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검찰 캐비닛'이라는 빅브라더가 두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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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피의자나 사건 당사자로부터 압수한 휴대폰 등 개인 디지털 정보를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은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명예훼손 수사에서 영장 범위에도 없는 사건 당사자의 모든 디지털 기록을 검찰이 대검 서버에 모두 저장하고 있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휴대폰과 PC, 노트북 등 개인이 소유한 디지털의 정보는 무한대이다. 현대생활에서 개인들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생활한다. 디지털 정보는 그 개인이 실제로 자신을 아는 것 보다 더 많은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사람은 기억의 한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아니라 관심이 있는 영역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의 휴대폰은 '나' 보다 오히려 '나'를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또 누구의 휴대폰이든 그 디지털 기기는 SNS 등을 통해 무수한 사람과 소통하며 다른 사람의 무한 정보까지 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는 주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곳이다. 그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디지털 정보에 기록돼 있다. 꼭 사회 지도층 인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력에 의해서도 범죄 혐의에 연루될 수 있다. 사건 당사자들의 디지털 기기를 압수수색해 검찰이 모든 정보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러므로 충격적인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검찰을 과거 국정원의 사찰 영역까지 포괄하고 있는 말그대로 '빅브라더'라고 지칭해야 마땅하다.
 
왜 빅브라더인가. 검찰의 압수수색 정보 보관과 활용이 곳곳에서 자의적이고 임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9년 5월 7일 이재용 부회장 불법승계 수사와관련,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 3차장 검사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고, 담당 부장검사가 현재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고 있는 송경호 검사장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당시 삼성바이오측은 공장 마루바닥 밑에 디지털 정보를 숨겼다. 검찰은 그 마루바닥을 뜯어내고 공용서버와 노트북을 대거 찾아낸 다음 그 기록들을 이 부회장의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공장 마루바닥에서 찾아낸 바닥 자료는 법원에서 모두 위법 증거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은닉된 로직스,에피스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면서 '유관 증거(혐의와 관련 있는 증거)만 선별해 복제. 출력하고,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의 임의적 복제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압수수색 정보를 위법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10일 열린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재판에서도 검찰의 무분별한 압수수색 정보 활용이 도마위에 올랐다. 송 대표측은 "검찰이 민주당 돈봉투 사건으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활용해 돈봉투와는 관련이 없는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정보를 압수수색했다"고 지적했다. 돈봉투 사건을 혐의 사실로 받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먹사연 관련 정보를 통째로 압수했고, 이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별건 수사를 했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변호인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증거들이 위법수집됐는지를 따져보겠다고 결정했다.
 
검찰이 내사나 압수수색 정보를 모아둔 곳을 흔히 '검찰 캐비닛'이라고 부른다. 검찰 캐비닛은 검찰이 특정 사건 정보를 수집해서 폐기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시 열람해 분석한 다음 이걸 기초로 또 다른 혐의 사실로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것을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는 검찰이 이 '캐비닛'을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검찰은 사건 당사자인 인터넷 언론사 '뉴스버스'의 이진동 대표기자에게 혐의와 관련없는 압수수색 디지털 정보를 모두 삭제·폐기했다는 확인서를 주고 사인을 받았다. 그러나 "휴대폰을 돌려달라"는 사건 당사자와 검찰 수사관 사이의 옥신각신 과정에서 이 대표기자로부터 압수수색한 모든 디지털 정보를 대검 서버에 보관하고 있다는 문서를 검찰이 노출시켰다. 사건이 커지자 검찰은 보름 뒤에 "(이번에는) 전부 복제 이미지를 삭제했다"는 '확인서'를 이 대표기자에게 또다시 내줬다. 두 번씩이나 같은 확인서를 내줬는데 도둑이 제발 저린격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건과 무관한 정보까지 모든 디지털 정보를 대검 서버에 저장하는 것은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과 무결성을 법정에서 다투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는 변명이다. 현 정부가 시행령 통치에 유능하므로 시행령에 해당하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을 보자. 제42조 2항에 명백하게 이렇게 적시돼 있다.
 
연합뉴스·스마트이미지 제공 연합뉴스·스마트이미지 제공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1항의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전자정보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전자정보를 지체없이 삭제 또는 폐기하거나 반환해야 한다. 이 경우 삭제·폐기 또는 반환확인서를 작성하여 피압수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검찰이 피압수자로부터 획득한 모든 전자정보를 대검 서버에 보관하는 것은 어떤 이유를 갖더라도 위법이고 불법적이다. 근본적으로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 보호 원칙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현대생활에서 전자 정보는 과거의 '일기장'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정보력을 갖고 있다. 휴대폰을 털리는 순간, 개인의 사생활은 수사 검사에게 그대로 노출된다.
 
범죄 혐의가 없는 디지털 정보를 수사기관이 보관할 어떤 명분도 없다. 더욱이 디지털 정보의 보관력은 무한대이다. 압수수색 정보가 쌓이고 쌓이면 조지오웰이 말한 빅브라더의 현실이다. 검찰권이 과거의 국정원 사찰력까지 합한 것이라면 그런 검찰은 공익의 통치자이지 대표자가 아니다. 공포스러운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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