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홍보대사로 입명된 거스 히딩크 전 감독. 서울시향 제공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78) 전 감독이 5년간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서울시향 홍보대사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서울시향이 홍보대사를 위촉한 건 처음이다.
히딩크 전 감독은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받았다. 지난 1월 서울시향 제3대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얍 판 츠베덴과 함께 서울시향을 전 세계에 알리고 사회공헌활동에도 참여하게 된다.
히딩크 전 감독은 위촉식 후 열린 간담회에서 "선수로 뛸 때 축구클럽과 학교를 방문해서 선수와 코치들을 만났던 것처럼 음악과 학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히딩크 전 감독과 츠베덴 음악감독은 절친한 사이다. 이날 행사장에서도 두 사람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히딩크 전 감독은 "오래전 츠베덴 음악감독이 나온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적 있다. 각 연주자의 가능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축구 감독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츠베덴 음악감독에게 연락했고 그 후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축구 감독과 지휘자 사이 유사성 때문에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츠베덴 음악감독은 "히딩크 전 감독을 '마에스트로 히딩크'라고 부른다.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레전드다. 그가 연락을 줬을 때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화답했다. 이어 "우리는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도 비슷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1997년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지원하는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히딩크 전 감독 역시 2007년 '거스히딩크재단'을 설립해 취약계층 어린이들이 축구를 통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히딩크 전 감독과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서울시향 제공츠베덴 음악감독은 히딩크 전 감독에 대해 "굳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편안한 사이"라며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침묵 그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 우정이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히딩크 전 감독의 요리 실력이 수준급이다. 직접 바비큐도 만들어준다"면서도 "내가 암스테르담 출신이다 보니 그곳이 연고지인 아약스를 응원한다. 그래서 아약스가 낫냐, PSV 에인트호번이 낫냐며 항상 논쟁을 벌인다"고 웃었다.
오케스트라와 축구의 유사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는 연주자가 서로의 연주를 잘 듣고 이해할 때 자신의 연주를 향상시킬 수 있고, 충분히 연습해야 즐겁게 연주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이 축구와 유사한 것 같다"고 했다.
네덜란드 지도자가 바라봤을 때 한국인의 장점은 뭘까.
히딩크 전 감독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을 때 상당히 많은 변화를 시도해야 했다"며 "경기에서 어린 선수들이 득점 기회를 선배들에게 넘겨주느라 주저하는 모습을 봤다. 사회적으로 연장자를 존중하는 태도는 중요하지만 축구에서는 비생산적인 요소라서 바꾸려고 했다"고 말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연주자들이 지휘자의 조언에 대해 유연하게 반응한다.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끈질김과 강인함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이날 한국 축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간담회 도중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츠베덴을 추천한다"고 농담을 던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받는 히딩크 전 감독. 서울시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