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연합뉴스다음달 중순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4차 방류가 이뤄질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해양 방류 첫 사이클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 해양 방류 과정에서 치명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원전 내부에서 오염수 누출 사고 등이 이어지면서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전력은 28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4차 방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4차 방류 대상 오염수 용량은 총 7800t(톤)이다. 앞서 지난해 8월 24일부터 오염수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비슷한 양이 바다로 흘러갔다.
도쿄전력은 모두 네 차례에 걸친 오염수 방류를 1개의 사이클로 묶었다. 이에 1~4차 방류를 통해 방류되는 오염수의 총량은 3만1200톤에 달한다. 일본 측은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첫 사이클을 구분한 만큼 두 번째 사이클 역시 올해 4월부터 오는 2025년 3월까지로 삼았다.
이 기간 동안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총 5만4600톤에 달하는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지난해 오염수 방류 직전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일본 등이 동의하면서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현지 소재 사무소에 모니터링 전문가를 주기적으로 파견 중이다.
4차까지 방류가 이어지는 동안 해양으로 대량 방사능이 누출되거나 다핵종제거설비(ALPS) 고장 등 치명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원전 내부에서 오염수 원액이 누출되거나 배관 청소 도중 오염수가 섞인 세정액이 분출되는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원전 오염수 정화 장치에서 오염수 1.5톤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전 내부 4호기의 고온소각로 건물 동쪽 벽면 배기구에서 알프스 정화 전 오염수가 누출되며 논란이 됐다. 도쿄전력이 조사한 결과 당시 이송된 오염수를 처리하는 세슘 흡착장치 점검을 앞두고 방사선량을 줄이기 위한 배기 작업이 진행 중이었지만, 해당 장치와 연결된 배관 밸브 10개가 열려 있었다.
원칙적으로 밸브가 닫힌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현장에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누출 사고는 일본 현지에서 오전 8시 53분에 발생했지만, 우리 정부는 사고 발생 후 약 9시간 후인 오후 5시 59분에야 첫 통보를 받아 논란이 됐다. 통보까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우리 정부는 향후 신속하게 통보하도록 개선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알프스 배관 청소 도중 세정제와 오염수가 섞인 방사성 액체가 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배관을 청소하던 작업원 5명은 탱크에 흘려보내는 호스가 빠지면서 방사성 물질 포함 액체를 뒤집어썼다. 이들 중 2명은 신체 표면 방사선량이 높아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문제는 당초 도쿄전력은 분출된 방사성 액체 용량이 약 100㎖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가 현장 인부들의 증언 등을 통해 발표한 양의 수십배에 달한다고 정정했다는 점이다. 도쿄전력의 통보에만 의존하고 있는 우리 정부 역시 오염수 정례 브리핑에서 분출양이 100~150㎖이라고 발표했다가, 일본 측이 용량을 정정하자 재차 수정해 발표하는 촌극이 일기도 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설비. 연합뉴스
해당 사건들이 원전 관리 직원들의 밸브 관리 소홀과 업무 프로세스 미흡 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자연 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일본 내부에서도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며 도쿄전력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다음달 12~14일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가미카와 일본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IAEA는 오염수 해양 방류에 모니터링을 통한 독립된 제3자 입장에서 관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방류 개시 직전 지난해 7월 일본을 방문했던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일은 해양 방류 개시 이후 처음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번 방일 기간 동안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 오염수 방류 상황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태평양 인접국가들과 환경단체의 질의에도 불구하고 그로시 사무총장은 '해양방류의 정당성 원칙' 등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번 방일 또한 '보여주기' 일정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우리가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승인을 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우리 전문가들을 초반부터 후쿠시마 원전 현지 사무소에 상주시키는 방안을 관철해 현지에서 안전 상황을 체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