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CBS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경북대 제공'대학 재정규모 1조클럽 진입, 인구절벽시대 학생 숫자가 증가한 학교, 대기업과의 계약학과가 없어도 전자.모바일학과 졸업생 대부분이 삼성으로 취업하는 대학'
홍원화 경북대총장은 20일 CBS노컷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재임 중 큰 성과들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대학 재정규모 1조클럽 달성 얘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경북대는 2023년말 기준 대학 총 재정규모 1조1356억원으로 2020년의 8481억원 보다 34%증가하며 지난해초 마의 1조원 벽을 넘어섰다. 재정지원사업에서 무려 1553억원을 추가로 끌어왔고 산학협력단 회계 773억원, 대학회계 502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 한국대학들은 지난 15년 내리 정부 눈치보느라 등록금을 한 푼도 올리지 못한 채 내핍경영을 지속해 왔다. 정부는 등록금 인상을 억제시키는 대신 글로컬사업 등 재정사업들을 기획해 대학의 빈 곳간을 채워주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인게 대학의 현실이었다.
대학의 외형성장은 경쟁력의 한 척도일 뿐이지만 모든 대학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펼쳐진 마당에 재정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건 오롯이 경영자의 몫이다. 홍 총장은 "(재임 중) 재정지원사업을 거의 싹쓸이 해왔다고 보면된다. 램프사업과 플라임사업 등 대학이 유치한 R&D예산만 4000억원을 넘겼고 지역혁신사업은 기준안(基準案)까지 바꿔 예산을 늘리고, 두 번 도전해서 이뤄낸 성과"라며 "이걸 따기 위해 국회를 자주 다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학교 재정 1조클럽을 달성한 곳은 서울대 등 수도권 빅3 대학에 이어 4번째 사례로 부산대의 재정규모를 앞질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학교 본관 뒤로 글로벌프라자 건물이 보인다. 이재기 기자
홍 총장이 들려준 대외활동 관련 에피소드다.
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재임 당시 정부입법으로 발의된 고등교육특별회계법안 성안에 깊숙이 개입했다. 전국 교육청이 가진 예산을 대학이 빼내 쓸 수 없어서, 정부(기재부)와 우회로 마련에 나선 것이다. "지방교육교부금에 손을 대는 건 불가능하다 싶었죠 그래서 3조 2천억원이나 되는 교육세의 절반을 고특회계로 편입시키는 안을 반영해놓고 국회를 80번이나 찾아갔어요"
"야당에선 반대를 했지만 여당이 기재부안을 받아서 확보된 교육예산이 1조 5천억원이에요 클로컬사업이다 라이즈사업이다 해서 하고 있는 사업들의 밑천은 바로 이 돈입니다"
하버드와 프린스턴 등 세계 유수의 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의 명문 사학들도 결국 탄탄한 재정에서 학교의 미래가 좌우된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결국 우수한 학생을 받아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키워내는 것이고 이의 전제가 되는 건 탁월한 교수진과 뛰어난 교육환경조성이다. 여기에 돈이 투자돼야 한다. 그래서 내실 못지 않게 '외형성장'이 중요하다.
교수와 학생 정원은 대학 경쟁력을 나타내 주는 핵심 척도다. 인구절벽이라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출산감소와 인구 고령화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대입시험 수험자 수가 한때 80만명에서 50만명, 가까운 장래에는 30만명으로 쪼그라 드는 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대학가의 최대 관심사는 대학간 이합집산을 통한 구조조정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합쳐서 '규모의 경제'를 우선 유지해야 한다. 홍 총장은 학생수가 400명이나 늘어난 걸 미래에 대한 대비책이자 재임중 잘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대 야외 박물관의 야경. 이재기 기자 시대 변화와 젊은 층의 니즈를 반영해 우주와 모빌리티, AI 컴퓨터, 신약 등 첨단학과,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을 신설해 교수 정원(T.O)을 46명, 학생수를 400명 늘렸다. 홍원화 총장은 "첨단학과를 설립해 놓고 10만 첨단인력 양성이란 정부방침에 발맞춰 전략적으로 교수 증원을 추진했다"며 "교수 1명 증원은 대략 30억원의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AI나 전산화로 사라지는 시대, 대학의 성적표는 취업성적표로 매겨진다. 설립 10년된 모바일학과는 입학시 연간 2000만원 지원과 1차례 외국엘 다녀올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0년동안 변함없이 재학생 98%가 삼성전자 휴대전화사업부로 취직하고 있다. 전자공학과는 정원이 600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200명 안팎이 졸업과 함께 삼성전자로 간다고 했다.
모든 학과가 첨단학과와 같은 성과를 내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대학이 밀고 있는 특성화의 영역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홍원화 총장은 '다시 뜨겁게 다시 자랑스럽게'란 슬로건을 언급, "이 말은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아니고 우리가 1980년대 가졌던 벨류를 찾기 위해서 연구규모를 확실히 늘렸고, 이런 노력들이 연구비로 나타나고 있으며 학생수나 교직원수 이런 수치들이 '다시 뜨겁게'에 부합한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