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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만 3번 날린 불운? 人生 순리 따른 현대건설의 '행복 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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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누르고 우승을 확정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누르고 우승을 확정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이 불운을 떨쳐내고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마음을 비우고 순리를 따랐더니 오히려 우승이 따라왔다.

현대건설은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챔피언 결정전 원정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2로 이겼다. 5전 3승제 시리즈를 3연승으로 마무리했다.

2015-2016시즌 이후 8시즌 만에 거둔 감격의 우승이다. 또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정규 리그까지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3경기 모두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해 감동이 더했다. 현대건설은 1차전에서 먼저 1, 2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3~5세트를 따내는 드라마를 썼다. 2, 3차전은 1, 3세트를 내주고도 거푸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무엇보다 최근 불가항력적인 악재에 따른 불운을 극복한 우승이라 더 값졌다. 현대건설은 2019-2020시즌 정규 리그 1위를 달려 우승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이 조기 종료됐다. 정규 리그 1위 타이틀은 얻었지만 포스트 시즌(PS)이 열리지 못해 챔프전 우승 영예 기회를 잃었다.

2021-2022시즌은 더욱 아까웠다. 현대건설은 6라운드 첫 경기까지 승점 82(28승 3패)로 정규 리그 우승에 승점 1만을 남겨뒀다. 그러나 역시 코로나19로 여자부 7개 구단이 3월 21일 조기 종료를 결정하면서 봄 배구가 무산됐다. 남자부는 PS가 펼쳐졌던 만큼 현대건설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후유증은 지난 시즌까지 이어졌다. 현대건설은 우승 후보로 꼽혀 전반기까지 정규 리그 1위를 달렸지만 주포 야스민(현 페퍼저축은행)의 부상 여파로 김연경이 돌아온 흥국생명에 정규 리그 1위를 내줬다. 여기에 플레이오프(PO)에서 3위 한국도로공사의 돌풍에 챔프전 진출 티켓을 뺏겼다. 도로공사는 여세를 몰아 흥국생명까지 허물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당초 올 시즌 현대건설은 우승 전력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연경이 잔류한 흥국생명이 건재한 데다 정지윤, 고예림 등 아웃사이더 히터들의 부상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흥국생명과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인 끝에 챔프전 직행 티켓을 따냈다. 12일의 휴식을 얻은 현대건설은 정관장과 PO를 3차전까지 치른 흥국생명을 3경기 만에 누르며 우승을 차지했다.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누르고 우승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강성형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뉴스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누르고 우승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강성형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뉴스
우승 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좋은 기록을 갈아치우며 정규 리그 1위에 올랐는데 (우승 타이틀까지는) 운이 안 따랐다"면서 "지난 시즌은 외국인 선수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올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도 그렇고 레프트 쪽 출혈이 있어 현대건설이 어렵지 않겠느냐 얘기를 들었고 1라운드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정상에 올랐다. 강 감독은 "우승을 할 수도 있고, 못할 확률도 있다"면서 "(실업 현대자동차서비스 시절) 선수 때 2번 했고, 프로 현대캐피탈에서 강호철 감독님을 모시고 코치 때도 2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을 맡아서 했는데 어렵긴 어렵다"면서 "선수들을 잘 만나서 좋은 영광을 얻었다"고 공을 돌리면서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2010-2011시즌부터 3번째 현대건설의 우승을 이끈 양효진은 "실감나지 않는다"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2년차 때 처음 우승했고, 별이 2개에서 멈춰선 지 너무 오래됐다"면서 "우승할 기회가 많았는데 코로나19가 왔던 2번 시즌이 있었고, 지난 시즌은 안 좋게 고꾸라졌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아예 욕심을 버렸다. 양효진은 "올 시즌은 시작할 때 마음을 비웠다"면서 "어느 팀도 우리를 우승 후보로 거론하지 않았다"고 시즌 전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그러나 워낙 팀 워크가 좋았고, 한 팀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챔프전 마지막까지 욕심을 내지 않았는데 (우승 기쁨보다) 지금 동료들과 배구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챔프전 최우수 선수(MVP) 모마도 "자랑스럽고 매우 행복하다"면서 "나중에 울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어 "효진 언니 말처럼 아무도 우승 후보로 선택하지 않았는데 팀으로 같이 싸워 이겨낸 결과"라면서 "MVP도 팀의 도움이 없었다면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원 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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