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CJ ENM 제공※ 스포일러 주의 '외계+인' 시리즈는 '슬로 스타터'(slow starter)였다. 여기에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 1부의 흥행 참패를 극복하기 위해 와신상담했다. 그 결과 형보다 나은 아우 없고,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데, 1부보다 나은 2부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제 남은 건 관객의 선택뿐이다.
인간 몸속에 가둬진 외계인 죄수의 탈옥을 막으려다 과거에 갇혀버린 이안(김태리)은 우여곡절 끝에 시간의 문을 열 수 있는 신검을 되찾고, 썬더(김우빈)를 찾아 자신이 떠나온 미래로 돌아가려 한다.
한편 이안을 위기의 순간마다 도와주는 무륵(류준열)은 자신의 몸속에 느껴지는 이상한 존재에 혼란을 겪는다. 그런 무륵 속에 요괴가 있다고 의심하는 삼각산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소문 속 신검을 빼앗아 눈을 뜨려는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 신검을 차지하려는 자장(김의성)까지 이안과 무륵을 쫓기 시작한다.
과거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 현대에서는 탈옥한 외계인 죄수 설계자가 폭발시킨 외계 물질 하바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고, 우연히 외계인을 목격한 민개인(이하늬)은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제 모든 하바가 폭발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48분, 이안은 함께 현재로 넘어온 무륵, 썬더, 두 신선과 함께 폭발을 막아야 한다.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CJ ENM 제공'한국형 케이퍼 무비'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 무비' 등 장르물에 있어서 늘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성을 가져가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최동훈 감독이다. 무협, SF, 한국형 판타지, 액션 등 장르물의 집약체인 '외계+인' 1부에 대한 기대 역시 컸던 이유다.
그러나 아쉽게도 1부는 흥행에 참패했다. 최 감독은 관객들의 냉혹한 평가를 바탕으로 1년 6개월의 후반작업을 거쳐 '외계+인' 2부를 완성했다. 150번 넘게 보고 또 보며 와신상담한 결과는 2부를 1부보다 나은 영화로 매듭지었다.
총 2부로 기획된 '외계+인'은 슬로 스타터였다. 워낙 많은 인물이 나오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시간 설정, SF와 무협이 뒤섞인 장르 등 방대한 세계관에서 왜 각 캐릭터가 등장해야만 하는지, 어떤 연유로 그들이 모여 과거와 현재를 오가야 하는지 등을 1부에서 설명해야 했다.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CJ ENM 제공그렇기에 1부를 본 관객들이라면 다소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불만과 궁금증, '최동훈 장르' 특유의 속도감 등에 목말랐던 관객이라면 2부로 이를 해소할 수 있다.
2부는 1부에서 펼쳐진 이야기와 설정, 특히 떡밥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회수한 뒤 끝을 향해 나아간다. 여기에 1부에서 강력하게 암시를 걸었던 인물 설정에 반전을 줌으로써 보다 다이내믹한 스토리 전개를 선보인다. 이 과정에서 '외계+인'이라는, '외계'와 '인'을 분리한 듯 합쳐놓은 듯한 제목에 담긴 의미 역시 결국 2부에서 풀린다.
먼저 최동훈 감독 특유의 빠른 속도감과 캐릭터들의 티키타카 말맛과 리듬감 있는 액션은 2부에서 그 빛을 발한다. 특히 1부에 이어 2부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건 두 삼각산 신선 청운 역 조우진과 흑설 역 염정아다. 2부에서도 삼각산 신선들은 천연덕스럽게 코믹한 설정과 캐릭터의 맛을 살려내는데, 특히 몇몇 장면에서는 그들이 하드캐리한다.
2부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1부보다 '서사'와 캐릭터들의 '감정선'에 중심을 뒀다. '외계+인'이라는 제목처럼 외계 빌런과 인간들의 대결은 물론 '사람' 안에 '외계'를 담은 존재들의 성장 역시 전개된다.
'내 안에 외계인 있다'는 사실에 좌절한 인물이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 때, 또 다른 인물이 건네는 '너는 너야'라는 조언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다. 어느 누구도 될 필요 없고, 누군가에 의해 휘둘릴 필요도 없이 '나는 나'일 뿐이라는 담담한 메시지는 무륵과 이안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CJ ENM 제공2부를 거치며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건 '함께'라는 메시지다. 1부에서부터 이미 팀업 무비의 전개를 보였던 '외계+인'은 2부에서 진정한 '팀업 무비'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강력한 외계 빌런들의 거센 공세에 맞서는 인간들은 하나하나로 놓고 보면 나약할지 몰라도 '팀'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점으로 만들며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들이 누군가에게는 '현재', 누군가에게는 '미래'라 불리는 어딘가에 모여 위기를 타파하는 모습은 결국 감독이 이를 보여주기 위해 길고 긴 시공간을 건너왔음을 알린다.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CJ ENM 제공최동훈 감독이 와신상담의 마음으로 갈고닦고, 한 땀 한 땀 정성껏 수놓은 2부는 재미와 액션, 유머와 드라마 그리고 메시지까지 모두 잡았다. 때때로 무협 액션 신에서는 과거 홍콩 무협 액션의 느낌을 풍기며 당시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무협 액션 신 역시 제대로 리듬을 타며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드러낸다. VFX(시각특수효과) 역시 1부보다 진화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의 1년 6개월은 헛되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은 오락 영화로서 '외계+인' 2부는 그 역할을 다해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로이 오비슨의 '인 드림스'(In Dreams)가 흐르는 장면은 오락영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영화적인 마무리를 선사한다.
122분 상영, 1월 10일 개봉, 12세 관람가.
영화 '외계+인' 2부 메인 포스터. CJ ENM 제공