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골든타임' 말한 정부…의대교수는 "근거없는 공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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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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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첫 법정 공방이 지난 14일 벌어졌습니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 등이 정부의 2천명 의대 정원 증원을 일단, 멈춰달라며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이 열린 겁니다. 대한의사협회 간부들이 연일 수사기관에 소환되는 와중에 법정까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번진 모양새입니다.

이날 변론이 끝나고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은 "이번 결정은 현재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정말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법정 B컷은 의정 갈등이 법정까지 뻗친 그날의 공방을 따져보려 합니다.


'의-정'갈등 법정공방…"결정 과정 위법" vs "소송 요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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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정 앞은 재판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집행정지 신청인 측과 정부 측 소송수행자들이 법정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갈라져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집행정지 가처분에 대한 심리에서 양측은 20여 분간 날 선 공방을 벌였습니다.

의료계가 문제 삼는 건 지난달 6일 있었던 의대 정원 증원을 2천명 규모로 결정한다는 복지부 장관의 발언과 뒤이어 나온 교육부의 후속 조치들입니다. 전의교협 측은 고등교육법상 복지부 장관에게는 대학교 입학 정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어 무효일 뿐 아니라 복지부 장관의 증원 결정을 통보받아 교육부 장관이 행한 후속조치 역시 당연히 무효란 주장을 폈습니다.

2024.03.14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심문 中
전의교협 측 이병철 변호사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등교육법상 아무런 권한이 없어 무관한 자다, 그런데 2천명 결정해서 통보하는 건 위법하고 무효라는 취지입니다. (중략) 교육부 장관의 처분 경우엔 대입사전예고제, 작년 4월에 이미 대학교 기본계획과 각 대학 시행계획 입시안이 발표됐고 이건 변동할 수 없습니다. 특별한 예외사유 없으면 법률에서 절대 변경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절차적으로 헌법상 적법절차에 따른 행정법상 처분 당사자 등의 의견수렴을 해야 하는데, 여러 당사자 중 가장 중요한 의과대학 증원 하면 직접 당사자는 학생, 전공의, 교수들인데 이분들 의견수렴 전혀 없었다는 절차적 하자를 지적합니다"

전의교협 측은 2천명이란 정원 증원 규모 또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조작'이란 표현도 꺼내 들었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에는 정치적 목적까지 내포돼 법원이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2024.03.14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심문 中
전의교협 측 "2천명 증원이라는 것이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게 다 밝혀졌습니다.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3개 보고서 연구자가 최근 언론에 나와서 본인들 연구는 2천명 증원을 언급한 바가 없고 정부가 이를 조작 날조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미 했었습니다. 사실오인에 해당하는 위법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중략)

"최근에 경북대학교 총장은 대통령 앞에서 (의대 증원을) 2배 늘렸다, 지원하겠다고 한 그 다음날 경북대 총장은 국민의힘 비례의원까지 신청했다는 게 폭로됐습니다. 이 사건이 정치적 목적 있다는 게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략)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예기되고, 법원 일을 막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는 긴급성이 인정됩니다"

정부 측도 반박에 나섰습니다. 주된 논리는 '소송 요건에 심각한 하자'가 있으니 각하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각하란 심판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합니다.

2024.03.14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심문 中
정부 측 소송수행자 "집행 정지 요건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말씀드립니다. 먼저 소송 요건을 말씀드리면 처분성입니다. 신청인들은 복지부가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발표한 내용과 교육부가 각 대학에 의대정원 의사를 묻는 신청 안내 두 가지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심의 결과 발표'한 것이고 '신청을 안내'한 사실행위일 뿐입니다. 이는 대학별 정원 배정 단계의 첫 단계, 첫 절차에 불과합니다. 향후 대학들의 자발적이고 임의적인 선택에 의한 신청 단계가 지금 지났습니다만 이에 대한 정부의 검토,  정원 배정 등의 절차 거치면서 구체화 될 예정입니다. 현 단계에 과연 의대 증원이 어떤 효과를 갖고 불이익은 미치느냐 정도는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중략) 대학은 선택에 따라 신청하고 있고, 정부는 검토하고 배정하는 주요한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긴급성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 측은 의사 부족이 얼마나 큰 피해를 미칠지 상상해 보라며, 지금이 '공공복리'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중대한 보건의료 정책 시행의 지연으로 초래되는 갈등 상황이 조속히 종료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했죠.


"신청 안내라면, 왜 공권력 발동했는가"


특히 정부 측이 정부는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신청 안내한 것일 뿐이라며, 행정소송의 요건이 되는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자, 공방에 불이 붙기도 했습니다. 전의교협 측은 단순 안내라면, 왜 공권력을 발동했느냐며 반발했고 정부 측은 그 부분은 집행정지와는 무관하다며 주장을 물리쳤습니다.

2024.03.14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심문 中
전의교협 측 "정부는 그냥 안내했을 뿐이다, 구체적인 건 대학이 해야 된다 하면 정부는 뭐 하려고 이렇게 난리를 칩니까? 왜 전공의들한테 행정처분 통지서를 보내고 왜 공권력을 발동합니까? 안내하는 사실 행위에 불과한데 행위의 주체는 앞으로 각 대학이 한다면 왜 2천명을 한 명도 못 깎는다는 둥 공권력을 발동합니까?  

