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아노 거장 다닐 트리포노프. 마스트미디어 제공"20세기 가장 혁신적인 피아노 작품들과 함께 시간여행 떠나실래요?"
젊은 피아노 거장 다닐 트리포노프(33)가 1, 2일 이틀에 걸쳐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지난해 전석 매진을 기록한 내한공연 이후 1년 만이다. 첫째 날에는 'Decades'(데케이드)라는 부제 아래 20세기에 작곡된 현대음악 9곡을 연주하고 둘째 날에는 'Hammerklavier'(함머클라비어)라는 부제 하에 바로크, 고전, 낭만 시대 음악을 들려준다.
트리포토프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첫째 날 공연 프로그램은 스스로에 대한 실험이자 20세기 음악을 시도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깃들어 있다"며 "이렇게 많은 20세기 음악을 연주하는 건 처음이다.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다양하게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일 공연 프로그램은 190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20세기 전체를 아우른다.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1907~08)를 시작으로 프로코피예프의 '풍자'(1912~14), 메시앙의 '아기 예수의 입맞춤'(1944), 슈톡하우젠의 '피아노 소품 IX'(191), 존 애덤스의 '차이나 게이트'(1977), 존 코릴리아노의 '오스티나토에 의한 환상곡'(1985)까지 다채롭다.
"학창시절에는 바로크, 고전, 낭만 시대 레퍼토리에 중점을 뒀어요. 20세기 초 음악을 다루기도 했지만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할 만한 음악은 아니었죠.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에선 한 세기 동안 각각의 작곡가들이 피아노라는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작품들과 시간여행을 떠나보세요."
2일 공연에서는 라모의 새로운 클라브생 모음곡집,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멘델스존의 엄격변주곡,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들려준다.
트리포토프는 이번 공연에서 연주하는 곡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소나타 12번을 첫 손에 꼽았다. "3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 수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기다림의 연속이었을 때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에 깊게 파고들 기회를 가졌죠. 모든 소나타 작품을 통틀어 저에게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에요.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배운 음악인 만큼 특별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젊은 피아노 거장 다닐 트리포노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콩쿠르 사냥꾼'. 그의 별칭이다. 트리포노프는 2010년 제16회 쇼팽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다. 2011년에는 제13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콩쿠르와 제14회 차이콥스키 공쿠르에서 나란히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는 각 부문 우승자 중 한 사람에 수여하는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에게 그랑프리가 돌아간 건 처음이다.
그는 "콩쿠르 참가에 매우 신중해야 하며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는 것을 포함해 콩쿠르를 통해 본인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콩쿠르 참가에는 장단점이 모두 존재해요. 가장 큰 장점은 집중력이죠. 콩쿠르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을 다시 연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 순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죠. 많은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는 것도 장점으로 발휘되고요. 반면 콩쿠르 참가 자체가 일상이 되고 레퍼토리 또한 반복적으로 연주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는 거의 없죠."
트리포노프는 끝없는 음악적 탐구와 열정으로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바흐트랙이 발표한 2023 클래식 음악 통계에서 '세계에서 가장 바쁜 콘서트 음악가(피아니스트)' 부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음악가로서 관객과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 건 큰 선물과도 같아요.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나누는 음악을 통해 서로 하나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 관객은 수용력이 매우 뛰어나죠. 그래서 저는 한국에서 연주하는 것을 즐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