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윤창원 기자대통령실은 14일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부임 논란에 대해 "공수처가 그동안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SBS TV에 출연해 이 전 장관 논란과 관련, "공수처가 조사도 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출국금지를 길게 연장한 것은 누가 봐도 기본권 침해이고 수사권 남용"이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장 실장은 공수처가 지난해 9월 이 대사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한 차례도 소환조사를 하지 않다가, 3개월이 지난 같은 해 12월에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국금지는 유효 기간이 한 달이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연기하면서 막상 조사는 안 한 것"이라며 "그런데 출국금지는 잘 알다시피 수사상 상당히 필요한, 긴박한 상황에서 수사를 계속해 나가기 위해 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사 임명 전까지) 조사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수사나 조사에 무슨 차질이 있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 야당이 이 수사나 조사에 정말 진심이라면 6~7개월 동안 아예 조사하지 않은 공수처부터 문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또 수사 회피 목적에서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는 야당 측 주장에 대해선 "정말 말도 안 되는 억지이고 앞뒤가 전혀 안 맞는다"며 "상대국(주재국) 동의를 받는 아그레망에만 1~2개월씩 걸린다. 또 아그레망을 신청해 놓으면 그 과정에서 유관 기관이나 기업 같은 데에는 다 알려진다"고 반박했다.
이어 "도피성으로 해외에 내보내려면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을 택하겠느냐"며 "빨리 내보내려면 아그레망 절차가 필요 없는 국제기구나 총영사도 얼마든지 있다. 굳이 오래 걸리는 호주 대사를 택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요즘 인터넷만 두드리면 대사관 주소, 전화번호, 심지어 약도에 사진까지 다 나온다. 더군다나 호주 교민이 16만 명이나 된다"며 "여기에다가 도피성으로 보낸다는 거는 제가 보기에 정말 말이 안 된다. 차라리 서울 어딘가에 핸드폰 끄고 조용히 있으면 훨씬 더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호주대사 임명 배경에 대해선 "장관 재직 시절에 호주와 일을 많이 했다. K9 자주포 계약도 했고 K9 현지생산 공장 기공식도 주도했다"며 "지금 부임해 이틀 만에 신임장 사본을 (호주) 외교부에 제출했는데 이례적으로 빠르다. 그만큼 호주도 호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 실장은 '이 대사를 임명 철회할 계획은 전혀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장 실장은 우리나라 국민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발표 이전에 한러 당국 간 소통이 있었다"며 "현재 양국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측의 조사 방향이라든가 진행 상황을 좀 보면서 효과적으로 영사 보호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강구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북한과 관련해선 "북한이 우리나라를 '제1의 주적'이라고 선언한 것을 굉장히 흥미 있게 봤다"며 "북한이 체제 정통성과 명분에 지장이 가는 것을 감수하고 우리나라와 '절연'을 선언한 것은 북한 내의 한류나 남한에 대한 동경이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이어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한 일종의 맞대응 내지 반발이라 볼 수 있다"며 "향후 북한의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형별로 만반의 대응 계획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군사 훈련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지역에서의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등이 있었는데, 이중 GPS 교란에 대해서는 민간 선박이나 항공기에 피해가 없도록 군과 관계 당국이 합동으로 긴밀히 대처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