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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게임체인저' 맞아? 北 '해일', '극초음속 미사일'의 허장성세[안보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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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지난해 폭파 시험 여러 번 했던 핵어뢰 '해일' 또 꺼내든 北
러시아제 원판조차 쓰나미 시험 안 해…핵탄두 폭파해야 검증
핵탄두를 항구 등에서 폭파하면 위력 강하지만 북한 주장은 허세
2년만에 꺼내든 '극초음속 미사일'…비행궤적 보면 HGV 맞는 듯
주된 표적 오키나와·괌은 바다 한가운데 섬…요격체계 방어 가능
한반도에 쏜다고 해도 "종심이 짧아 장점 희석돼"
'게임 체인저' 남발되는 현실…"과도한 경보는 우리 판단 흐려"

지난해 7월 27일 자칭 '전승절(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열병식에 등장한 '해일'. 연합뉴스지난해 7월 27일 자칭 '전승절(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열병식에 등장한 '해일'.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주말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어 주말 직전 금요일에 '핵어뢰'를 꺼내들었다. 국방성 대변인은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개발 중에 있는 수중핵무기체계 《해일-5-23》의 중요 시험을 조선(북한) 동해 수역에서 진행하였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런 '신무기'들이 국내 언론에서 거론하는 '게임 체인저'가 정말 맞는지, 기술적·현실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또다른 문제다.

둘의 공통점은 이같은 사항을 면밀히 따져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는 점이다. 즉 허장성세(虛張聲勢)에 가깝다.

"해일 일으켜 군함·항구 파괴"한다지만 러시아제 원판조차도 위력 검증 안 돼

바다에서 강력한 지진이나 핵폭발이 일어나면 그 에너지로 인해 물기둥은 위로 밀려 올라가고, 다시 떨어지면서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을 반복하며 파동이 만들어진다. 쓰나미(지진해일)의 원리가 이것인데, 본래 쓰나미는 원양에선 별로 위험하지 않지만 수심이 얕아질수록 강력해진다.

포세이돈(Посейдон)은 러시아가 2010년대 중반 개발한 수중 드론으로, 기존 핵어뢰보다 크다. 메가톤급 핵탄두를 탑재해 핵폭발과 함께 쓰나미를 일으켜 항구 등에 강력한 피해를 입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물 속에서 움직이기에 사전 탐지·요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은 지난해 3월 24일 처음으로 관영매체를 통해 '핵무인수중공격정'이라고 주장하는 '해일'의 폭파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목적에 대해선 "은밀하게 작전수역에로 잠항하여 수중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 집단들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소멸하는 것"이라고 했다. 포세이돈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핵폭발로 인한 쓰나미 발생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논란이 많다. '해일'은 둘째치고 메가톤급의 위력인 포세이돈조차도 실제로 이런 시험을 한 적이 없어서다. 항구 근처에서 핵무기가 폭발하는 위력 자체는 강력하겠지만 어느 정도로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손원일함의 초대 함장을 지냈던 최일 잠수함연구소장(퇴역 해군대령)은 "사실상 핵어뢰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재충전·회수 기능 없이 핵무기를 탑재하고 목표 위치로 가서 폭발만 하면 되기에 기능 측면에서는 매우 단순하고 실현하기 쉬운 기술"이라면서도 "그 안에 어느 정도 크기의 핵무기를 소형화하여 탑재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실제 위력은 쓰나미보다는 핵탄두 자체 파괴력에 초점을 맞추는 쪽이 더 타당하다. 이 측면에서 보면 일반적인 핵무기와 별 차이가 없어진다.