본인들이 처분한 게 없으면 언제 공권력이 발동됩니까. 이런 중대한 문제를 대학이 알아서 한다? 처분이 없으면 정부가 나설 일도 공공복리를 주장할 필요도 없는 겁니다. (중략) 무슨 공공복리의 위해가 있는 겁니까. 환자가 죽어나갑니까.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세계 1등입니다. 의사 접근성은 OECD보다 3배 이상 높습니다. 공공복리의 위해는 정부가 만든 겁니다.

정부 측 소송 수행자1 "
신청인(전의교협)께서 대상을 혼동하시는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신청인께서 말씀하시는 공권력이라고 하는 것은 별도로 전공의들이 일제히 병원 진료현장을 떠나서 그것에 대해 진료 유지 명령을 하는 것,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라서, 전혀 대상이 다릅니다"

정부 측 소송 수행자2 "
신청인께서 주장하는 것을 보면 집행정지 처분 (신청)을 왜 한 것인지 납득이 어렵습니다. 행정법원에서 이뤄진 소송 목적은 국가 정책의 당, 부당을 따지기 위한 게 아닙니다. 집행정지 요건에 규정돼 있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는 것은 신청인들의 개인적 손해를 의미하는 것이지 공익상 손해, 제3자 손해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개인적 손해 어떤 것인지 준비서면에 제대로 소명돼 있지 않습니다. (중략) 신청인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개인적인 손해가 있는지를 소명하면 되는 것이고 행정청은 처분이 집행정지가 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설명하면 되는 것입니다"

전의교협이 행정소송에 나설 원고에 해당하는지도 문제가 됐습니다. 정부 측은 "처분 내용이 없기에 원고 적격성을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다"면서 "의대 정원 증원의 주체는 대학이지 신청인들이 아니기에 법률상 보전할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의교협 측은 판례를 들며 원고적격이 있다고 했습니다.

2024.03.14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심문 中
전의교협 측 "원고적격 없다에 대해 제가 서면에서 밝히지 않은 새로운 사실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법원 확립된 판례가 자동차운수사업법 기존 업자들이 신규면허에 대해 다퉜을 때, 대법원이 원고 적격 인정한 바 있습니다. 획기적 판결이죠"

"그 핵심적인 이유가 자동차운수법에 수요공급을 판단해서 신진면허 결정하라는 조항이 기존 업자들의 사익 보호하는 취지고 원고적격 인정된다는 판결입니다. 판결 법리를 적용해보면,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을 결정할 때 교육부 장관은 의료인에 대한 수요 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경업자(경쟁업자) 소송과 유사한 부분 있고, 원고적격 인정될 것입니다. 의전원과 의과대학이 다를바 전혀 없고, 나아가 의과대학 의전원 수학하는 학생들의 양질 교육받을 권리와 교수들의 양질의 교육 할 권리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교수님들에 대해서도 경업자 부분 법리 적용한다면 법률상 이익 인정돼야 하는 것입니다.

정부 측 소송수행자 "원고적격에 대한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자동차운수사업법 경업자 판결을 들면서 신청인들에게 원고적격이 있다 주장했는데, 신청인들은 대학교수들이지 대학과 경업자가 아닙니다. 의전원과 의대 말씀하셨는데 역시 신청인들은 교수이지 의전원도 의과대학도 아닙니다. 경업자 판결 적용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전의교협 측이 내세운 건 2010년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계획 변경인가 처분취소 소송으로 경업자에 대해 이뤄진 면허 등 행정처분에서 기존 업자가 그 처분의 상대방은 아니더라도 원고적격은 인정된다고 본 판례입니다.

전의교협 측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우선 기존 업자가 있는 상태에서 신규 면허를 내주는 것이 문제가 된 판결 상황이 의대 정원 증원이 문제가 된 지금과 비슷한 구조란 겁니다. 또 고등교육법에 의사 수요를 고려해 입학 정원을 정한다는 규정이 있고, 전의교협 주장에 따르면 의전원과 의과생들은 다를 바 없어 의대 정원 증원에서도 수요를 따져야 한다는 겁니다. 나아가 학생들의 수업받을 권리와 교사의 가르칠 권리는 맞닿아 있으니 그런 취지로 보면 교수들도 원고 적격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정부 측은 애초 교수와 대학이 경업자 관계가 아니니 판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의대생·수험생이 제기한 행정소송…법조계는 '각하' 전망


이처럼 치열한 공방이 오갔음에도 법조계에서는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 사건인 행정소송의 각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정부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을 뿐아니라 의대 교수들이 원고 적격성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복지부 장관이 정원 2천명을 늘리겠다고 보도자료를 내고 발표한 행위를 행정계획이 아닌 대외적 공표 행위로 봐서 처분성을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또한 의대생들이 수업 환경의 침해, 학습권 보장 등을 주장할 경우 의대 교수와 달리 상대적으로 원고 적격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사안과 별개로 전공의와 의대 학생, 수험생 등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 취소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도 한 상태입니다. 해당 사건은 22일에 집행정지 신청 심문이 계획돼 있습니다.

이 사건은 각하를 피해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요.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이 역시 처분성과 의대생·수험생도 원고 적격성에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소송은 까다롭다"고 전했습니다. 또 현재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계획만 나온 상태라 처분성을 인정받기에는 앞서 나간 소송이란 의견도 내놨습니다.

또 다른 법조인은 행정처분을 받고 의대 정원 의원의 주체인 대학 총장들이니 그들이 소송에 나서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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