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한 기자전공의 줄사직 이틀째 대전 충남 주요 대학 병원에는 살길을 찾아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들의 발걸음만 분주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부대로 "줄사직은 불법'이라며 유일한 해결책은 '전공의의 항복뿐'이라고 연일 의사 압박책만 날리고 있다. 그러자 의사는 의사대로 "'황당한' 의대 증원 계획 철회"를 거듭 요구하며 그동안 가려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 명단까지 아예 공개해 버렸다.
21일 대전충남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전과 충남 6개 대형 대학병원의 전공의 사직률은 70%를 훌쩍 넘어섰다. 어제까지만 해도 대전 4개 대학병원의 경우 전공의 5백여명 가운데 3백여명 이상이, 충남 2개 대학병원에선 전공의 250여명 가운데 2백여명 가까이가 사직서 대열에 합류했다.
오히려 충남대병원의 경우 사직서 제출 전공의가 전날 81명에서 이날 136명으로 증가했다. 내알은 더 늘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전과 충남지역 대학병원 상황도 마찬가지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일부 전공의에 대해서 복지부는 즉각 '업무 개시명령'을 발령했다. 대전충남지역 각 병원별로 적게는 30여명에서 많게는 90여명에게 명령했다. 또 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을 경우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여전히 강한 압박책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다 범정부적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이는 의사를 옥죄는 다양한 강경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의사집단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은 개인적 사정이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날 오전까지 여전히 병원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오히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날 대한의사협회에서 임시대의원회의를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2천명 의대 증원 계획을 철회하라'고 거듭 주장했다. 여기에는 대전과 충남지역 수련병원 비상대책위원도 참여했다.
특히 이들 수련병원의 비상대책이원회의 명단까지 공개했다. 대전과 충남지역에서는 대학병원 전공의만 아니라 대전선병원과 유성선병원, 대전보훈병원 등 일반 수련병원 전공의도 참여했다. 모두 8개 수련병원 전공의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남 기자그러는 사이 지역 각 병원 입구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환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CBS노컷뉴스의 취재결과 이비인후과 문제로 호흡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대학병원 수술을 앞두고 있던 A씨. 수술 전 검사까지 마친 전날 입원과 수술 연기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A씨가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입원 일정 연기 필요하여 개별 연락드릴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A씨는 "수술하려고 검사를 다 받고 왔는데 갑자기 연기한다는 통보가 와 그럼 언제 하냐고 물었더니 날짜도 없이 무기한이라고 한다"며, "더 급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호흡과 식사에 지장을 많이 받고 목소리도 변했는데 상당히 불편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앞둔 B씨 역시 갑자기 수술 날짜를 6주 뒤로 미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수술은 안 되고, 입원도 안 되고, 외래 진료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이처럼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에 이어 병원을 이탈하면서 입원과 수술이 미뤄지기 시작하는 등 환자들의 '병원 유랑'도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의료 공백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립적 단체를 주장해온 일부 시민단체나 일부 진영 언론들은 1차원적 '국민 생명 볼모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적대 감정에 기반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과격한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평소 '숙의, 대화, 토론, 민주적 절차' 등을 말해온 단체들과 언론들이다.
대전시 서구에 사는 시민 박모(55)씨는 "2020년 의사 파업 때도 의사와 정부 '모두 국민과 환자의 생명을 위한다'고 강대강 대치를 벌이다가 겨우 중단했는데 그 당시 불쌍했던 것은 길 위로 내몰린 환자들뿐이었다."며 "그 파동 뒤 4년이 흘렀는데도 변화가 없는 고집스러운 의사도 문제이지만 4년간 그런 의사를 설득하지 못한채 허송세월하다가 일방적으로 증원발표한 정부도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