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가운데)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영화 '기생충'으로 고(故) 이선균과 함께했던 봉준호 감독이 수사당국에 고인의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오늘(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이선균과 영화 '기생충'에서 함께한 봉준호 감독도 참석했다.
봉 감독은 이날 성명 낭독을 통해 수사 당국에 고 이선균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경찰의 수사 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봉 감독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 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판정이 난 지난 11월 24일 KBS 단독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3번째 소환조사에서 고인이 19시간의 밤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후인 12월 26일에 보도된 내용 역시 그러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 관계자의 취재 협조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3차례에 걸친 소환 절차 모두 고인의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 당일 고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힐 것" 역시 요청했다.
故 이선균. 사진공동취재단마지막으로 봉 감독은 "수사당국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며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언론의 자정 노력 및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제·개정 등을 촉구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에는 봉준호 감독과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장항준 감독, 배우 최덕문, 이원태 감독, 배우 김의성 등 관련 단체장들 및 소속 회원들이 참석했다. 또한 배우 송강호를 비롯한 200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연명에 참여했다.
한편 이선균은 지난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형사 입건돼 2개월가량 경찰 수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시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신분인 이선균이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관련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