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황진환 기자성남 대장동의 시작점인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성남시의장에게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기소 2년 만에 1심 판결이 내려진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도시개발 사업이 민간 시행사와 유착됐다"며 김씨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열린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또 김씨의 청탁을 받고 성남도개공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시의장에게는 징역 4년 6월을 선고하고 803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최 전 의장은 2012년 3월 김씨로부터 성남도개공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조례안 표결 무렵인 다음해 2월 A씨 등 지역 주민 수십여 명을 동원해 조례안 통과 요청 시위를 하도록 조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전 의장은 조례안 의결 과정에서 최초 실시한 전자투표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자 '투표 기계가 고장났다'며 허위주장을 해 거수투표 방식으로 재투표를 진행해 조례안을 통과시킨 혐의도 있다.
김씨는 실제로 조례안이 통과된 이후 대장동 개발 사업의 수익이 현실화되자 2021년 2월 최 전 의장을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채용하고, 개발 성과급 40억 원과 연봉 8400만 원 등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혐의 등을 받는다. 최 전 의장은 2021년 11월까지 화천대유로부터 급여 등 명목으로 8천여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최 전 의장은 남욱 등 민간 시행사 관계자들로부터 로비를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성남시 관계자,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진행했다"며 "또 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달라는 본회의에서 대장동 주민들의 시위가 이뤄지도록 배후에서 주도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실제 조례안이 통과된 이후에 대장동 개발 사업의 수익이 현실화되자 화천대유와 40억 상당의 성과계약을 맺고 부청청탁 지급을 약속하고, 실제 8천만 원을 지급받았다"며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도시개발 사업이 민간 시행사와 유착됐고, 지역 주민 공동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공직자의 신뢰가 훼손됐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최 전 의장이 전자투표를 거수투표 방식으로 바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선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좌석에 앉아 버튼을 눌러야만 출석한 것으로 처리되는 전자투표 방식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진술했다"며 "실제 거수 투표로 한 의사진행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증거인멸을 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재판에 성실히 임하는 등 도주우려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이 끝난 뒤 김씨는 "판결문 검토 후 변호인과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한편 2022년 2월 기소된 이 사건은 2년 만에 1심 판결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