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을 나서는 손흥민과 이강인. 연합뉴스한국 축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종료 후 바람 잘 날이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론에 이어 선수들 간의 불화설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역대 최고 전력을 앞세워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했다. 하지만 4강전에서 요르단에 0 대 2로 패해 우승이 좌절됐다. 유효 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할 만큼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채 쓸쓸히 퇴장했다.
우승을 호언장담한 클린스만 감독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회 내내 선수들의 기량에만 의존하며 무색무취한 전술로 일관해 무능을 증명했다.
게다가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아 퇴진 여론에 휩싸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탈락 후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퇴진 여론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2년 반 뒤에는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를 거부한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 돌아가서 대회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8일 귀국 후 이틀 만에 돌연 거주지인 미국으로 떠났다. 자신을 둘러싼 퇴진 여론보다 휴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대한축구협회(KFA)를 향한 비난의 화살도 쏟아졌다. 클린스만의 만행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 데 대한 무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여기에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책임론까지 제기됐다.
탈구된 손흥민의 손가락. 연합뉴스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14일(한국 시각) 영국 매체 '더 선'의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이 매체는 "한국 선수들은 요르단과 4강전을 앞두고 설전을 벌였다"면서 "손흥민이 동료들과 언쟁을 벌이다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사건은 준결승을 하루 앞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벌어졌다. 매체는 "밥을 일찍 먹은 일부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하려고 자리를 떴다"면서 "저녁 식사 자리를 팀 단합의 시간으로 여긴 손흥민이 쓴소리를 하면서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탁구를 치려고 자리를 뜬 어린 선수 중 이강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손흥민이 선수들에게 돌아와서 앉으라고 했지만, 일부 선수가 무례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순식간에 다툼이 벌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다"고 설명했다. 결국 손흥민은 요르단과 준결승전에 오른쪽 중지와 검지에 흰색 테이핑을 하고 나섰다.
협회도 해당 보도가 사실임을 인정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회 기간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일부 선수들과 손흥민의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설명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이 사건을 목격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질 여론이 거센 가운데 대회 기간 부실한 리더십까지 드러나 성난 팬심에 불을 지폈다.
협회는 오는 15일 축구회관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 지난 10일 미국으로 출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부의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회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팬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확실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