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참패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이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입국 뒤 인터뷰에서 사임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인천공항=박종민 기자대한축구협회(KFA)가 마침내 칼을 빼들 모양이다. 설 연휴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경질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파 주축들을 앞세워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했다. 역대 최고 전력을 자랑하는 만큼 6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할 적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사였다. 대회 내내 선수들의 기량에만 의존하며 무색무취한 전술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특히 요르단과 준결승전에서는 유효 슈팅을 단 한 차례도 시도하지 못한 채 0-2로 완패했다.
탈락 후 퇴진 여론이 빗발쳤지만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고, 퇴진 여론에 대해서는 "일단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2년 반 뒤에는 북중미 월드컵에 나서야 한다"면서 말을 돌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금 당장 한국에 돌아가서 대회를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잘된 점과 부족한 점을 파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했던 말도 지키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로 성난 팬심에 불을 질렀다.
지난 8일 아시안컵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주께 휴식차 거주지인 미국으로 떠난다고 밝혔다. 그런데 11일 협회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예고와 달리 귀국한지 불과 이틀 만에 미국으로 출국했다. 심지어 귀국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 돌아가 대회를 분석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자신을 둘러싼 퇴진 여론보다 휴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듯하다.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리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류영주 기자클린스만 감독의 전례 없는 만행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 협회도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사태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무능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결국 협회는 12일 "황보관 기술본부장과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은 이날 오전 아시안컵 관련 미팅을 실시했다"면서 "이번주 내 전력강화위원회 소속위원들 일정을 조정해 아시안컵 평가에 대한 리뷰 회의를 개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침내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지도력을 평가하고, 북중미 월드컵까지 팀을 이끌어도 되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은 다음달 21일(홈)과 26일(원정) 태국과 월드컵 2차 예선 3, 4차전을 연달아 치른다. 만약 협회가 사령탑을 교체한다면 늦어도 3월 A매치 기간(18~26일) 전까지는 모든 작업이 마무리돼야 한다.
거액의 잔여 연봉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과 협회 간 계약에는 경질 시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까지 계약을 체결한 클린스만을 경질할 경우 60억 원이 넘는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위약금을 토해 낸다면 축구협회가 아닌 (정몽규) 회장 돈으로 지불하라"고 촉구했다.
축구계와 관계없는 정치권까지 나서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른 만큼 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평가에 속도를 올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