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오던 비트코인 가격이 일주일 사이 1만달러 넘게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가 임박한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시장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0일 오후 2시45분 현재 6만 146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4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7만 3777달러에서 1만 2314달러(16.7%)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시각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은 개당 907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 14일 역대 최고점인 1억500만 원보다 1430만 원(13.6%) 낮은 가격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거래 승인 효과에 힘입어 최근까지 거침없이 상승세를 이어왔다. 채굴 보상이 기존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다음 달 도래할 것이라는 예상도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다가 일주일 가까이 꾸준히 하락 중이다. 최근 연달아 발표된 미국의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자 연준이 물가 안정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됐고, 이에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도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 연합뉴스
지난 12일 발표된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 대비 3.2% 상승해 시장 예상치(3.1%)를 웃돌았고, 14일 나온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6% 올라 예상치(0.3%)를 크게 뛰어넘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도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치에 따른 것으로,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의지를 억제하고 금리 인하를 더욱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 가운데 하나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에선 지난 18일 일일 최대 유출 규모인 6억 43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이처럼 기준금리를 둘러싼 긴장도가 높아진 만큼 21일 새벽에 발표되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대한 주목도도 높다.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시장의 시선은 금리 결정 그 자체보다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에 집중되고 있다.
다수의 FOMC 위원들은 작년 12월 마지막으로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세 차례(총 0.75%포인트) 금리 인하를 전망했는데, 좀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는 만큼 이번에 두 차례(0.50%포인트) 인하로 전망이 수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견조한 미국 경제와 여전히 높은 수요측 물가 압력을 고려해 연준이 오는 7월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총 2회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번 FOMC는 6월에 기준금리 인하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또 한 번 후퇴하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의 미국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데이터를 보면, 연준 발표를 앞둔 이날 오후 현재 연준이 6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 세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긴 하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 전망이 연내 2회 인하로 수정될 경우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 가치는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점도표 변경 여부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발언 수위를 관전 포인트로 꼽으면서 "그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거래소를 운영 중인 영국 LMAX그룹의 조엘 크루거 연구원도 코인데스크에 "연준 결정에 따라 위험자산 회피 정서가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