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 박성은 기자"정부가 잘 해결해 주겠지 하는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데 진료가 미뤄질까 불안하죠"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광주 주요 대학병원에서도 사직서 제출 등 동참 행렬이 이어지자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일 오전 7시쯤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원무과 앞에는 평소보다 많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일찌감치 병원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기준 전체 전공의 3분의 2 정도가 사직서를 낸 상황에서 오는 21일 이후로 예약된 진료를 보지 못하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미리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전남대병원에 입원했던 50대 박모씨는 "3개월에 한 번씩 진료를 받고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는데 뉴스를 보고 혹시나 앞으로 진료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안 그래도 광주전남지역에 의사 수에 비해 환자가 많아서 진료 잡기도 어려운데 의사들이 사직서를 냈다길래 걱정돼 평소보다 일찍 병원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원무과 앞 대기 의자에 앉아 접수를 기다리던 80대 김모씨도 "당연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심장이 좋지 않아서 병원을 주기적으로 다녀야 하는데 앞으로 진료를 못 받을까 봐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전공의 319명 중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최소 224명이다. 전남대병원 측은 이날 오전 9시인 전공의 출근 시간 이후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각 인근 조선대병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래 진료 시작을 1시간 이상 남겨둔 시각에 환자 수십 명이 진료 접수를 위해 대기 중이었다.
전체 전공의의 절반 이상이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광주는 물론 전남 근교에서 아침 일찍 병원을 찾은 환자들로 붐볐다.
대장암 판정을 받고 정기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60대 황모씨는 "저야 아주 위급한 환자는 아니라 다행이지만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을 찾는 환자들이 걱정"이라며 "외래를 보는 전문의들이 전공의들이 자리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 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진료 접수 대기중인 환자들 모습. 박요진 기자
조선대병원 전공의 142명 가운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108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오전 7시 출근 시간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기독병원 전공의 상당수가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지는 등 광주전남 주요 병원에서 의료 공백이 사실상 현실화됐다.
이들 병원들은 전문의와 진료 보조간호사(PA) 등을 투입해 대응하고 진료 차질이 확산될 경우 비대면 진료 방식 등을 적용할 계획이지만 의료 서비스 질은 대면 진료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으며 응급실 24시간 체계 유지와 경증환자 분산 이송 등 비상진료체계를 운영 중이다.
광주시와 전라남도 역시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하고 의료계 집단휴진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