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국민의힘 이상민 의원, 새로운미래 김찬훈 대전YMCA 이사장. 본인 제공오는 4·10 총선에서 대전 유성구을은 5선의 국민의힘 이상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황정아 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새로운미래 김찬훈 대전YMCA 이사장이 진검승부를 펼친다.
민주당 텃밭 '유성을'…변화하는 분위기도?
유성구는 지난 7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이 단 한 번도 깃발을 꽂지 못한 곳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대전 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 구청장을 배출하는 등 국민의힘의 험지 중 한 곳이다.
특히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를 품고 있는 유성을 지역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충남대학교 등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층이 많고, 30여 개 정부출연연구원 소속 노동조합이 있어 그동안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혔다.
지난 대선 당시 대전에서 유일하게 유성을 지역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을 근소한 표 차이로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유성구 전체로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를 앞섰고, 신성동 주변으로 집중된 군부대와 고급 아파트 등 영향으로 민주당의 독주 분위기가 사뭇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연구원들의 표심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33년 만의 R&D 예산이 삭감된 뒤 과학계가 발칵 뒤집히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R&D 예산 삭감이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다음에는 대폭 증액'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기조 변화를 위해서는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표심은 안갯속이다.
당적 옮긴 5선 중진이냐, 전략공천 여성 과학자냐, 새로운 선택이냐
먼저 국민의힘 이상민 의원의 경우, 총선 직전 당적을 옮긴 모습이 유권자에게 어떻게 비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며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로 분류됐던 이 의원은 지난 1월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전락한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저격하며 민주당과 결별을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이 의원이 6선에 성공한다면 '국회의장'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의원 스스로도 국회의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만큼 유권자들이 국회의장 가도에 힘을 실어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 5선의 경륜과 정치적인 힘, 정치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국정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반면 누리호 성공 주역이자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로 불리는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치 신인의 패기와 현장 연구원 출신이란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황 연구원은 "'과학기술계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며 "과학계·이공계 인재들의 소중한 꿈을 지키고, 그들의 목소리를 국회와 정부에 대변하는 과학자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황 연구원의 경우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을 원만히 봉합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영입 인재로 등판한 황 연구원은 경선 없이 전략 공천돼 당내 예비후보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유성을에서 당내 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 받아온 허태정 전 대전시장을 눌러 앉히면서 받은 전략 공천이란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상민 의원과 황정아 연구원 모두 R&D 예산 복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 의원은 정부 여당 프리미엄을 위해 '정권 안정론'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점을, 황 연구원은 R&D 예산 삭감과 입틀막 경호 등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며 선거전에 나설 전망이다.
또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된 김찬훈 이사장이 최근 민주당 탈당 후 새로운미래에 입당해 출마를 선언하면서 유성을은 현재까지 3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유성과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비전 하나 없는 낙하산 후보 대신, 검증된 능력과 개혁성을 지닌 '진짜 민주 후보' 김찬훈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배재대 행정학과 최호택 교수는 "선거는 구도가 중요한데, 황정아 후보와 김찬훈 후보의 경우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고, 이상민 의원은 국민의힘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유성을) 지역 정서상으로는 민주당이 유리할 것 같지만, 구도를 놓고 봤을 때는 국민의힘이 조금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이곳은 젊은 분들과 과학도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R&D 예산 삭감이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또 한 가지 또 변수는 출연연이 바라던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된 것인데, 과연 예산 삭감이 선거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인지 아니면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더 큰 영향을 줄 것인지 반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