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역구를 맡고 있는 현역 의원 90명 중 하위 25명을 추려내 그 중 7명을 공천에서 컷오프(원천 배제)하고, 나머지 18명에게는 경선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1차 컷오프 기준을 발표했다. 비율로 따지면 약 27% 규모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현역 교체 비율은 44%였다. 표면적으로 22대 총선 공천의 '물갈이' 비율이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과연 그럴까.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종적인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은 훨씬 커질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아직 전체 윤곽이 다 드러나지 않은 공천 룰의 조항을 뜯어보면 이른바 '2차 컷오프'가 가능하다는 맹점이 숨어 있다.
'2차 컷오프'는 16일 발표된 공천 룰의 세부사항 중 '공천신청자 심사 평가 기준'에 따라 실시될 예정이다. 후보자는 이 기준을 통과해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고, 공관위가 특정 지역구를 우선 추천(전략 공천) 지역 등으로 선정하면 현역 의원은 자동 컷오프되기 때문에 실질적 관문은 오히려 '도덕성' 등이 좌우하는 이 심사 평가가 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2차 컷오프'로 현역 의원을 어떤 비율로 날릴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태다. 전날 발표로는 현역 10% 컷오프에 90% 경선 참여로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 룰을 발표하며 "정당 사상 유례가 없는 시스템 공천"이라고 강조했지만, '2차 컷오프'를 감안하면 반드시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 시스템 공천의 핵심은 룰이 선행하고 후보자에 일괄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공천신청자 심사 평가' 기준 중에는 도덕성, 당 기여도 등 정성 평가 항목이 담겨 있어서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비(非)시스템 공천인 셈이다.
이중 핵심은 도덕성, 당 기여도, 면접 등 정성 평가 부분이 40%에 달한다는 점이다. 특히 '도덕성' 부문을 통해 무한대로 감점이 가능하다. 100점 만점 기준 국회의원이거나 원외당협위원장이 신청할 경우 경쟁력 여론조사(40), 도덕성(15), 당 기여도(15), 당무감사(20), 면접(10)으로 평가하고, 그 외는 경쟁력 여론조사(40), 도덕성(15), 당 및 사회 기여도(35), 면접(10)으로 각각 점수화된다.
정 공관위원장은 공천 룰의 세부사항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경쟁력과 도덕성 중심의 후보를 공천하겠다. 도덕성의 경우 주어진 배점에서 감점 점수를 초과할 수 있다. 그러면 총점에서 마이너스 점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윤창원 기자이와 관련, 공관위는 오는 23일 2차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경선 규모 등 '2차 컷오프' 관련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선 공천지역, 단수 공천지역 등을 정하고 공천 신청자에게 부여된 점수를 추후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 공관위원은 통화에서 "1차 회의에서는 공천 신청자에게 점수를 매기는 방식까지만 논의하고 끝났다"며 "이 점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2차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평가된 점수는 해당 신청자가 경선에 뛸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할 주요한 근거가 된다. 경쟁자와 점수 차이가 너무 많이 나거나 상위권에 들지 못할 경우 경선 자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컷오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관위가 밝힌 경선 원칙은 '후보자 인원 3인 이내'다.
공관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점수 차이가 클 경우 경쟁력이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굳이 경선을 붙일 이유가 없다"며 "공천 신청자의 점수가 높으면 단수 공천이 될 수도 있다. 경쟁자가 많으면 점수 상위 3명보다 더 많은 수를 경선에 붙일 수도 있다. 지역별로 구체적인 기준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2차 컷오프' 규모에 따라 '1차 컷오프'에서 발표한 공천 원천 배제 7명(7.8%)보다 '물갈이' 폭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발표한 경선 룰이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중진'에 대해 20%의 감점(하위 평가자의 경우 최대 35%)을 주는 식으로 겨냥했다면, 초·재선이 대부분인 서울 강남권과 영남권 의원들은 '2차 컷오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초·재선의 비율은 TK가 제일 높다. 대구의 경우 12명 가운데 초선이 7명, 재선이 2명, 3선 이상이 3명이다. 경북은 13명 중 초선 7명, 재선 6명으로 초·재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