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캐비닛', 당신의 모든 정보를 갖고 있다?[권영철의 Why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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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지환의 뉴스톡

■ 방송 : CBS 라디오 'CBS 박지환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검찰 '디지털 캐비닛', 압수영장에 없는 개인정보 무더기로 보관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기자 "검찰이 불법으로 수집, 저장, 활용"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개인정보 저장 대폭 늘어난 걸로 확인
야당들 22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 추진


◇박지환 앵커> '검찰의 디지털 캐비닛'으로 불리는 '디넷'에 검찰이 압수한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에 담긴 모든 개인 정보가 저장돼 있고 별건 수사에 활용되고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스마트폰 전체 정보의 저장이나 보존, 관리는 불법입니다. 다만 검찰은 대검 예규로 만들어서 공공연히 개인정보를 저장해 왔고 이를 활용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자세한 소식 권영철 대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박지환> '검찰이 압수 대상이 아닌 개인의 정보나 타인과의 대화 등을 '검찰 디지털 캐비닛'에 모두 저장해 왔다' 이게 핵심인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검찰이 어떤 사건 수사에 착수하면 수사 대상자의 휴대전화 압수를 가장 먼저 합니다. 증거확보 차원이기도 하고, 공범이나 관련자를 찾으려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시발점이 된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해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지요. 제일 먼저 한 게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휴대전화와 조선일보 이 모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 휴대전화에는 개인 전화번호만이 아니라 통화 내역,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대화들, 휴대전화에 저장된 녹음파일까지 모든 게 저장돼 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휴대전화에는 두 사람 사이의 통화한 횟수, 시간 뿐만 아니라, 문자나 SNS 등으로 주고 받은 내용까지 들어있겠죠? 검찰은 이미지로 이를 압수합니다.

문제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통화한 다른 기자가 누구인지도 파악하게 되는 겁니다. 제보자가 있다면 그 제보자도 드러나게 됩니다. 그 시점에 제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통화를 자주했다면 제 개인 정보도 드러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정보까지 검찰의 디지털 캐비닛 디넷에 저장했다가 나중에 활용하는 겁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더 킹' 기억나시죠? 검찰의 캐비닛의 현대편 버전인 '디지털 캐비닛'이 드러난 겁니다.  

◇박지환> 검찰이 압수한 개인 정보를 '디넷'에 저장만 해온 건가요?

연합뉴스연합뉴스
◆권영철> 저장만했다면 '민간인 사찰'이라는 딱지를 붙이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개인 정보를 수집해서 저장하고, 관리하면서 활용까지 한 사실이 확인 된 겁니다.

얼마 전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1심 재판부에서 무죄를 선고했지 않습니까? 재판부가 위법적인 압수 절차를 문제삼아 검찰이 제시한 증거의 증거 능력을 배척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2016년 11월 8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합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 중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있는 정보만을 압수하고 나머지 정보는 삭제‧폐기해야 했으나, 검찰은 장 전 사장의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통째 대검 서버(디넷‧D-NET)에 저장‧보관해 왔던 겁니다.

1심 판결문을 보면, 검찰은 대검 서버 디넷(D-NET)에 저장돼 있던 장 전 사장의 휴대전화 정보를 로컬 PC에 엑셀 파일 형태로 저장한 뒤, 이 회장의 불법 승계 혐의 사건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로컬 PC는 검사나 수사관들이 사용하는 PC를 뜻합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압수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를 삭제‧폐기 또는 반환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사건(장충기 사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고,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취득한 '장충기 문자 메시지'는 모두 증거 능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장 전 사장의 휴대전화 정보 가운데 문자메시지는 1만 4000개 가량으로 상당수가 압수수색 영장 기재 혐의와 무관한 문자 메시지였다"면서 "가족간 사적이거나 일상적 안부에 관한 문자메시지 등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족이나 지인들간 사적 일상적 대화는 사생활이잖아요. 수사 내용과는 관련도 없고, 또 검찰이 별도의 압수 영장도 받지 않고 이를 저장, 관리해왔다면 명백한 불법 사찰인거지요.

장충기 전 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2021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습니다.

◇박지환> 검찰이 압수대상이 아닌 개인정보까지 모두 저장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드러난 겁니까?

◆권영철> 뉴스버스 대표인 이진동 기자가 검찰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찰이 압수 대상이 아닌 자신의 개인정보까지 모두 저장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진동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검찰에서는 이른바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이라고 부르죠.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뉴스버스는 2021년 10월 경 <[단독] 대검 중수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비리 '은폐'>라는 기사를 출고했습니다. 기사의 핵심은 "대검 중수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과정에서 대장동 대출 관련 비리 혐의를 잡고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하고도 은폐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주임검사는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검찰은 2023년 12월 26일 이진동 기자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휴대전화를 압수합니다. 압수해간 휴대폰 조사는 올해 2월 5일 끝났다고 합니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서 이진동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으면, 수사와 관련된 것만 간추려서 보관을 해야 합니다. 검찰이 사건과 관련된 자료는 압수해서 저장하고, 나머지는 삭제 폐기하고 휴대전화는 반환해야 합니다. 검찰은 삭제, 폐기했다는 확인서를 발급했습니다.

이 기자가 가져간 폰을 돌려달라고 하니까 수사관이 '2시간이 더 걸린다'고 했답니다. 왜 더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이거(폰 정보)를 올려야 합니다."라고 했다는 겁니다.

◇박지환> 삭제했다는 확인서를 발급했는데 뭘 또 올려요? 이상한데요?

◆권영철> 그렇죠, 이진동 기자도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다시 물었더니 규정상 그렇게 돼 있다고 했다는 겁니다.

