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앵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생토론회가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을 빚고 있는데요. 대통령실은 '민생 챙기기'라고 설명하지만, 야당에서는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함께 이 소식 나눠보겠습니다.
◇박지환>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인천에서 민생토론회를 주재했죠? 어떤 얘길 주로 했습니까?
◆권영철> 18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는데요. 인천지역 개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인천광역시청에서 '대한민국 관문 도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을 주제로 열린 열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윤 대통령의 발표 들어보시죠.인서트
<윤석열 대통령>
"역할을 다한 인천 내항은 전체를 재개발하겠습니다. 공간과 기능을 완전히 재배치하여 시민들이 언제든 쉽게 찾아 쉬고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 것입니다. 인천시의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연계해서 K컬쳐 복합 문화 공간을 조성하고, 미디어 전시관과 문화 행사장, 호텔, 쇼핑 관광시설까지 인천항을 해양문화 관광의 새로운 핫스팟으로 만들겠습니다."
윤 대통령은 5천개 이상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향후 10년간 10조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습니다.
조금 전 이준규 기자의 리포트 들어보셨겠지만, 국토부와 사전 협의 안 된 내용도 나오고 하면서 혼선도 빚고 했습니다.
◇박지환> 현장에서는 혼선도 빚어졌군요. 그제(5일)는 경기도 광명에서 청년 토론회를 열었죠?
◆권영철>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명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국정 동반자가 청년들"이다. 근로장학금 확대, 주거장학금 신설, 기업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등 국가 재정과 세제로 청년층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쏟아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장학금 대상 확대인데요. 내년부터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지금은 소득 하위 50%인 75%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면 사실 거의 지급하는 게 되잖아요. 이게 장학금인지 지원금인지 헷깔리게 되는데, 현재 100만 명에서 150만 명까지 되는 구조들입니다. 또 대학생의 월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연 최대 240만원 가량의 주거장학금을 신설하겠다, 이런 얘기까지 했습니다.
◇박지환> 일단은 좋은 정책처럼 들려요. 그런데 재원은 얼마나 필요하고, 어떻게 마련한다고 이야기 하던가요?
◆권영철> 그건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주거장학금만 해도 240만원씩 10만 명에게 지원하면 2400억원이 필요합니다. 근로장학금 대상도 20만명으로 늘리면 2000억 원 정도 추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장학금에만 줄잡아 1조원 이상이 추가로 투입돼야 할텐데, 토론회에서는 재원 규모와 조달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박지환> 민생토론회가 오늘까지 18차례 열리지 않았습니까? 나오는 정책들이 사실 '선심성 선거공약' 아니냐 의심받을 수도 있어요.
◆권영철> 그런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늘(7일) 인천에서 쏟아낸 개발공약도 그렇구요. 그제(5일) 광명에서의 청년지원방안 발표도 그렇고, 지난 4일 대구에서도 민생토론회가 열렸는데 여기서도 선심성 정책들이 나왔습니다.
대구에서는 "대구에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과감한 지원을 펼치겠다"면서, 경상도 사투리로 "마 한번 바까(바꿔)' 보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민생토론회 2월 일정 표를 잠시 보시면요.
2월 한 달에만 8차례 민생토론회를 열었는데 5차례 전통시장에 방문했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지나친 면이 있다"면서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가 공약을 하고 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환> 야당에서도 당연히 '관권선거'라는 비판이 나왔잖아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윤 대통령이 내놓고 있는 정책 상당수가 국회에서 입법을 해야 되거나 재원 대책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홍익표 원내대표>
"윤석열 대통령이 두 달째 관건 선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7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청년정책을 쏟아냈습니다. 국가 장학금 지급 대상을 150만명으로 확대하고, 주거 장학금을 주겠다고 발언 했습니다. 지급대상, 예산추계 모두 불분명합니다. 청년들의 표를 얻기 위해 급조된 정책일 뿐입니다. 청년 일자리 대책은 올해 예산안에 있는 정책의 재탕 수준입니다."
홍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관권선거 두 달 동안 약 925조원의 퍼주기 약속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국민을 현혹하는 선심성 공약 살포, 그리고 불법 선거운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환> 야당도 비판하지만 동아일보나 중앙일보 같은 보수성향의 신문들도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오늘(7일)자 중앙일보 신문 사설의 제목이 <대통령이 여당의 선대본부장인가, 민생토론회 논란>이고요. 동아일보는 <나흘이 멀다하고 선심 공세, 功守만 바뀐 대통령 중립 공방>이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나흘에 한 번꼴로 민생토론회가 열린 지역(서울 3회, 경기 8회, 영남 4회, 충청 2회, 호남·강원 0회) 또한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의 승부처로 삼는 곳과 겹친다.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고 비판했고요.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토론회에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신설 및 노선 연장부터 철도 지하화,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대구·경북 신공항 등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지역개발 정책이나 복지 정책 발표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고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박지환> 예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경우는"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대통령으로서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가 탄핵소추를 당했잖아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개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고 있어서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하기는 어렵다는 법조인들의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지환> 그렇군요. 대통령실에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권영철> 민생토론회가 선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생토론회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선거와 관계 없이 선거 후에도 계속 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박지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권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