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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의료 시스템 붕괴 초읽기…"정부, 결자해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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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대전과 충남지역 의료 대란은 신규인턴 임용포기 등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환자 뺑뺑이 일상화 되고 있고 시민들 사이에선 '의대 증원 찬성' 이상으로 '의료 붕괴 반대' 여론도 비등한다. 정부는 환자 생명 관리의 무한‧최종 책임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전충남 주말 사이 119 거리에서 헤매다 응급환자 타지역으로
신규 인턴 수백명도 임용 포기…전임의도 재계약 포기 움직임
진영 속 시민단체 언론 주장 멀리하고 시민들의 '대화와 타협,
숙의'요청에 귀 기울여야

김정남 기자김정남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이후 대전충남 대형 대학병원의 의료 대란이 일주일째 계속 되고 있다. 충청지역 전공의 수 백명이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임의마저 이 달말 계약 종료되면서 일부는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들의 병원 잔류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또 내년부터 병원의 한축을 담당할 신규 인턴도 들어오지 않기로 했다. 대전 충남 의료 시스템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역 환자들의 '병원 난민 사태'가 매우 우려 되고 있는 데 이번 사태를 무한 관리해야 할 정부는 의대 증원 여론에 기대어서 강경책만 고수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선 '의대 증원 찬성' 이상으로 '의료 파국 반대'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26일 대전충남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3월부터 지역 주요 수련병원에서 새롭게 수련하기로 계약한 '신규 인턴' 상당수가 임용 포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대병원의 경우 의대 졸업 후 병원과 3월 수련 개시를 계약한 '신규 인턴' 60여명이 전원 임용을 포기했다.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신규 인턴 36명 중 32명도 역시 병원에 근무하지 않기로 했다. 또 순천향대 병원 입사 예정이던 인턴 32명도 임용포기 의사를 병원에 밝혔다.
 
또 대전성모병원에 배정된 신규 인턴은 모두 25명에 이르고 있다. 카톨릭 중앙의료원 신규 인턴 동향에 따라 사직서 제출 여부 등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임용 포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건양대 병원도 신규 인턴 예정자가 30여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까지 병원측에서는 사직서 제출을 한 신규 인턴은 없다고 하지만 이미 선배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만큼 당장 3월부터 근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규 인턴이 병원에 입사하지 않을 경우 이번 사태가 해결된다 해도 내년도 병원마다 인력 운용에 큰 공백과 차질이 예상된다.
 
문제는 전임의들의 동요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이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세부 진료과목을 수련 중인 전임의들도 병원과 재계약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1년이나 2년마다 재계약을 한다. 
 
지금까지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빈자리를 이러한 전임의와 교수들이 떠안은 상태다.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환자 관리, 야간당직 등을 도맡고 있는 데 체력적인 한계에다가 후배들의 줄 사직에 크게 낙담하고 있다.
 
대전과 충남지역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전임의 중 재계약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전임의 상당수가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병원측도 전임의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충남대 병원의 경우 40명 안팎의 전임의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사태에 대해서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양대 병원과 대전성모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전임의가 동요하고 있다. 이달 말 계약 종료시 재계약을 할지 여부에 대해서 걱정이 크다. 이들 전임의 한 명 한 명의 역할은 매우 크다. 일반 인턴이나 레지던트와는 비교할 수 없다."며 "이들이 그만 두게 된다면 사실상 병원은 셧다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남 기자김정남 기자
의료 현장에선 의료진이나 환자나 모두 아우성이다. 이미 대형병원마다 정규 수술을 30%-40%씩 줄이면서 대응하고 있다. 또 이미 수술을 마친 환자에 대해선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시키거나 다른때보다 서둘러 퇴원조치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40%이상 담당한 전공의의 공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대형병원에 남아 있는 교수나 전임의 등 의료진들은 근무 시간을 최대로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미 일주일 이상 비상 근무를 하면서 거의 번아웃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이다.
 
대전 중구 대형 대학 병원 교수 A씨는 "전공의들이 맡았던 회진이나 당직을 전임의와 나눠서 대응하고 있지만 체력적인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며 "전임의까지 그만둔다면 병원문은 사실상 닫은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환자들의 불안과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의료 공백에 따른 거리를 헤매는 응급환자, 즉 병원 난민 사례도 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23건의 응급환자 이송지연 등이 보고되고 있다.
 
 25일 오전 4시께 대전에 거주 중인 30대 외국인 여성이 복통과 하혈 증상을 보여 응급실을 찾았다. 대전소방본부 119 상황실은 대전에 있는 각 대학병원에 수용 여부를 문의했지만 전문의가 없거나 병상부족 등의 이유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결국 3시간을 헤맨 끝에 다른 지역 의료기관으로 옮겨졌다.
 
사례는 또 있다. 24일 오전 10시경 신세계백화점 앞 도로에서 차량 사고가 발생하면서 119 구급대가 출동해서 뇌졸중 의심 운전자를 구조했다. 현장에서 가까운 대형병원 응급실에 수용을 의뢰햇지만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고 66분간을 헤맨 끝에 일반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은 의사들의 직역이기주의에 분노하면서도 의료 시스템을 파국상황으로까지 끌고 가고 있는 정부의 무대책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시 서구의 한 병원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B씨는 " 몸이 아프고 다쳐도 갈 병원을 찾지 못하는 환자들의 심정을 의사나 정부는 제대로 알고 있냐"며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환자 곁을 떠나는 점은 명백히 잘 못 됐지만 그렇다고 의사를 병원으로 돌아오게 할 방법도 마련하지 못하면서 공허한 강경대책만 남발하는 정부도 역시 매우 한심하다"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대전시 중구에서 만난 50대 시민 C씨도 "정부가 '국민의 찬성' 여론만 믿고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발표하고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그런 국민조차도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거나 환자들의 생명까지 담보하기를 원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상황 관리에 대한 정부의 무한 책임을 강조했다
 
또 대덕구에 사는 40대 시민 D씨도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의 문제가 한두해 된 것이 아닌 데 정부는 대책 마련은커녕 이해 당사자를 대상으로 설득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며 "국민을 큰 혼란에 빠뜨렸던 지난 2020년 공공의대 사태를 경험했는데도 또 다시 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막장까지 가야 하냐"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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