서류 잠시 보시죠. 이진동 기자가 보내준 건데요. 이 서류는 수사관이 검사에게 물어보러 간 사이에 이 기자가 찍은 겁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포렘식팀에게 보낸 서류인데, 제목이 '목록에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지휘'이고 검사의 이름과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지휘 내용은 ①,②,③ 세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진동 기자 건은 붉은 색으로 표시된" ① 정보저장매체 등에 기억된 전자정보 전부를 복제한 파일과 사건과 관련있는 전자정보만 선별하여 복제한 파일 모두 업무관리시스템에 등록하여 보존하고…."로 돼 있습니다.

이진동 기자가 반대했지만 수사관은 이 기자의 휴대전화 전체 파일을 디넷에 업로드했고, 그 용량이 48.8기가바이트라는 걸 이진동 기자가 확인한 겁니다.

이 장면도 이진동 기자가 찍었는데 잠시 보시죠.

검찰이 '대장동 관련' 외에 나머지 전체 파일을 대검 서버에 저장했는데 그게 이진동 기자의 눈에 잡힌 겁니다.

◇박지환> 검찰이 언제부터 이렇게 개인정보를 무더기로 저장해온 겁니까?

◆권영철> 확인된 건 앞서 말씀드린 2016년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삼성 장충기 사장의 휴대전화 내역을 디넷에 저장한 사실이 확인됐구요, 더 앞으로 거슬러가면 디넷(D-NET)이 구축된 시기가 2012년이니까 이 때부터 디지털 캐비넷에 저장됐을 걸로 보입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표를 잠시 보시죠.

이 표는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인데요. 2012년 '전국 디지털수사망(D-NET)'에 2012년부터 대검 서버에 스마트폰 이미지(복제본)가 저장되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이미지 보관이 압수 영장에 기재된 내용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압수영장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두 가지가 혼재된 것인지는 확인을 해야 알 수 있을 겁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2항에 따른 '과학적 분석 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를 통한 증거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2019. 5. 20. 대검 예규를 개정해 공판에서의 증거가치 보전을 위해 사후 검증 등에 필요한 이미지 파일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박지환> 검찰에서는 뭐라고 해명합니까?

◆권영철> 검찰은 '일부 압수물의 전체 정보를 보관한 것은 사실이나 별건 수사 등 불법적인 용도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은 25일 낸 보도참고자료에서 "검찰의 전자정보 이미지 보관은 법률과 판례에 따른 적법한 형사 절차"라며 디지털 정보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체 정보를 복제해 보존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사건 당사자의 일방적이고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휴대전화 내 애플리케이션이나 SNS, 메신저 등 정보는 하나의 이미징 데이터베이스(DB)로만 추출된다. 특정 사람의 대화나 일정 시점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혐의 관련 부분만 분리해 추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검은 디지털 압수물의 전체 정보를 이미지 파일로 보관하는 실무 관행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대법원도 인정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관하는 이미징 파일은 수사팀 외에 어느 누구도 접근하거나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지환> 다른 수사기관에서는 어떻게 합니까?

◆권영철> 경찰은 검찰과 달리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나면 관련 전자정보 전체를 모두 삭제·폐기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경찰청 훈령인 '디지털 증거의 처리 등에 관한 규칙'에는 전자기기 안의 정보 전체 보관을 허용하는 규정이 아예 없습니다. 제14조 제1항은 경찰관이 전자정보를 압수할 때부터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에 한해 해당 전자정보만을 복제하는 방식(선별압수)을 취하도록 했습니다. 선별압수가 불가피할 경우 복제본이나 원본을 반출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에도 압수당한 사람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검찰에서는 전자정보 전체를 보관하는 이유로 공소유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검찰은 경찰이 수사해 송치한 사건도 공소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박지환> 검찰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오던데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검찰이 지난 25일 해명자료를 내면서 "대법원은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인한 전체 이미지 보관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음(2021모1586)"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결문을 검색해보니 검찰의 설명과는 달랐습니다.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그와 관련이 없는 나머지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검찰은 또 "'공소사실과 직접적으로 관련성 있는 전자정보의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하여 필요 최소한도로 전체 정보를 보관하고 있으며, 다만 보관하는 전체 정보는 해당 검사실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접근․사용할 수 없도록 기술적·절차적으로 엄격하게 통제하고, 법정에서 해당 정보의 증거능력이 문제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장충기 사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별건수사에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박지환>  검찰이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개인의 디지털 정보를 수집, 보관, 활용해 왔다면 앞으로 파장이 상당히 크지 않겠습니까?

◆권영철> 그렇습니다. 야당에서는 관련된 전현직 검찰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하고 22대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입니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 밖의 전자정보를 수집·관리하며 불법적으로 민간인 사찰을 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고위 관계자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습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민주당·새진보연합·진보당 등 '야 3당'을 주축으로 '윤석열 정치검찰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필요하다면 특검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고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고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은 이에 앞서 22일 윤석열, 김오수 전 검찰총장과 이원석 현 검찰총장 그리고 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을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조국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에서 22대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조 대표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범위를 벗어난 압수수색으로 얻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폐기해야 되는 사생활 정보를 보관하고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며 "명백한 불법이다.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도구인 '디넷'(D-net)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대표는 "검찰이 캐비닛에 보관해 온 민감한 정보를, 필요한 때에 꺼내 정적을 탄압하고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은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그런데 이제 검찰이 '철제 캐비닛'이 아니라, '디넷'이라 불리는 '디지털 캐비닛'을 사용하고 있다"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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