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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는 세상, 무엇이 '최고의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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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하이라이프 · 카카듀

창비 제공 창비 제공 
7년 만에 세 번째 소설집 '하이라이프'를 선보인 김사과 작가는 우리 시대에 리얼리즘이라는 현미경을 들이댄다. 이를 통해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과연 어떤 인생의 양태가 '최고의 삶'인가를 묻는 동시에 환멸 속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표제작 '하이라이프'에는 코카인을 쉴 새 없이 흡입하고 도시를 배회하는 상류층이 등장한다. 'high life'는 상류층의 삶을 뜻하는 동시에 마약을 하고 환각에 취한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마약에 취한 채로 시시각각 많은 것을 부지런히 소비하며 이리저리 도시를 걷는 이 마약중독자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이 도시의 진정한 일꾼"이라고 말한다.

'도시'는 김사과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이라고 상정할 수 있을 만큼 작품 곳곳에 중요한 비중으로 등장한다. "쥐새끼들을 위한 최상의 천국"인 이 "도시에 완전히 중독되었다"라는 신랄한 문장으로 비틀어댄다.

'두 정원 이야기'에서 윤은영은 "올 샤넬"로 치장하며 "파타고니아의 합성섬유 점퍼와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실크 블라우스를 감각 있게 매치"하며 '에코주의'를 자신의 핵심가치로 선전하는 "가장 세련된 2020년대의 인간"이다. '절약의 화신'으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은영은 그녀를 사기꾼이라 비난하지만 사회의 신분 지표가 되어버린 고급 아파트에 입성하려 갖은 애를 쓴 그녀는 무엇이 다르냐고 작가는 묻는다.

연작처럼 읽히는 아홉편의 작품은 완전히 망해가는 나머지, 인간조차 아니게 된 존재들이 등장한다. 이렇듯 중산층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며 현대인의 판타지를 꼬집거나, 환상적인 설정을 활용해 현대사회의 현실과 세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김사과 지음 | 창비 | 268쪽

안온북스 제공 안온북스 제공 
1928년 일제강점기 예술을 사랑하고 불안을 살아낸 망국의 청년들이 경성 관훈동의 서양식 카페 '카카듀'에 모여든다. 조선인이 차린 경성 제일의 끽다점으로 꼽히는 곳이다.

책에는 경성의 청년 예술가, 보헤미안, 코뮤니스트 들이 등장한다. 카카듀의 동업자 이경손과 현앨리스 모두 실존 인물일뿐더러, 나운규, 김명순, 이음전(이애리수) 등 그 시대 문화 예술인과 심훈, 김구, 박헌영 등 인물이 소설 속에 다채롭게 등장한다.

이 역사 소설에서 실제 감독·배우·작가로 활동한 이경손은 나운규와 우정을 나누는 동시에 그만의 명작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독립운동과 재미한인 진보운동에 헌신했던 현앨리스는 가부장적 사회에 반기를 들고 자신만의 사상을 채워나간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와 활동, 웃음과 침묵 모두 애처롭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망국의 청년이기 때문이다. 모두 식민지의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시대의 비극적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실제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청년 지성들을 소환해 망국의 고통과 공허함을 끽다점의 쓰디쓴 차로 달래고, 이 다음을 과연 무엇으로 도모할 것인가 한탄한다. 하지만 치열하게 살고자 애쓰려 한다. 사실에 상상력을 쌓아 오늘날 붕괴돼가는 우리 시대에 깊은 공감의 손을 내민다.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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