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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에 아미가 된 인문학자의 'BTS 해부'…"소름 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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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BTS, 인문학 향연

삼인 제공 삼인 제공 "BTS의 '에피 퍼니'(Epiphany·顯現)는 조이스 소설미학의 핵심 이론이고, BTS의 '시차'(parallax)는 소설의 끝이라고 평가되는 조이스의 대작 '율리시스'의 주요 유도동기(leitmotive) 중 하나다. BTS 뮤비들을 짜나가는 서사와 구조에서 조이스의 '내적독백'과 '의식의 흐름' 서술 기법을 수없이 마주쳤다. 방탄의 강물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BTS의 음악에서 내 석박사 논문이 소환되니 어찌 목까지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영문학 박사인 저자의 책에는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한 영문학 대가의 작품들이 BTS(방탄소년단)의 음악과 뮤직비디오, 노래 가사들에 줄줄이 소환된다. BTS의 어떤 앨범에서는 엘리엇의 시 'J. 프레드 프루프록 연가'의 서로 상반된 두 자아의 극적 독백 방식을, 대부분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시 '황무지'에서 보여주는 영화적 몽타주 기법을 발견하고 짚어내기도 한다. 또 심리학 이론을 시로 승화시킨 예이츠의 시각으로 BTS의 음악을 살펴보기도 한다.

저자는 '쩔어'에서 3포·5포·n포 세대에게 포기하기엔 우리의 청춘이 너무 아름답다며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북돋는가 하면, '뱁새'에서는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대해서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한다.

부는 대물림 되고 사회 경제적 부의 재분배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미비하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져 공정한 경쟁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사회에서 정의는 발 붙일 곳 없다는 비판적 시선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는 융의 심리학 이론을 BTS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라는 예술로 승화시켰다고도 평가한다. 그러면서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를 예로 든다. 예이츠의 '시창'(詩窓)으로 BTS 예술을 엿보았다고 강조한다.

책은 '덕후'와 '인문학자'의 시선을 오가며 BTS가 어떻게 결성됐고, 이후 어떤 음악으로 발전돼 왔는지 서사는 물론,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인문학적으로 헤집고 다시 정돈한다.

BTS 뮤직비디오에 소설, 시, 미술, 무용, 철학, 신화, 역사, 종교 등 다양한 학문, 예술 분야와 인접 매체인 영화가 상호 텍스트성으로 복잡하게 짜여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이전 곡들과 연결되는 세계관을 짚어내고자 한다.

이 연구 과정에서 가사를 듣고 소름이 돋고, 결국 63세 아미가 됐다는 저자는 "이 책을 쓸 때, 이전에 BTS에 관해 국내에서 출간된 어떤 책도 참고하거나 보려 하지도 않았다"며 "오로지 인문학자로 살아온 내 학문의 골방에서 BTS와 내밀하게 만나고 싶었다"고 술회한다. 그렇기에 BTS 음악 예술에 대한 해석과 분석에 과장된 상상력이 투영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런 시도가 가능한 것은 BTS 음악 세계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생김새도 연령도 언어도 가치관도 문화도 다른 전 세계인이 흠뻑 빠져버린 BTS의 음악 세계가 통할 수 있었던 이유, 그 궁금증을 풀어나가보자.


박경장 지음 | 삼인 |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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