의 지지율을 기록, 두 후보 간의 격차는 1.6%p에 불과했다. 오차범위 내 초접전인 셈이다.
개혁신당 양향자 후보는 개혁신당 소속 현역의원으로는 단 3명뿐인 지역구 출마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5.4%를 얻는데 그쳤다. 5.4%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우제창 후보의 지지율과 같은 수치다. 우 후보는 이 지역에서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4.1%,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8%였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비례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국민의힘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라고 답한 응답이 32.5%로 가장 많았다. 22.2%를 얻은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2위, 20.3%를 얻은 조국혁신당이 3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양 후보의 소속정당인 개혁신당이 5.7%, 자유통일당이 4.3%, 새로운미래가 2.8%, 녹색정의당이 2.1%를 각각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 조사에서는 '매우 잘못하고 있다'와 '잘못하는 편이다'를 합한 부정 평가가 55.6%로, '매우 잘하고 있다'와 '잘하는 편이다'를 합한 긍정 평가 40.6%보다 15.0%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총선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여당 지원론을 선택한 응답자가 41.3%로 가장 많았다. 다만 '정부와 여당의 견제를 위해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여당 견제론 또한 40.4%로 나타나 둘 사이의 격차는 0.9%p에 불과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의 견제를 위해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13.9%였으며, 4.4%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지난 1일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1.3%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39.7%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4일 제안한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의 파급력 대해서는 응답자의 51.3%가 투표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영향이 있다는 응답은 40.0%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 통신사가 제공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100% ARS 자동응답 조사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응답률은 7.5%이며, 가중값 산출 및 적용은 2024년 2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가중치(셀가중)를 부여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국힘 계열 3차례 당선…'野 후보로 정권심판' vs '개발 속도 내려면 與'
황진환 기자용인갑은 용인시의 4개 지역구 중 유일하게 지난 3차례 총선에서 모두 국민의힘의 전신인 보수당 후보들이 당선된 지역이다.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우제창 전 의원이 이 지역에서 당선됐던 마지막 민주당 계열 후보(18대 총선)였다. 다만 어느 후보도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지는 못해 지역 정치색이 뚜렷하다는 평가는 받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지난 2일 만난 지역 주민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정권 심판에 무게를 싣고 있는 주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배 검사이자 현 정부 대통령실의 인사비서관 출신인 국민의힘 이원모 후보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다. 반면, 오랜 지역 숙원사업인 도시 개발을 하려면 여당 후보인 이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용인시 처인구에서 30년간 거주했다는 성경순씨는 "대통령 부인이나 장모에 대해 수사를 심하게 안했던 것이 여론에 작용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도 그렇고 여당 후보도 검사 출신이라서 거부감이 들고, 현 정권이 하는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여당 출신 정찬민 의원을 비롯해 이 지역에서 선출된 전직 국회의원 다수가 유죄 판결을 받은 점도 야당 후보에게 유리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현 5일장에서 만난 허형범씨는 "이전에 당선됐던 정 의원이 감옥에 간 것, 그리고 지금 대통령이 정치를 못하는 것 때문에 여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도농복합지역으로, 낙후된 교통과 주거시설 개선을 위해서는 여당 후보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지역 현안인 개발사업에 속도를 더하고 추가적인 유치까지 성공하려면 여당 의원이 선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모현읍에 거주하는 50대 정성규씨는 "정부 예산을 따오려면 이 후보를 뽑아야 된다"며 "정부에 힘을 보태서 돈을 가져와야 지역 발전에 박차를 가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등열(56)씨는 "이 후보가 검사 출신인 걸 떠나서 지역 민심을 살피는 모습이 좋더라"며 "국민들은 우리 편에 있는 사람을 원한다. 당선되면 일을 잘 할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 중인 양향자 후보에 대해서는 후보 개인의 역량은 충분하지만 소속 정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이 후보 지지율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팔문(69)씨는 "양 후보가 민주당에서 비례대표 할 때부터 쭉 눈여겨 봐왔다. 어떻게 보면 그쪽에서 배척당한 것도 있는데, 그럼에도 소신있게 출마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개혁신당으로 나와서 지지율이 낮다. 국민의힘에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적임자" 한 목소리…인사개입, 재산누락 각각 논란
후보들은 일제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소속인 이원모 후보는 필요한 예산을 빠르고 확실하게 끌어오기 위해서는 자신처럼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인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를 설득하고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께 전화해 반도체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해서 처인구 발전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식 후보는 경찰출신이자 오랜 기관 관료로 지냈던 공직사회 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자신을 "반도체 클러스터 적임자"라고 소개하며 "행정고시 출신으로 만 명이 넘는 큰 조직에서 사령탑으로 근무한 경험들이 근거"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에 대해서도 "검경대결과 같은 것을 내세우기보다 국무총리 비서실 민정실장, 외교관, 행정관 등으로 일했던 실력으로 다가가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 후보는 자신과 같은 반도체 전문가가 용인에 와야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을 2027년까지 앞당겨야 한다"며 "가동을 한 개 라인이라도 더 해야 미국·중국·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훈련받은 이력이 있고, 다년 간 반도체 일을 해본 전문가는 저 뿐"이라며 "이 지역에서 살았기 때문에 용인을 너무 잘 안다. 주민분들이 다른 부분보다 일 할 수 있는 일꾼을 뽑아주시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막판 변수로는 인사개입 의혹, 재산신고 누락과 탈세 등 논란이 꼽히고 있다.
이상식 후보는 2020년 총선 출마 당시 재산신고액과 이번 신고액의 차이가 커서 논란이 일었는데, 이에 대해 4년 전에 신고를 누락했다고 시인했다. 배우자의 재산 증식과 탈세 논란에 대해서도 사과했지만 아직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원모 후보는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22년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치안정감 승진자를 면담하는 자리에 동석해 일종의 '충성 서약'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원모 후보는 토론회 현장에서 이상식 후보의 질문에 "인사 과정에 대한 부분은 말씀드리지 못한다. 경찰청 정보 관련 일을 많이 하셨다고 했는데 당시에 취득한 정보를 모두 얘기하겠느냐"고 반문하며 논란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