7월 27일 자칭 '전승절(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기념 열병식에 내보낼 만큼 '허세'를 부렸지만 실제로는 '허당'이라 평가되는 이유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며 "만약 북한이 우리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을 할 경우에는 '즉·강·끝' 원칙에 따라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다만 최 소장은 "북한이 '해일'의 자율이동 기술을 발전시켜서 우리나라 앞바다에 있는 가스관, 해저 케이블 등을 노릴 수는 있다"며 "해저전(seabed warfare) 측면에서의 비대칭 전력으로 쓰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2년만에 쏜 '극초음속 미사일'…경로 예측 불가능, 미중러 3개국만 실용화

왼쪽부터 북한이 올해 1월, 2022년 1월, 2021년 9월 발사한 자칭 '극초음속 미사일'. 연합뉴스왼쪽부터 북한이 올해 1월, 2022년 1월, 2021년 9월 발사한 자칭 '극초음속 미사일'. 연합뉴스북한이 지난 14일 쏜 자칭 '극초음속(hypersonic) 미사일'은 2년만에 나왔다. 2021년 9월, 2022년 1월에 한 번씩 발사한 뒤로 2년 동안 쏘지 않다가 올해 갑자기 발사했다.

극초음속은 음속(일반적인 상황에서 340m/s, 마하 1)의 5배, 즉 마하 5 이상을 뜻한다. 북한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다. 탄도미사일을 1단 추진체로 하고 2단에는 자체 추진력 없이 활공하는(gliding) 비행체를 실어 날려보낸 뒤,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목표를 노리는 무기체계다.

활공체엔 자체 가속하는 엔진은 없고, 주로 날개(canard)와 추력기(thruster, 자세 제어 등에 쓰이는 소형 로켓) 등을 통해 대기권에서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서 비행 경로를 바꾼다.

포물선을 그리는 보통의 탄도미사일은 비행 궤적이 포착되면 목표를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고, 그러면 요격 자산이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HGV는 마치 물수제비 튀기듯 비행을 하기 때문에, 방어하는 입장에서 경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파란색)과 HGV(빨간색)의 비행궤적을 비교한 그래픽. 미 RAND 연구소 보고서 'Hypersonic Missile Nonproliferation'일반적인 탄도미사일(파란색)과 HGV(빨간색)의 비행궤적을 비교한 그래픽. 미 RAND 연구소 보고서 'Hypersonic Missile Nonproliferation'난제도 있다. 대기권 안에서 장시간 비행해야 하는 만큼 공기와의 마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등을 어떻게 버틸지 등이 관건이다. 또 이 때문에 탄두에 내장된 자체 센서가 목표 근처까지 가야 작동할 수 있다. 위성 등을 통해 먼 거리에서 목표까지 정확하게 유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HGV를 실용화한 나라가 미국(LRHW '블랙 이글'), 중국(DF-17), 러시아('아방가르드') 3개국만 있는 이유다.

北 HGV 개발 '진전 있다'…비행궤적 보니 조기에 대기권 진입해 활강한 듯

북한이 HGV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을까? 발사 당일 합동참모본부와 일본 방위성 발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구가 둥글다는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레이더 탐지 거리의 차이 탓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이유로 인해,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초록색)과 HGV(빨간색)가 레이더에 포착되는 거리 차이를 나타낸 그래픽.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Hypersonic Weapons: Background and Issues for Congress'지구가 둥글다는 이유로 인해,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초록색)과 HGV(빨간색)가 레이더에 포착되는 거리 차이를 나타낸 그래픽.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Hypersonic Weapons: Background and Issues for Congress'지상에 배치된 레이더는 자신과 먼 물체일수록 일정 고도 이하의 물체를 탐지하지 못한다. 바꿔 말하면 일정 고도 이하의 물체를 탐지하는 데는 가까이 있는 레이더가 유리하다. 때문에 초기 제원 탐지는 우리 군이, 동해로 날아가는 과정을 탐지할 때는 일본 자위대가 유리하다.

합동참모본부는 이 미사일의 고도는 밝히지 않았지만 1천km 정도를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포물선을 그리는 중간 과정을 살펴보았을 일본 방위성은 이 미사일의 최고고도가 50km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HGV(빨간 점선)와 MaRV(보라색 실선)의 차이를 나타낸 그래픽.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HGV(빨간 점선)와 MaRV(보라색 실선)의 차이를 나타낸 그래픽.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HGV와 기동탄두 재진입체(MaRV)는 미사일이 포물선을 그리며 정점까지 올라가는 '중간단계(mid-course phase)'로 구분할 수 있다. 처음 상승단계(boost phase)에서 탄두가 빨리 분리돼 대기권으로 진입, 활강비행을 하면 HGV다.

반면 평범하게 대기권 바깥에서 정점을 기록한 뒤 목표를 향해 하강하는 종말단계(terminal phase)에서 기동해서 경로를 바꾸면 MaRV다. '풀업 기동'이라는 말로 더 유명하다.

2년 전 발사 당시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대속도가 마하 6을 기록하긴 했는데, 그 뒤로는 떨어졌다"며 "HGV는 비행경로의 2/3를 (극초음속으로) 활강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쏜 미사일이 MaRV에 가깝다는 설명이었다.

이번 미사일은 대기권 안에서 계속 활공한 것으로 보이니 HGV에 가까운 셈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애매하긴 하지만 HGV가 맞다고 봐야겠다"며 "중국의 DF-17, 러시아의 아방가르드 등이 글라이더형인 것과 달리 원뿔형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MRBM인 미국의 LRHW도 원뿔형이긴 하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6일 KBS 라디오 '뉴스레터K'에서 "원뿔형(극초음속 미사일)은 2022년 1월에 일부 성공한 바가 있다"며 "이번은 형태로 볼 때 원뿔형이고 2년 전과 차이점은 신규 개발 중인 고체 추진체라는 것으로, 일부 진전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엔 가성비 떨어져, 오키나와·괌에 쏘면 목표 뻔해져 요격 가능…요란하지만 '허당'

이 미사일이 작전적 효용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는 HGV인지 MaRV인지와 또 별개로 따져볼 문제다.

북한 스스로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개발한다고 밝힌 만큼, 표적은 한반도라기보다는 더 멀리 떨어진 표적이라고 보는 쪽이 적절하다.

한반도 전역은 이미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의 사정권에 들어가 있다. 탄도미사일은 물론 방사포(다연장로켓), 장사정포 등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보다 저렴한 무기들이 북한에 많다. 일본 본토도 큰 차이는 없다.

시야를 넓히면 표적은 압축된다. 미 해병대 기지 등이 있는 오키나와, 미 공군 전략폭격기와 원자력 항공모함·잠수함 등이 기항할 수 있는 괌 등이 북한이 노릴 수 있는 목표다.

둘의 공통점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활강하는 탄두가 어떤 경로를 거쳐 오더라도 어디를 목표로 오고 있을지는 뻔하다. 기존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패트리엇, SM-6 등 종말단계 요격미사일로 막을 수 있는 이유다.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속도나 고도상에서 극초음속 미사일로 보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다"면서도 "섬 같은 경우 종말단계에서 목표가 너무 분명하고, 방어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대 성능비'가 떨어지더라도 한반도에 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대기권에서 활강하면서 레이더 탐지를 피해간다는 HGV의 장점이 희석된다. 한반도가 너무 좁아서 곳곳에 배치된 탐지 자산에 금방 포착되기 때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조홍일 연구위원은 2022년 '국방정책연구'에 실린 논문 '극초음속 활강체의 특성과 군사적 함의'에서 "미사일 발사지점과 탐지체계 사이 거리가 짧을수록 지구 곡률로 인한 차폐효과가 제한되며,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에 위치하더라도 지상·해상에서 조기에 탐지할 수 있게 된다"면서 "종심이 짧은 한반도 작전 환경상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남발되는 '게임 체인저'…"과도한 경보는 적 이롭게 하고 우리 판단 흐리게 해"

우리나라에선 북한이 신무기를 내놓으면 흔히 '게임 체인저'라 거론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실체를 보면 무시할 수는 없더라도, 허장성세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매우 흔하다.

물론 적을 과소평가하는 일은 아주 위험하다. 그러나 과대평가 역시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주고, 우리의 대응 역량을 낭비하게 된다는 점에서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일 소장은 "계속되는 과장된 보도와 과도한 경보는 적을 이롭게 하고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무기가 등장하더라도 어떤 측면에서 효과적이고, 어떤 측면에서 아닐지 면밀히 따져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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